| 서울=한스경제 고예인 기자 |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 축이 연결성으로 이동하면서 칩의 중요성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통신 기능을 담당하는 모뎀 칩은 단말 성능을 넘어 네트워크 경험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엑시노스 전략을 다시 강화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한동안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경쟁에서 존재감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위성통신 시대가 열리면서 통신칩의 전략적 가치가 다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제조사에게 통신칩은 단순 부품이 아니다. 어떤 네트워크와 연결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접속 권한’에 가깝다. 위성통신 환경에서는 모뎀 설계 역량이 단말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은 지난 2023년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활용한 '엑시노스 Modem 5300'을 통해 3GPP 릴리즈17 기반 비지상 네트워크(NTN) 통신 기술을 구현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차세대 Modem 5400에서는 NR NTN과 NB IoT NTN을 동시에 지원하도록 설계하며 확장성을 강화했다. 이는 단순 기술 진화를 넘어 통신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구조적 접근으로 평가된다.
이어 작년에는 '엑시노스 2600'에 탑재되는 차세대 모뎀 칩 '엑시노스 모뎀 5410'을 공개했다. 엑시노스 모뎀 5410은 4나노 극자외선(EUV) 공정을 활용해 전력 효율을 개선한 점이 특징이다. 전작인 엑시노스 모뎀 5400과 비교해 LTE 대기 모드에서는 33%, FR1 대기모드에서는 17% 전력 효율을 높였다.
또 5G 기준 주파수는 'FR1(3.5GHz)'과 'FR2(28GHz)'로 나뉘는데 모뎀 5410은 FR1과 FR2 대역을 동시에 활용하는 '5G NR 듀얼 커넥티비티'를 지원해 최대 14.79Gbps(초당 기가비트)의 초고속 다운로드 속도를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엑시노스 모뎀 5410은 3가지 위성통신 기술 ▲LTE DTC(다이렉트 투 셀) ▲NB-IoT NTN ▲NR-NTN를 하나의 칩으로 지원한다.
삼성 측은 위성통신 확대 환경에서 모뎀 기술은 “다양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통신 기술을 제공하는 것이 디바이스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 위성통신 시대 핵심은 ‘모뎀’
기존 스마트폰 경쟁에서 AP 성능이 강조됐다면 앞으로는 통신칩 설계 능력이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위성과 직접 연결되는 환경에서는 신호 탐색과 추적, 전력 효율 관리가 모두 칩 단계에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저궤도 위성은 빠르게 이동하기 때문에 단말이 지속적으로 위성을 탐색하고 연결을 유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AI 기반 신호 예측 기술과 저전력 설계가 결합되지 않으면 실사용이 어렵다.
삼성은 이러한 환경을 고려해 위성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최적 연결을 유지하는 기술을 모뎀 내부에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면서도 상시 연결 상태를 유지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향후 스마트폰뿐 아니라 차량과 웨어러블 기기, 산업용 장비까지 위성 연결이 확대될 경우 모뎀 칩 경쟁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 기술의 중심이 기지국에서 단말 칩으로 일부 이동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네트워크 접근 방식 자체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 다시 시작된 시스템칩 경쟁
엑시노스 전략의 또 다른 의미는 시스템칩의 주도권 회복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일부 제조사가 외부 칩 의존도를 높여왔지만 연결성이 핵심 경쟁력이 될 경우 자체 칩 설계 역량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자체 모뎀 기술을 확보하면 새로운 네트워크 표준 대응 속도를 높일 수 있고 제품 설계와 통신 기술을 동시에 최적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 측은 엑시노스 모뎀 개발을 지속하는 배경에 대해 “모뎀과 AP가 함께 탑재되는 SoC 구조는 발열 관리와 성능 최적화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며 “이 같은 이유로 통합 구조 기반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성통신은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표준 경쟁이 진행 중이다. 어떤 기업의 기술이 글로벌 표준에 가까워지느냐에 따라 시장 영향력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엑시노스 모뎀 개발을 지속하는 이유 역시 단말 제조사를 넘어 통신 기술 생태계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다.
스마트폰 산업의 다음 경쟁은 더 이상 화면 크기나 카메라 화소 수에 머물지 않는다. 어떤 네트워크와 연결되고 얼마나 안정적으로 연결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 되고 있다. 연결성 경쟁의 중심에 칩이 있다. 엑시노스의 재등장과 강화는 단순 제품 전략이 아니라 통신 환경 변화 속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대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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