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분필 쥐고 늦깎이 학생들 눈 밝히다…문해교육 교사 정영옥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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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분필 쥐고 늦깎이 학생들 눈 밝히다…문해교육 교사 정영옥씨

경기일보 2026-02-26 14:22:1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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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옥씨. 본인 제공

 

“배우고 싶다는 마음, 그걸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정영옥씨(80)는 올해로 30년째 평택 합정종합사회복지관에서 고령자와 저학력 성인들에게 한글을 가르쳐 온 문해교육 교사다. 오랜 세월 그는 가난과 시대적 배경 탓에 글을 배우지 못한 이들에게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선물하는 데 일생을 바쳐 왔다.

 

평범한 주부였던 그가 이 길에 들어선 것은 50세 무렵이었다. 우연한 계기로 복지관에서 어르신들을 가르치기 시작했지만 정식 문해 교사 자격증을 받기 위해선 고등학교 졸업장이 필요했다. 그는 일과 학업을 병행하며 수원 제일평생학교에서 4개월 만에 검정고시를 통과했다. 배움에 대한 갈증은 여기서 멈추지 않아 서울문화예술대에 진학해 4년간 공부하며 한국어 교원 자격증 2급까지 취득했다. 스스로 늦깎이 학생이 돼 치열하게 공부했던 경험이 누군가를 가르치는 단단한 원동력이 된 셈이다.

 

정씨의 교실에는 50대부터 9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모인다. 과거 집안 형편이 어렵거나 여자라는 이유로 배움의 기회를 박탈당했던 어르신들이 가나다라를 깨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그에게 가장 큰 기쁨이다. 특히 고령·저학력 학습자들이 은행이나 병원을 이용하고 휴대전화 문자를 읽는 등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큰 글씨와 그림 자료를 활용한 맞춤형 교육과정을 직접 설계했다. 지난 30년간 그의 교실을 거쳐 간 비문해 성인만 1천여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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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옥씨가 평택 합정종합사회복지관에서 고령자와 저학력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글을 교육하고 있는 모습이다. 본인 제공

 

이러한 헌신과 공로를 인정받아 정씨는 지난해 12월 경기도가 개최한 ‘2025년 제5회 경기도 평생학습대상 시상식’에서 개인 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여든의 나이에도 그는 어르신들 눈높이에 맞춘 초급반을 도맡아 듣기, 쓰기, 읽기를 아우르는 국어의 기초를 가르치며 깊이 교감하고 있다. 학생들이 “선생님이 그만두면 나도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으름장을 놓을 정도로 그에 대한 애정과 의존도가 높다. 정씨 역시 가르치는 일에만 머물지 않고 복지관의 서예 및 캘리그래피 등 특별 프로그램에 빠짐없이 참여하며 ‘영원한 학생’으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있다.

 

가족들은 이제 건강을 염려해 쉬기를 권하지만 제자 20여명이 기다리는 교실을 향하는 그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긴 세월 분필을 쥐어 온 그의 손에는 여전히 늦깎이 제자들을 향한 애정이 짙게 배어 있다.

 

정씨는 “처음으로 한글을 떼고 삐뚤빼뚤한 글씨로 제게 감사편지를 써온 학생의 마음을 잊을 수 없다”며 “모르는 분들이 글자를 깨쳐 일기를 쓰고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면 그만둘 수가 없다. 하늘이 허락하는 그날까지 배우고 가르치는 이 길을 계속 걷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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