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해결되나...호남권부터 시범사업 3개월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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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뺑뺑이’ 해결되나...호남권부터 시범사업 3개월 시행

투데이신문 2026-02-26 15:04:2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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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전북 김제시 김제가나안요양원 앞으로 구급차가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2020년 전북 김제시 김제가나안요양원 앞으로 구급차가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오는 3월부터 3개월간 호남권에서 응급실 뺑뺑이를 줄이기 위한 시범사업이 시행된다. 응급실 뺑뺑이로 인한 국민 피해가 누적되면서 대책 마련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확산됐지만 현장 혼선과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여전해 이번 시범사업이 체감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26일 보건복지부와 소방청이 전날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은 오는 3월부터 세 달간 호남권(광주·전북·전남)에서 운영된다. 사업의 골자는 환자 중증도에 따라 복지부 산하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광역응급의료상황실에서 병원의 수용 능력을 확인한 뒤 이송 병원을 결정하는 것이다. 

복지부는 이를 통해 중증 환자 이송체계를 개선하고 응급실 뺑뺑이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응급실 뺑뺑이란 응급실이 환자를 수용하지 못해 환자가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하고 긴 시간 동안 구급차 안에서 머물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원래 환자가 발생할 경우 119구급대원이 환자를 받아줄 병원을 찾느라 시간이 소요됐는데 이제 병원을 찾아주는 역할을 광역응급의료상황실에서 맡게 된 것이다. 만약 거리가 먼 병원이 지정되거나 배정이 늦어질 경우 광역응급의료상황실에서 환자를 안정화 처치할 ‘우선 수용 병원’을 결정해 옮긴다.

우선 수용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본 병원으로 재이송할 때는 119구급대가 지원해 무상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중증 환자가 아닌 응급환자는 119구급대의 판단으로 병원을 선정해 환자를 이송 가능하다.

환자와 병원을 연결하는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시돼 왔다. 앞서 지난해 12월 이재명 대통령은 복지부 정은경 장관이 참석한 업무보고에서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언급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당시 정 장관은 이 대통령의 지적에 대해 “119 구급대가 전화해 환자를 분산하는 제도는 응급실 과밀화가 원인이었다”며 “환자 최종 치료가 되지 않으면 결국 어딘가 응급실 과밀화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그 제도가 지금 병원이 응급환자를 거부하는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지 않나”라고 묻자 정 장관은 “환자와 병원을 매칭하는 컨트롤타워, 광역상황실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대통령이 참가한 업무보고에서 응급실 뺑뺑이의 근본 원인인 필수의료 분야 의사 수 부족에 대해 “낮은 수가와 보상, 의료사고에 따른 위험, 높은 근무강도 등이 원인”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보건복지부 정은경 장관에게 질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보건복지부 정은경 장관에게 질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즉 응급실 뺑뺑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응급실 의료진의 수가 문제, 의료사고 문제, 높은 근무강도 문제가 선제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5일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 발표에서도 정 장관은 “응급의료 문제는 이송·전원 문제만이 아니라 최종 치료할 수 있는 역량이 강화돼야 하고 의료사고 안전망 등 필수의료 보호대책, 수가 대책들이 종합적으로 작동해야 해결 가능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면서 “당장 응급환자들이 제때 병원으로 이송되지 못하는 현상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시범사업을 먼저 운영하게 된 것”이라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해당 시범사업에 대해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응급실 운영 혼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이주열 교수는 본보에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완전한 제도 설계 및 법률 개정만 바라볼 수는 없다. 해결을 위한 시도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면서 “이 같은 관점에서 봤을 때 시범사업은 적절하지만 계획이 현장에서 무난하게 작동할지 우려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짚었다.

한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응급환자 이송 문제를 병원 기관에만 맡겨두면 결국 내부자 판단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어 객관화가 필요하다”며 “광역 단위 행정이 지역 주민의 위험도 등을 책임지는 모델로 가면서 이용자와 공급자 간 조율과 인프라·체계 개선까지 중간에서 관리·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응급의료 상황실이 관리 역할을 맡고는 있지만 민간 대형병원 등에 대한 권위와 실효성이 떨어져 인센티브만 반복되는 구조”라며 “수용 단계(레벨) 기준을 강제해 작동시키는 장치와 불가피한 응급 상황에서 의료진의 책임 부담을 경감하는 대책이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시범사업이 적용되는 광주·전북·전남 등 호남 지역이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지역이라는 점에서 현장 적용 가능성을 파악할 때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응급실 뺑뺑이가 나타날 확률이 높은 ‘응급의료기관 수용곤란 고지 건수’ 지역을 살펴보면 2024년 기준 대구가 1만548건으로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 대전(6543건), 부산(5605건) 등 지역 순으로 나타났다.

다만 복지부 관계자는 “응급의료는 작은 혼선도 국민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분야인 만큼 상대적으로 운영이 안정적인 지역에서 먼저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시범사업은 광역 단위 상황실의 역할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광주·전남·전북은 하나의 광역 상황실 체계로 묶여 있어 제도 적용을 검증하기에 적합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전남의 경우 응급의료 자원이 상대적으로 충분하지 않아 환자 이동체계의 중요성이 큰 지역”이라며 “소방과 의료기관 간 협조가 비교적 원활하고 이송 지침 개정 등 행정적 추진 여건이 갖춰진 곳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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