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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그때를 산 사람들이 안소희를 떠올릴 때 모르는 척하기 어려운 한마디다. 그 정도로 뜨거웠던 안소희의 첫 번째 무대는 '원더걸스' 무대였다. 말해도 말해도 부족할 정도로 뜨겁게 노래했고, 춤췄다. 그런 그를 보며 대중은 환호했다. 그리고 '오늘' 날 또 다른 무대 위에 섰다. 배우 안소희로 선 무대다. 그는 지난 2024년부터 연극 '클로저', '꽃의 비밀', 그리고 '그때도 오늘2: 꽃신'에 이르기까지 약 2년 동안 내리 세 작품을 선보였다. 그렇게 무대 위에 선 안소희는 매번 달랐다.
'그때도 오늘2: 꽃신'은 어찌 보면 연결성이 없는 것 같은 네 가지 시대에 사는 두 명의 여성의 이야기를 선보인다. 1593년 진주부터 2025년 서울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상황 속에 두 명의 여성은 각자가 '옳다'고 믿는 선택을 한다. '그때' 그 선택들은 '오늘'을 있게 했다. 어쩌면 안소희의 무대가 '그때도 오늘2: 꽃신'이 주는 의미와 같은지도 모르겠다. 오늘의 안소희는 그때의 안소희에게 "네 덕분에 지금도 무대에 있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오늘의 안소희는 그만큼 무대에 진심이고, 그렇기에 더 잘하고 싶다. [인터뷰①]에서는 '그때'의 무대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오늘'의 안소희 무대가 어떠한지를 조명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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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과거 인터뷰에서 캐릭터에 다가설 때, 향기를 찾아본다고 이야기했다. '그때도 오늘2: 꽃신' 속 '여자2'의 향기도 찾았나.
"이 작품이 '핑크톤'이기도 하고, '꽃신'이라는 제목이 있기도 하고, 또 제가 꽃 향을 워낙 좋아한다. 연극 '클로저' 때 앨리스와 잘 어울리는 향을 발견해서, 앨리스로 서는 동안 그 향수를 사용했다. 이번에도 그 향수를 썼다. 핑크 톤과 꽃신의 무드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저만의 시그니처다. 재미있는 것 같다. 이 작품을 하면서 1장은 논개, 2장은 국민보도연맹 사건, 3장은 와이에이치무역사건 등 역사적 배경에 대한 자료를 찾아봤다. 제가 연예계에 일찍 들어와서, 경험이 부족한 부분이 크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보려 한다. 그렇게 이야기와 캐릭터에 가까워지는 것 같다."
Q. '그때도 오늘2: 꽃신'의 무대를 보면 여자1은 무대에 등장해 있고, 여자2가 문을 활짝 열고 "언니야" 하며 등장한다. 그 부담감이 있을 것 같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대사이자, 가장 생각나는 대사로 꼽는 것이 '언니야'이다. 제 등장이고, 제 첫 대사다. 그리고 사투리 대사이기도 하다. '첫 바늘을 잘 꿰어야 하는데'라는 부담이 컸다. 어떻게 '언니야'를 말할지 연구도 많이 했다. 연출님도 '제일 중요하다'라고 부담도 많이 주셨다. 그냥 생각하는 건 딱 들어가기 전 마음이다. 네 가지 이야기 속 '여자1'은 언니도 되었다가, 엄마도 되었다가, 우연히 만난 사람이 되기도 하지만, 그 '언니야'라는 말 속에 다 담겨있는 것 같다. 그래서 무대에 오르기 전 항상 '진짜 반가운 언니를 만나는 거야'라고 생각했다. 설레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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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네 개의 이야기 속 지역이 각기 다르다. 그렇기에 경상도, 충청도 사투리를 모두 익혀야 했다. 그 말들을 찾아가는 과정이 있었을 것 같다.
"말 그대로 찾아갔다. 연출님께서 미팅할 때 배우들에게 숙제를 내주셨다. 충청도, 경상도에 가서 일상을 살고 계신 한 분, 한 분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말을 연구해 오자고. 저는 논산, 부여, 공주를 다녀왔다. 시장에 가서 물건도 사고, 상인 분들과 어르신과 이야기도 나누고 왔다. '실은 이렇게 왔는데 녹음해도 될까요?' 여쭤보고, 녹음해 오기도 했다. 2장에 자매가 대화하는 부분에는 코믹적인 요소가 좀 있지 않나. 그래서 연출님께서 애드리브도 허용해 주시고, 자유롭게 풀어주셨다. 그래서 최양락 선배님의 과거 콩트도 배우들과 함께 보며 억양과 말들을 찾아갔다."
Q. 공연에서 독특했던 지점이 장과 장 사이에 조명이 꺼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보통 암전이 되고, 불이 켜지며 다른 세팅이 쫙 펼쳐지는데 '그때도 오늘2: 꽃신'은 살짝 어두워진 조명 속에서 배우들이 다음 장을 준비하는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또, 그 장에서 주체되지 않은 감정을 서로 안아주고 토닥이고 그러는 모습이 관객에게도 다음 장을 준비할 수 있게 해준 것 같다.
"저도 이렇게 무대가 전환되는 건 처음이라 걱정했다. 처음에는 걱정을 했는데, 정말 도움이 많이 된다. 왜냐하면, 암전되고 백스테이지에서 준비할 때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막 서둘러 준비하고 급하게 나갈 생각만 한다. 그런데 관객이 보실 때, 준비하게 되니 무대 전환 때도 급해지지 않더라. 연출님께서도 '전혀 급할 필요 없다, 급하지 않으려고 보여드리는 거니까, 시간을 충분히 쓰셔라, 충분히 가다듬으셔라.'라고 하셨다. 저희 공연에 감정이 깊은 지점이 많다 보니, 관객도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하실 것 같았다. 그래서 무대 전환 때, 한 템포 쉬어가는 것이 새로운 장이 열릴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처음에는 걱정했는데 지금은 공연 중 제일 좋아하는 요소가 됐다. 저만의 디테일도 넣어봤다. 1장에서 2장으로 넘어갈 때, 여자 2는 의상 전환이 커서 백스테이지에서 갈아입고 등장한다. 저는 2장의 옷을 입은 상태로 '여자 1'을 일으켜드리고, 무대를 정비하고, 달도 보고, 평상에 앉아서 발장구도 치고, '언니 다 갈아입었어?'라고 하며 '똑똑' 두드리기도 한다. 이런 아기자기한 요소들을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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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때도 오늘2: 꽃신'은 네 가지 시대의 네 가지 이야기로 구성된다. 각기 다른 이야기이지만, 과거의 올바른 선택이 다음 세대를 제대로 서 있게 한 것이 아닌가라는 지점에서, 하나로 어우르는 키워드가 있다면 '선택'이 아닐까 생각했다.
"저도 비슷하다. 저는 '한 세대가 한 세대에게'라고 생각했다. 윗세대의 올바른 선택이 아래 세대의 기반이 되기도 하지만, 아래 세대가 위 세대에게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세 번째 장, 1979년 서울에서 수희가 잡화점 주인아주머니에게 '아주머니 잘못이 아니다'라고 위로를 건네지 않나. 그렇게 아랫세대가 윗세대에게, 또 윗세대가 아랫세대에게 서로 위로를 해주는 이야기들이지 않나 생각했다."
Q. 김혜은 배우가 안소희 배우에게 쓴 글에 "노래로 불태운 무대에서 다시 연기로 불태우는 모습 저릿저릿"이라는 표현이 있었다. 그 표현이 '그때도 오늘' 그 자체로 들렸다. 그때의 안소희에게 오늘의 안소희가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
"'네 덕분에 지금도 무대에 있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라고 해주고 싶다. 무대 활동이 재미있었다. 아쉽지는 않았지만, 그리움은 종종 있었다. 배우를 하면서 '앞으로 무대에 설 일은 없겠구나'라고 생각하다가 '연극을 하면 무대에 설 수 있잖아'라고 생각했다. 그때 어린 안소희 덕분에 무대의 맛을 알아서 오늘의 제가 연극을 해보고 싶다고 한 이유 중 하나가 됐다. 저도 제가 용기를 내준 것에 감사하다. 배우 안소희로도, 사람 안소희로도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클로저'의 제안을 받았다. 그때라서 더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2023년 12월에 '클로저' 제안을 받았는데, 그때가 아마 제가 배우로 전향한 지 약 10년째가 되었을 때였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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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도전하기까지 결단력이 빠른 편인가.
"엄청나게 고민한다. '한다면 어떨까, 안 한다면 어떨까?' 모든 상상을 다 해본다. (MBTI의) N답게. 다 생각하고 난 후에, 아쉽지 않을 정도로 많이 생각한 후에, 그때 시작한다. 그러면 다 생각해 본 일이기에 주춤하지 않고 나갈 수 있는 것 같다."
Q. 오늘의 안소희가 무대 위에 선 세 번째 연극 작품이다. '클로저', '꽃의 비밀', 그리고 '그때도 오늘2: 꽃신'까지. 배우 안소희에게 어떤 시간으로 기억될까.
"'클로저'는 첫 작품, 배우로 선 첫 무대, 저의 첫 연극이었다. 처음이라는 소중함이 큰 작품이다. 생각하면 설렘이라는 단어가 같이 떠오른다. 정말 고마운 작품이다. 처음인데, 너무 좋은 팀을 만났다. 연출님부터 스태프들, 동료 배우들 모두 함께한 경험이 너무 좋아서 연극을 계속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재미 덕분에 바로 '꽃의 비밀'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꽃의 비밀'은 장진 감독님의 정통 코미디 장르의 작품이다. 장르적으로 한 단계 커질 수 있게 도와준 작품이다. '코미디가 제일 어렵다'라고 말씀하시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꽃의 비밀'에서 티키타카의 맛에 대해 정말 많이 배웠다. 그걸 저에게 알려준 작품이다. 그 작품이 있었기에 '그때도 오늘2: 꽃신'의 티키타카를 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때도 오늘2: 꽃신'은 저에게 성장통을 준 작품 같다. 힘들고, 아팠고, 그러면서 튼튼해지고, 단단해졌다. 이 시간이 저에게 꽃신을 신겨준 작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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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세 편의 공연을 무대 위에서 선보였다. 오늘의 안소희가 더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연극은 앞으로도 계속 함께하고 싶다. 그런데 연극을 시작하고 2년 동안 연극 무대에서만 보여드려서, 이제는 매체 연기를 해보고 싶다. 영화, 드라마 속에서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고, 하고 싶다. 2년 동안 배우고 느낀 것들을 통해 조금 달라진 생각들을 매체에서 보여드릴 제 모습이 저 역시도 궁금하다. 어릴 때부터 한복을 참 좋아했는데, 이번 작품에서 잠깐이라도 입고 등장해서 참 좋았다. 사극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단단해진 안소희를 보면서 다시금 '어머나'라는 놀람이 이어진다. 무대 위에서 본 안소희는 그 누구보다 뜨거웠다. '여자2'라는 캐릭터를 자신의 그릇에 잘 담아서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욕심과 열정과 마음이 무대의 온도를 높였다. 그 뜨거운 온도에 관객은 몸을 무대 쪽으로 한 뼘 더 기울인다. 그렇게 호흡하는 사이, 안소희는 '배우'로 한 걸음 나아간다. 그 시간이 보여줄 앞으로의 '배우 안소희'를 더 기대하게 하면서 말이다.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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