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포스코그룹 장인화 회장의 장기 성장을 향한 청사진이 성과로 드러나고 있다. 리튬 가격 하방기에 선제적으로 투자한 해외 리튬 광산의 안정적인 수요처를 마련했고, 본업인 철강도 고부가가치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며 경쟁력을 높였다. 최근 중국·일본산 철강 제품에 반덤핑 무역구제조치가 발표된 만큼 포스코의 철강 사업에도 훈풍이 불 것으로 기대된다.
26일 포스코그룹에 따르면, SK온과 올해부터 2028년까지 최대 2만5000t 규모의 리튬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전기차 약 40만 대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이다. SK온은 계약 물량을 북미·유럽 전기차 배터리 프로젝트에 주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번 계약은 포스코그룹이 2024년 아르헨티나 리튬 상업 생산체제를 구축한 이후 최대 공급 계약 규모다. 리튬의 장기 수요처를 확보함과 동시에 고품위 리튬 생산 기술력을 입증하게 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SK온 역시 글로벌 이차전지 공급망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핵심 원료인 리튬의 수급 안정성을 강화했다.
장 회장은 이차전지소재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체적인 공급망 확보를 추진했다. 리튬 시장의 성장을 전망하고 해외 리튬 자원을 선제적으로 확보했다. 지난해 11월 호주 미네랄 리소스(Mineral Resource)의 리튬 광산 지분을 인수하고, 캐나다 리튬사우스(LIS)의 아르헨티나 염호 인수를 결정했다. 두 광산에 투자한 비용은 약 1조2000억원이다.
장 회장의 해외 광산 투자는 캐즘을 기회로 삼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우량 자원을 선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리튬 가격은 반등하고 있다.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kg당 7달러대였던 리튬 가격은 현재 17.77달러로 두 배 이상 올랐다.
특히 SK온과의 이번 계약으로 리튬 원료의 안정적인 수요처를 마련하게 됐다. 계약 소식이 전해진 25일 포스코홀딩스는 52주 최고가를 달성하고 40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회장의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구축 전략이 본격적인 성과 창출 단계에 진입하면서 투자자의 관심을 끈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장 회장에게 올해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장 회장은 2024년 3월 신임 회장으로 선임된 이후 철강 사업과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그룹의 쌍두마차’로 비유하며 두 사업을 모두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하지만 보호무역주의와 중국발 철강 공급 과잉,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 등 구조적 악재가 지속되며 양대 사업 축이 모두 영향을 받았다. 올해는 그룹 전반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등 가시적 성과가 필요한 상황이다.
장 회장은 비상한 각오를 드러냈다. 올해 첫 그룹 경영회의에서 “위기 속 실행력을 바탕으로 미래 성장 투자의 결실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경영 키워드로 ‘압도적 실행력’과 ‘성과 창출’을 제시하며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을 선언했다. 과감한 체질 개선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고 미래 투자에 대한 결실을 수치로 입증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실제 철강 사업의 체질 개선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철강 제품을 개발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전략이다. 장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미래 산업에 필수적인 제품 포트폴리오를 완성함으로써 시장 리더십을 한층 강화하고 수익 구조를 최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스코가 최근 개발한 함정용 고연성강과 방탄강이 고부가가치 철강 개발의 대표적 성과다. 고연성강은 늘어나는 성질이 일반강보다 높은 강재로 외부 충격이나 하중이 가해졌을 때 쉽게 파단되지 않고 늘어나거나 변형되는 성질을 가진다. 포스코는 지난 1월 한국선급(KR)으로부터 두 제품의 선급 인증을 획득했다.
포스코가 새로 선보인 고연성강은 기존 조선용 후판 강재보다 연신율을 35% 이상 향상시켰다. 실제 함정 충돌 시뮬레이션 결과 충격 흡수율이 약 58% 향상됐다는 평가다. 이를 통해 선박이나 부유체와의 충돌 시 손상을 최소화하고 함정의 생존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방탄강은 기존 조선용 후판 강재 대비 두께를 약 30% 줄였다. 함정 상부의 조타실·레이더·첨단 무기체계 집중 구역 등에 방탄강을 적용해 방호 성능을 확보하는 한편, 상부 구조를 경량화해 선체 흔들림에 대한 저항성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포스코는 철강 원가 혁신과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를 추진하는 그룹 방향에 맞춰 기술 개발을 가속할 방침이다. 포스코 기술연구원을 중심으로 생산·품질·마케팅 등 사내 전 부서가 원팀 체계로 협력하는 신소재 개발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현장과 연구소가 모두 참여해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이고 혁신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해외 저가 철강재 유입으로 가격경쟁력 저하와 수익성 악화의 이중고를 겪던 업계 상황도 개선될 전망이다. 산업통상부 무역위원회는 중국·일본발 열연제품 덤핑 수입으로 인해 국내 산업에 실질적인 피해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무역위는 일본산 31.58%~33.43%, 중국산 28.16%~33.10%의 반덤핑 관세를 매길 것을 재정 당국에 요청하기로 했다. 재정경제부 장관이 이를 승인하면 올해 상반기부터 관세가 부과될 전망이다.
동시에 무역위는 중국 6개, 일본 3개 열연 생산 기업에 대해 재경부 장관에게 ‘가격약속’을 수락해 달라고 건의하기로 했다. 가격약속은 수출 기업이 자발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면 반덤핑 관세를 물지 않게 하는 제도다. 해당 기업들은 사전에 보고한 인상가대로 수출하고 이행 여부를 매 분기 확인받아야 한다.
열연강판은 냉연·강관 등 하방 철강 제품 제조와 자동차·조선·기계·중장비 등 국내 제조업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원재료다. 무역위원회는 가격약속이 차질 없이 이행될 경우 국산 출하량이 100만t 이상 증가하고 시장 점유율도 8.9%p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저가 수입 물량이 줄어들 경우 국내 업체의 가격 협상력이 회복되고 시장 가격도 안정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의 실적도 올해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포스코는 지난해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도 원가관리와 비용 절감을 통해 영업이익을 개선했다. 매출은 35조11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6.8%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조7800억원으로 20.8% 증가했다. 정부의 반덤핑 조치 시행 이후 본격적인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반덤핑 조치로 국내 열연시장의 공정 경쟁 환경이 조성되고, 생산자·수입자·수요산업 등 국내 열연산업 생태계가 함께 발전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국내 시장의 수급 안정화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판매 정책을 운영하고 국내 수요산업과 상시 소통해 상생협력 기반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