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이면 오곡밥과 함께 묵나물을 올리는 상차림이 빠지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말린 애호박으로 만드는 호박고지나물은 담백하면서도 깊은 단맛이 살아 있어 매년 밥상에 오르는 대표 반찬이다.
유튜브 '가루씨의 집밥Garussi home cooking'
호박고지는 여름철 애호박을 얇게 썰어 햇볕에 말린 저장 식재료다. 수분이 빠지면서 당도가 농축되고, 생호박과는 다른 쫀득한 식감이 만들어진다. 겨울을 지나 정월대보름에 꺼내 먹는다는 점에서 계절의 순환과 건강을 기원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
맛있는 호박고지나물을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단계는 ‘불리기’다. 마른 호박고지 100g 기준으로 넉넉한 볼에 담고 미지근한 물을 부어 40분~1시간 정도 충분히 불린다. 중간에 한 번 뒤집어 고루 잠기게 한다. 너무 뜨거운 물은 조직을 급격히 무르게 하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손으로 눌렀을 때 부드럽게 휘어지고 중심까지 말랑해지면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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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린 뒤에는 흐르는 물에 2~3번 헹궈 먼지나 남은 이물질을 제거한다. 이후 물기를 짜는데, 두 손으로 감싸듯 눌러 수분만 제거한다. 비틀어 짜면 결이 끊어져 식감이 떨어질 수 있다. 물기를 뺀 뒤 길이가 길다면 5~6cm 정도로 먹기 좋게 자른다.
이제 밑간을 한다. 국간장 1큰술, 다진 마늘 1큰술, 들기름 1큰술을 넣고 조물조물 무쳐 10분 정도 둔다. 이 과정을 거치면 양념이 속까지 스며들어 겉돌지 않는다. 좀 더 깊은 맛을 원하면 된장 1/2작은술을 풀어 함께 무쳐도 좋다. 단, 너무 많이 넣으면 색이 탁해질 수 있어 소량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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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을 중약불로 달군 뒤 들기름 1큰술을 추가로 두른다. 먼저 양념해둔 호박고지를 넣고 2~3분간 볶아 표면에 기름을 입힌다. 이때 바로 센 불로 올리면 수분이 급격히 날아가 질겨질 수 있으므로 불 조절이 중요하다. 어느 정도 볶아 향이 올라오면 다시마 우린 물이나 물 3~4큰술을 넣고 뚜껑을 덮는다. 약불에서 5분 정도 은근히 익히면 조직이 한층 부드러워진다.
뚜껑을 열고 수분이 거의 사라질 때까지 천천히 볶는다. 간을 보고 부족하면 국간장이나 소금으로 약간만 추가한다. 마지막에 참기름 1작은술을 둘러 향을 더하고, 통깨 1큰술을 넣어 마무리한다. 기호에 따라 들깨가루 1큰술을 넣으면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살아난다. 들깨가루를 넣을 경우 불을 약하게 줄이고 빠르게 섞어야 뭉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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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나물은 접시에 넓게 펼쳐 한 김 식힌 뒤 담아낸다. 바로 먹는 것보다 20~30분 정도 두었다가 먹으면 양념이 고루 배어 맛이 안정된다. 너무 오래 볶아 수분을 완전히 날리면 딱딱해질 수 있으므로 촉촉함을 약간 남기는 것이 좋다.
정월대보름 상에 오르는 호박고지나물은 화려하지 않지만 정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음식이다. 충분히 불리고, 은근한 불에서 천천히 볶아내는 과정을 거치면 말린 호박 특유의 달큰함과 고소함이 살아난다. 계절을 건너온 시간의 맛을 담은 한 접시는 그렇게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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