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7주년 3·1절을 불과 며칠 앞두고, 독립운동의 상징인 유관순 열사를 노골적으로 희화화한 생성형 AI 영상이 온라인에 급속도로 퍼져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유관순 열사 유족과 시민들은 "역사적 인물에 대한 도를 넘은 모독"이라며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지난 2026년 2월 22일, 틱톡의 한 계정에는 유관순 열사의 얼굴을 AI 기술로 합성한 영상 3편이 하루 간격으로 연속 게시됐습니다. 첫 번째 영상에서는 열사가 방귀를 뀌며 "시원하다"고 말하는 장면이 담겼고, 이어진 두 번째 영상에서는 열사가 일장기를 향해 호감을 표현하는 장면이 등장했습니다. 가장 최근에 올라온 세 번째 영상에서는 상반신은 유관순 열사, 하반신은 로켓 형태의 기계장치가 "유관순 방귀 로켓"이라 외치며 하늘로 솟구치는 장면이 담겨 있었습니다. 세 편 영상의 조회수를 합산하면 무려 20만 회를 훌쩍 넘겼습니다.
논란이 된 해당 유관순 방귀, 일장기 영상들은 오픈AI의 영상 생성 인공지능 '소라(Sora)'를 활용해 제작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영상 제작에 사용된 기반 이미지는 유관순 열사가 3·1운동에 참가한 혐의로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됐을 당시 촬영된 수의 차림 사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제의 혹독한 고문으로 온몸이 부어오른 열사의 얼굴이 AI 기술로 복원되어 오락적 소재로 전락한 것입니다. 또한 세 번째 영상에는 숫자 '523'을 연상시키는 대사가 삽입돼 있었는데, 온라인 이용자들은 이것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일을 의도적으로 비하하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특히 열사의 조카손녀이자 유관순열사기념사업회 천안지회장을 맡고 있는 유혜경(61)씨는 "가슴을 칼이나 송곳으로 찌르는 것처럼 아프다"라는 말로 분노와 슬픔을 전했습니다. 그는 "후손들은 유관순 열사의 업적에 누가 되지 않으려 그동안 행동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하며 살아왔는데, 이런 콘텐츠가 국가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 아님은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영상을 직접 접한 한 시민 강모씨(33)도 "나중에는 열사가 일장기에 경례하는 영상이 나오고, 그것을 실제 역사로 오인하는 사람이 생길까 봐 정말 우려스럽다"고 경각심을 촉구했습니다.
그동안 국내에서 AI 기술은 독립운동가들의 생전 모습을 생동감 있게 되살려 애국심과 보훈 의식을 고취하는 방향으로 폭넓은 호평을 받아왔습니다. 역사 속 위인과 현대 시민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긍정적 도구로 활용되던 기술이 이번에는 정반대로 역사적 인물을 폄훼하는 수단으로 전용된 셈입니다. 더욱이 유관순 방귀 로켓 등 영상들은 신고가 잇따르자 게시자가 일부 삭제 조치를 취했지만, 이미 각종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복제 및 재배포된 상태라 사실상 완전한 차단은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와 유사한 문제는 해외에서도 이미 공론화된 바 있습니다. 오픈AI는 지난해 10월, 흑인 민권운동의 상징인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이미지를 사용한 영상 생성을 소라 서비스에서 전면 차단했습니다. 일부 이용자들이 킹 목사의 유명한 1963년 연설 장면을 왜곡해 인종차별적 발언과 행동을 하는 허위 영상을 대량 생산했기 때문입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AI 기술을 통한 역사 인물 모독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역사학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조롱성 AI 영상' 확산이 단순히 불쾌감을 주는 수준을 넘어 역사 인식 자체를 뒤틀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AI 기반 대화형 서비스가 왜곡된 역사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전달할 경우, 일반 시민들이 이를 검증 없이 받아들일 위험이 크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AI 서비스 플랫폼 차원의 역사 인물 보호 장치 마련과 함께 제도적·법적 대응 방안을 시급히 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유관순 열사는 충청남도 천안 출신으로, 이화학당 재학 중 1919년 3·1운동에 적극 가담해 만세운동을 주도하다 일본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서대문형무소에서 혹독한 고문을 받으면서도 끝까지 독립 의지를 굽히지 않았으며, 1920년 9월 28일 열일곱의 나이로 순국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그 숭고한 희생을 기리기 위해 2019년 서훈 등급을 기존 3등급에서 최고 등급인 1등급으로 격상한 바 있습니다.
3·1운동 107주년을 맞이하는 시점에 불거진 이번 유관순 방귀 영상 논란은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 속에서 역사적 인물과 기억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 전체의 성찰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당국과 플랫폼 사업자, 그리고 시민 모두가 디지털 공간에서 역사를 다루는 방식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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