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사이로 바람 소리만 스치는 산길을 걷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시야를 가득 채우는 거대한 황금빛 불두와 마주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순간 시선이 멈추고 잠시 호흡을 고르게 되지만, 이내 부드러운 표정이 주는 분위기 덕분에 마음이 차분해진다.
와우정사 불두 / 용인관광 홈페이지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해곡동 연화산 자락, 48개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선 곳에 자리한 와우정사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사찰과는 다른 풍경으로 방문객을 맞는다. 입구에서부터 시선을 끄는 것은 높이 8m의 불두(佛頭)다. 이 불두에는 황동 5만 근이 들어갔으며, 본래 머리 부분만 있던 불상에 최근 돌을 쌓아 가슴 부분을 조성해 한층 장엄한 형상을 갖추게 됐다.
와우정사는 1970년 실향민인 해월삼장법사가 민족 화합과 통일의 염원을 담아 세운 호국 사찰이다. 대한불교 열반종의 본산이기도 한 이곳에는 세계 각국에서 들여온 3000여 점의 불상이 봉안돼 있어 한 공간에서 다양한 불교문화를 접할 수 있다. 사찰 안으로 들어서면 먼저 높게 솟은 돌탑들이 눈에 들어온다. 세계 각지의 불교 성지에서 가져온 돌을 하나하나 쌓아 올렸다는 통일의 돌탑은 그 형상만큼이나 간절한 바람을 상징한다. 돌탑 옆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누워 있는 부처를 지키는 사천왕상을 지나 열반전에 닿는다.
와우정사 풍경 / 용인관광 홈페이지
열반전 내부에는 와우정사의 상징으로 꼽히는 ‘누워 있는 석가모니 부처님(와불)’이 자리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들여온 통 향나무를 이음새 없이 다듬어 조각한 이 와불은 길이 12m에 이르며, 세계 최대 규모의 나무 부처상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돼 있다. 은은한 나무 향이 감도는 공간에서 평온하게 눈을 감은 부처의 모습은 관람객에게 고요한 여운을 남긴다.
와우정사의 또 다른 특징은 인도, 미얀마, 스리랑카, 태국 등 불교 국가들에서 들여온 다양한 불상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본체는 백옥, 좌대는 청옥으로 정교하게 조각됐다는 석가모니 불고행상은 희귀한 불상으로 소개된다. 연화산의 사계절 풍광과 이국적인 불상들이 어우러지며, 종교를 넘어 예술적 가치와 평화의 메시지를 느껴볼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사찰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입장료와 주차료가 모두 무료라 가족 단위 방문객이나 가벼운 산책을 즐기는 이들도 부담 없이 찾기 좋다. 다만 사찰 내부는 완만한 경사 구간과 계단이 어우러져 있어 걷기 편한 신발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도심 근교에서 세계 불교문화의 다양한 면모를 경험하고 싶다면, 연화산 자락의 와우정사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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