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물리적 시간 부족을 이유로 '먹는 관리'를 택하는 2030 직장인이 늘면서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웰니스' 트렌드와 결합해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짧은 시간만 투입해 건강 상태를 유지하려는 직장인들의 '시성비(시간 대비 성능)' 욕구가 커지면서 유통업계는 도심 한복판에 식품 기반 웰니스 거점을 구축하며 이들을 공략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효율 중심의 건강관리 방식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지난해 6조원 규모를 돌파했다. 시장 외형이 커지는 가운데 특히 2030 직장인을 중심으로 '시간 효율성'을 중시하는 건강관리 방식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여론조사기관 오픈서베이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 상태가 저하됐을 때 소비자 10명 중 4명은 건강기능식품을 탐색하거나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 섭취를 통해 비교적 간편하게 건강을 관리하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30 세대의 높은 아침 결식률은 이러한 흐름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달 발표된 질병관리청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20대 아침 결식률은 2015년 49.1%에서 2024년 62.1%로 13.0%포인트 급등했다. 30대 역시 같은 기간 36.3%에서 46.8%로 크게 증가했다. 바쁜 출근 준비와 촉박한 업무 일정 속에서 정식 식사를 챙기기보다 영양제나 단백질 쉐이크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직장인 유상욱(26·남·가명) 씨는 "아침 식사를 챙겨 먹을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아르기닌과 단백질 쉐이크 등으로 영양을 보충한다"며 "식사 시간을 아끼면서도 최소한의 건강 관리를 병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효율적인 선택지다"고 말했다. 식사를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형태로 건강기능식품을 활용하는 것이 일상화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오프라인 유통 매장들도 이러한 직장인들의 동선과 소비 패턴에 맞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과거 화장품과 생필품 중심이던 드럭스토어나 처방 위주였던 약국은 '웰니스 거점'으로 변모하는 중이다. 특히 직장인 밀집 지역인 서울 광화문과 종로 일대 매장들은 2030 직장인들이 짧은 휴식 시간을 활용해 건강 고민을 해결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CJ올리브영이 서울 광화문에 개점한 웰니스 플랫폼 '올리브배러(Olive Better)' 매장은 평일 점심시간 전후로 건강기능식품 코너를 찾는 인근 직장인들로 붐볐다. 사원증을 목에 건 손님들은 성분표를 꼼꼼히 살피며 제품을 비교했다. 매장 관계자는 "주변 2030 직장인들은 루테인이나 비타민 등을 많이 구매한다"며 "단백질 쉐이크, 프로틴 바 등으로 점심 식사를 간편하게 대체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만난 직장인 김영은(28·여·가명) 씨는 "점심시간에 시간을 내 매장에 와서 비타민을 구매했다"며 "건강기능식품뿐 아니라 식사 대용 제품이 많아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재방문 의사를 밝혔다. 직장인들의 건강관리와 쇼핑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소비공간'이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데이터 기반 개인화 서비스도 확산하는 추세다. 서울 종각역 인근 옵티마웰니스뮤지엄 약국에서는 AI 건강 측정 기기를 통해 방문객의 건강 상태를 분석하고, 결과에 따라 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을 제안하는 서비스를 운영중이다. 10분 내외의 자가 측정을 통해 피부 상태, 스트레스, 혈압, 체성분, 악력 등 5개 지표를 확인한 뒤 약사가 데이터에 기반해 부족한 성분을 보충할 제품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해당 약국의 약사는 "상담 시간이 부족한 직장인들에게 데이터 기반 맞춤형 추천은 구매 결정을 돕는다"며 "개별 손님의 측정 수치에 맞춰 필요한 성분을 보충할 수 있는 제품을 제안한다"고 설명했다. '정밀 건강관리' 이미지를 더해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러한 '효율 중심'의 건강관리 트렌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먹는 관리'가 단기적 효율성은 높일 수 있지만 건강관리의 본질인 생활 습관 개선과 식습관 관리까지 대체할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바쁜 직장인들이 시간 절약을 위해 선택한 건강기능식품이 오히려 잘못된 건강관리 인식을 고착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정보가 넘쳐나고 다이어트 등에 대한 관심이 높다 보니 균형 잡힌 식사보다는 특정 영양소 별로 접근하는 경향이 크다"며 "식사를 보조하는 영양제가 필요할 수는 있지만 지금은 식사보다 영양제 쪽으로 과도하게 치우친 양상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양제나 단백질 음료는 어디까지나 피로 해소 등을 위한 부차적인 수단으로 장기적인 건강을 위해 균형 잡힌 식사를 메인으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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