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없는 처벌은 집회 자유 과도한 제한…내년 8월 31일까지 법 개정하라"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사전에 신고하지 않은 옥외집회를 예외없이 일률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6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로 유죄가 선고된 청구인들이 자신들에 적용된 집시법 규정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이같이 판단했다. 해당 조항은 미신고 옥외집회에 대한 처벌을 규정한 집시법 22조 2항이다.
재판관 9명 중 4명(김상환·김형두·정정미·오영준)은 헌법합치, 4명(정형식·정계선·김복형·마은혁)은 위헌 의견을 냈다. 조한창 재판관은 합헌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헌재는 일률 처벌하도록 한 해당 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예외조항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할지는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이라며 2027년 8월 31일까지 기존 조항의 효력을 유지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 결정이란 법률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법적 안정성을 위해 한시적으로 계속 이를 적용하는 것이다. 실질적으로는 위헌이나, 다른 이유로 인해 위헌적인 법률을 형식적으로 존속시켜 주는 대신 일정 기간을 정해 그 위헌성을 제거할 것을 요구하는 변형결정의 하나다.
헌재 위헌 결정에는 6인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이번 사안에선 8명이 위헌성을 인정했다.
불합치 의견을 낸 재판관 4명은 "각양각색의 옥외집회에 미리 개별적·구체적 사정을 고려해 사전신고 여부를 달리 정하기는 매우 어려우므로 포괄적으로 사전신고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행정규제를 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불가피하다"면서도 "객관적으로 타인의 기본권이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침해할 위험성이 매우 적고, 실제로도 평화롭게 집회가 진행·종료돼 위험성이 없는 점이 확인되는 미신고 옥외집회까지 예외없이 처벌하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밝혔다.
한편 헌재는 옥외집회에 대해 사전신고 의무를 부과한 옛 집시법과 현 집시법 제6조 1항에 대해선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해당 조항은 옥외집회 주최자가 개최 48시간 전까지 관할 경찰서에 집회 신고를 해야 한다고 정한다.
청구인들은 사전에 집회를 신고하지 않고 옥외집회를 주최했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각각 벌금형,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들은 재판을 받던 중 옥외집회 신고 의무를 규정한 조항, 신고의무 위반시 벌칙을 규정한 조항에 대해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재는 결정과 관련해 처벌조항에 대해서는 선례를 변경했고, 신고조항에 대해서는 선례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신고조항과 관련해선 앞서 여러 차례 옥외집회에 사전신고 의무를 부과한 부분에 대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고, 과잉금지 원칙에 반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합헌 결정을 했고, 이번 사건도 동일한 취지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처벌조항 선례 변경에 관해선 "위헌 결정을 함에 필요한 심판정족수를 충족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며 "이 결정은, 형사처벌은 행정규제와 달리 개별적·구체적 사정을 고려해 행위의 반가치성을 평가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 입법기술상 처벌대상을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경우라도, 보호법익에 대한 위험성이 매우 적음이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를 처벌대상에서 제외하는 예외조항을 둬야 한다는 점을 인정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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