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석주원 기자 | 지난해 ‘아이온2’를 통해 이미지 쇄신에 나섰던 엔씨소프트가 지난 11일 정식 출시한 ‘리니지 클래식’ 사태로 다시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과거 ‘리니지’ IP에서 반복돼 온 확률형 아이템과 고강도 과금 모델이 월정액제 서비스로 제공되는 클래식 버전에서도 재현되면서 변화를 선언한 엔씨소프트의 진정성도 의심받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11월 아이온2를 출시하면서 그동안 비판의 대상이 돼 왔던 지나친 과금 모델과 이용자 소통 부재 등의 부정적 이미지를 쇄신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실제로 아이온2는 서비스 초기 논란에도 불구하고 운영진의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쌓는데 성공했다.
엔씨소프트가 과거 리니지식 과금에서 벗어나 이용자 친화적인 게임사로 거듭날 수 있을지에 대한 시험대였던 아이온2는 서비스 3개월을 맞은 지금까지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업계에서는 엔씨소프트가 강화된 확률형 아이템 규제 환경 속에서 체질 개선을 통해 이용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등장한 리니지 클래식은 엔씨소프트의 지속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프로젝트로 관심을 모았다. 아이온2를 통해 ‘착한 과금’으로도 상업적 성공을 달성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엔씨소프트가 이러한 기조를 차기작에서도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시장의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
◆ 다시 등장한 '확률형 아이템'
리니지 클래식은 엔씨소프트의 대표작인 리니지를 서비스 초기 버전으로 구현한 게임이다. 2000년대 초반 리니지에 대해 향수를 갖고 있는 게이머들을 타깃으로 한 리니지 클래식은 캐릭터 사전 생성 이벤트부터 이용자가 몰렸고 사전 서비스 이틀 만에 최대 동시접속자 18만을 돌파하며 초기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서비스 시작 전부터 요금제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며 ‘역시 리니지’라는 비판도 쇄도했다. 리니지 클래식의 기본 요금제는 과거 리니지처럼 월 2만9700원의 정액제를 채택했다. 문제는 과거와 달리 리니지 클래식에는 추가 과금 요소가 탑재됐다는 점이다.
출시 전 리니지 클래식은 추가 과금이 없다고 홍보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정식 출시와 동시에 확률형 아이템 상자를 유료로 판매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여기에 90일 이용권 패키지에 사냥 효율에 직결되는 버프 아이템을 끼워 넣으면서 사실상 장기 패키지를 강제하는 설계라는 비판까지 더해졌다.
출시 전 Q&A에서는 유료 시즌패스를 예고했다가 여론 악화 후 하루 만에 유료 보상을 삭제하고 철회한 전력도 있다. 당시에는 이용자 피드백을 수용한 변화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정식 서비스 시작과 동시에 다른 형태의 과금 모델을 밀어 넣으면서 엔씨소프트의 운영 방향에 대한 의구심만 키웠다.
리니지 클래식은 서비스 시작과 함께 판매했던 ‘신비의 큐브’에 이어 지난 25일부터 또 다른 확률형 아이템 ‘아슈르의 큐브’ 상품을 유료 판매하면서 사실상 확률형 아이템 과금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아이온2와는 확연히 다른 행보로 엔씨소프트가 처한 딜레마를 그대로 노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 ‘신뢰 회복’ vs ‘수익 회복’...엔씨의 딜레마
엔씨소프트가 직면한 문제는 단순히 아이템을 어떤 형식으로 판매하느냐의 문제를 넘어 사업 전략의 일관성이 무너졌다는 데 있다. 아이온2를 통해서는 소통과 변화를 외치면서 리니지 클래식에서는 과거의 악습인 확률형 아이템 판매와 작업장 방치를 되풀이하는 이중적인 모습에 게이머들의 실망감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엔씨소프트의 이미지 쇄신 작업에 치명적인 오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리니지 클래식을 통해 엔씨소프트가 언제든지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아이온2 이용자들의 신뢰 역시 흔들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는 현재 갈림길에 서 있다. 무너진 신뢰와 시장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아이온2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과거와의 단절이 절실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과거 리니지에서 추구했던 강력한 현금 창출 능력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하는 모순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오히려 게이머들의 의구심만 키우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MMORPG뿐 아니라 서브컬처 게임과 슈터까지 다양한 장르로의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각각의 게임이 어떠한 형태로 출시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이번 리니지 클래식 사태로 무너진 게이머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번 리니지 클래식 논란은 혁신이 선택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준다”며 “특정 게임에서만 변화를 시도하고 핵심 IP에서는 여전히 구태의연한 방식을 고수한다면 엔씨가 추진하는 이미지 쇄신도 공허한 외침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