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문화사업단, 선재스님 초청 미디어 행사…잣국수 시연
"음식 통해 몸·마음·생명 나눔…약이 되는 음식 만들어야"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던데 내 '노'는 아이들에게 음식 문화 알리기"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잣국수를 먹었는데 대박인 거지. 너무 맛있었어요. 잣의 향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구나라는…."
넷플릭스 요리 예능 '흑백요리사 2'에서 사찰음식 명장 선재스님의 잣국수를 먹은 심사위원 안성재 셰프의 말은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자극적인 재료는 하나도 없는 음식에서 '대박'이라는 감탄사를 자아내는 맛은 과연 무엇일까.
식당을 운영하는 다른 셰프들과 달리 사업장이 없어 그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선재스님의 '승소(僧笑·스님의 미소라는 뜻으로 사찰음식에서 국수를 가리키는 말) 잣국수'를 직접 맛보고 만들어볼 수도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기자들에게 주어졌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26일 서울 종로구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에서 선재스님을 초청해 기자들을 대상으로 스님의 강연과 요리 체험 행사를 마련했다.
요리에 앞서 선재스님은 "불교에서 식사를 '공양'이라고 할 땐 나눔의 의미가 담겨있다"며 "내 몸과 음식을 나눠 피와 살, 뼈를 만들고, 음식을 통해 마음과 영혼, 문화를 나눈다"고 강조했다.
"음식을 통해 자연의 생명과도 나누고 소통합니다. 시금치와 호박은 땅에서 물과 햇빛, 바람과 함께 자라 내 앞에 온 것입니다. 시금치가 건강하려면 땅도 물도 건강해야 합니다. 꿀벌이 꽃에서 꿀을 딸 때 꽃을 해치지 않듯 자연의 생명이 내 생명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고 자연을 아끼며 재료를 취해야 합니다."
국수 반죽에 넣을 시금치와 호박을 다루면서 이들이 자란 자연, 이들을 기른 농부의 손길까지 생각하는 스님은 "약이 되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 요리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입에도 맞고, 몸에도 맞는 음식을 만들기에 가장 적합한 재료는 제철음식.
이날 시연에선 흑백요리사에서 만든 잣국수를 그대로 재연하기 위해 촬영 당시인 여름 무렵이 제철인 오이와 참외를 고명 재료로 사용했는데, 제철엔 그냥 먹어도 약인 오이지만 여름이 지나면 맞지 않을 수 있어 소금에 절여 기름에 한 번 익혀줬다고 선재스님은 설명했다.
안성재 셰프가 감탄한 아름다운 잣의 향은 섬세한 계산으로 만들어졌다.
잣 특유의 아린 맛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도 있을 수 있어 4분의 3 정도는 마른 팬에 노릇하게 볶아줬고, 4분의 1은 볶지 않은 상태로 넣어서 향을 살렸다. 잣이 믹서에 갈리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리 칼로 다져줬다.
그렇게 만들어진 잣국수를 한입 입에 머금은 순간부터 진한 잣 향기가 묵직하게 퍼졌고, 입안에 오랫동안 맴돌았다.
면과 함께 들어간 옹심이도 처음 접한 신선한 맛이었다. 찹쌀가루에 전분가루를 섞고 물 대신 갈아 둔 오이를 넣어 반죽해 만든 옹심이는 자칫 텁텁할 수 있는 옹심이에 예상치 못한 상큼함을 더해 씹을수록 향기로웠다.
스님의 강연을 들은 후 잣국수를 접하니 하나하나 허투루 선택되지 않은 재료였고, 완성된 한 그릇에서 재료 각각의 역할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시연에선 선보이지 않았지만 다가오는 봄에 챙겨 먹어야 할 제철음식으론 머위와 쑥을 꼽았다.
선재스님은 "둘 다 맛이 쓰고 강해서 그냥 먹기 힘들기 때문에 쑥으로 떡을 만드는 식으로 다른 재료로 중화해서 요리할 수 있다"며 "봄철에 몸에 아주 좋은 음식이라 절에서는 봄에 쑥과 머위 음식 세 번 이상 안 하면 상좌를 내쫓아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웃었다.
지난해를 끝으로 강연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선재스님은 처음으로 국내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요리 강연을 통해 한식과 사찰음식에 담긴 문화와 지혜가 널리 퍼지고 오래 보전되길 희망했다. 흑백요리사 등 예능에 출연한 목적도 그것이었다.
"흑백요리사 출연 후 광고 요청이 열다섯 개쯤 들어왔어요. 주변에선 '물 들어올 때 노 저으셔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죠. 노 저을 겁니다. 제 '노'는 아이들에게 우리 음식 문화와 지혜를 알려주는 것이에요. 아이들이 커서 우리 문화를 지키고 음식을 지킬 수 있겠죠."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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