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김울프의 K-지오그래피…수영만 요트장, 바람을 쫓던 기억-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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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IBE] 김울프의 K-지오그래피…수영만 요트장, 바람을 쫓던 기억-②

연합뉴스 2026-02-26 10:56:1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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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합니다.]

수영만 풍경 수영만 풍경

[김울프 작가 제공]

◇ '수영(水營)'이라는 이름, 강과 만이 만든 도시의 얼굴

'수영'이라는 이름은 조선시대 수군(水軍) 진영이 있던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널리 알려져 있다. 수군이 주둔한 영(營)에서 '수영'(水營)이라는 이름이 생겨났고, 그 지명이 지금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오늘날 수영강은 부산 동부를 관통해 흐르는 대표적인 도심 하천이다. 서부 부산에 낙동강이 있다면, 동부 부산에는 수영강이 있다.

수영강의 최하류, 바다가 강을 품어 안는 지점에 수영만이 자리 잡고 있다. 바로 이곳이 해운대와 광안리, 두 개의 해수욕장을 잇는 관문과도 같은 공간이다. 수영만에서 고개를 돌리면 해운대 해변과 광안리 해변, 그리고 부산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로 높은 산인 장산(634m), 황령산(427m)이 시야에 들어온다. 남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오륙도와 이기대 해안절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육지의 산과 도시, 바다의 섬과 절벽이 한 프레임 안에 들어오는 드문 풍경이다.

수영강의 최하류, 바다가 강을 품어 안는 지점에 수영만이 자리 잡고 있다. 바로 이곳이 해운대와 광안리, 두 개의 해수욕장을 잇는 관문과도 같은 공간이다. 수영만에서 고개를 돌리면 해운대 해변과 광안리 해변, 그리고 부산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로 높은 산인 장산(634m), 황령산(427m)이 시야에 들어온다. 남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오륙도와 이기대 해안절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육지의 산과 도시, 바다의 섬과 절벽이 한 프레임 안에 들어오는 드문 풍경이다.

'만'(灣, bay)은 바다가 육지 속으로 깊게 파고들어 만들어진 지형이다. 만을 둘러싼 육지는 바람과 파도를 완전히 막지는 못해도, 그 세기를 적당히 줄여 준다. 이런 지형은 오래전부터 안전한 어업과 정박에 유리해 사람들이 모여 살기 좋은 자리로 여겨졌다. 해상 무역이 발달한 뒤에는 큰 배가 드나들고 대기할 수 있는 항구가 됐고, 근대 이후에는 군항과 상업항의 요충지가 되기도 했다.

해운대와 광안리 앞바다는 수심이 비교적 얕아 10m 안팎에 머무는 구간이 많다. 대형 상선이 입출항하기에는 수심이 부족하지만, 요트 경기 목적의 부이를 설치하거나 닻을 내리기에는 오히려 이상적인 조건이다. 먼바다의 거친 파도 대신, 어느 정도 보호받는 만(bay) 안쪽은 초보자와 선수 모두에게 적당한 긴장과 안전을 함께 제공한다. 정박 시설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보이면서도, 상선의 왕래가 잦지 않아 방해를 덜 받는 바다는 그리 흔치 않다. 수영만은 이 여러 조건이 우연처럼 겹친 자리다.

수영만에서 바라본 스카이라인 수영만에서 바라본 스카이라인

[김울프 작가 제공]

◇ 도시 불빛과 돛, 야경이 된 생활의 풍경

'세계에서 가장 야경이 아름다운 나라'라는 말은 과장이지만, 한국의 밤 풍경은 분명 독특하다. 서울의 야경이 수많은 빌딩의 불빛이라면, 부산의 야경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광안대교다.

한때 광안리는 동네 주민들이 산책을 나오는 해변이자, 인근 주민들의 생활 해변에 가까웠다. 그러나 광안대교가 개통된 이후 이곳의 풍경은 전혀 다른 차원으로 확장됐다.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교량의 조명, 수면 위에 반사되는 불빛, 파도와 함께 움직이는 빛의 흔들림이 하나의 거대한 야경을 만들어냈다. 광안리는 이제 젊은 층에 부산을 대표하는 야간 관광지이자, 부산 여행의 이미지 그 자체가 됐다.

요즘 핫 하다는 부산 요트투어 요즘 핫 하다는 부산 요트투어

(부산=연합뉴스) 강선배 기자 = 새해맞이 드론 특별공연을 앞두고 31일 밤 부산 광안리 해변에서 투어 중인 요트에서 폭죽을 터뜨리고 있다. 최근 관광객과 젊은 층 중심으로 광안리의 야경과 폭죽, 드론쇼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요트투어가 인기를 끌고 있다. 2026.1.1
sbkang@yna.co.kr

수영만 요트경기장 뒤편의 마린시티에는 70층이 넘는 초고층 빌딩들이 줄지어 서 있다. 한쪽에는 숱한 돛과 마스트가 솟아 있는 낮은 수면, 다른 한쪽에는 유리 커튼월로 치장한 고층 빌딩 숲이 서 있다. 넓은 수면 뒤로 솟아오른 빌딩의 풍경, 그리고 높은 빌딩에서 내려다보는 탁 트인 바다와 요트경기장의 풍경은 서로를 배경 삼아 이색적인 도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특히 바다 위에서 도시를 바라보는 '요트 투어'는 이제 부산을 대표하는 해양 레저 상품이 됐다. 해가 기울며 하늘빛이 시시각각 변하는 저녁 무렵, 배는 광안대교 아래를 지나며 해운대와 광안리, 마린시티의 불빛을 차례대로 보여 준다. 배는 계속 움직이지만, 그 위에 서 있는 사람의 마음은 잠시 멈춰 풍경에 머문다. 해안선을 멀리서 바라보는 경험은 늘 특별하다.

수영만 바다에서 도시를 바라보고 있으면, 빽빽하게 들어선 건물들이 마치 서로를 의지하며 사이좋게 모여 사는 존재처럼 보이기도 한다. 도시 안에서 바쁘게 살아갈 때는 느끼지 못했던 묘한 안도감이, 바깥에서 도시를 조용히 바라볼 때 찾아온다. '저 안으로 다시 들어가야 하지만, 잠시 이렇게 떨어져 바라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휴식이 된다.

◇ 경기장에서 생활 광장으로, 다시 새 옷 입기까지

수영만 요트경기장이 지어진 지 어느덧 40여 년이 흘렀다. 그동안 이곳은 국제 요트 대회의 현장이자, 시민들의 생활 문화가 뒤섞인 공간이었다. 각종 세계 및 아시아 요트 대회가 열렸고, 한국 선수들이 바람을 읽고 파도를 타는 감각을 키워 온 훈련장이기도 했다.

부산 전시컨벤션센터(BEXCO)가 2001년 개관하기 전까지, 수영만 요트경기장 인근의 부산무역전시관(1994 개관)은 대형 전시와 행사가 열리던 공간이었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최신 모델을 선보이던 모터쇼, 각종 산업 박람회가 이 주변을 가득 채운 적도 있다.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옛 부산무역전시관)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옛 부산무역전시관)

[김울프 작가 제공]

요트경기장 본관 앞, 성화봉송대가 있는 중앙 광장은 오랫동안 '부산국제영화제'의 개·폐막식 무대이자 야외 상영관으로 사용됐다. 빨간 카펫과 조명등이 설치된 날이면, 스크린 뒤편으로 어렴풋이 보이는 바다와 돛대가 영화제의 또 다른 배경이 되곤 했다. 각종 마라톤·걷기 대회가 이곳을 출발·도착지로 삼기도 했다. 경기장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시민의 축제와 일상이 겹치는 광장이 된 셈이다.

그러나 40여 년의 세월 동안 수영만은 여러 번의 태풍과 해풍을 정면으로 맞았다. 소금기를 머금은 바닷바람은 콘크리트와 금속 구조물을 조금씩 갉아먹는다. 곳곳에서 구조물이 노후화되고, 일부 시설은 본래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울 만큼 손상됐다.

수영강 하류에 위치한 만큼, 강에서 흘러 내려온 퇴적토가 바닷속에 쌓이는 문제도 심각해졌다. 한때 수심 8m를 유지하던 마리나는 일부 구역에서 1.5m도 되지 않을 만큼 얕아진 곳이 생겼다. 키일(선체 아래쪽의 깊은 부분)이 있는 요트는 입출항 시 좌초 위험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바다 위에서 활동해야 할 공간이 점점 얕고 좁아진 것이다.

오랜 논의 끝에, 수영만 요트경기장은 결국 한동안 문을 닫고 대규모 재정비와 재개발을 거치기로 했다. 다른 용도로 완전히 바꿔 버리는 것이 아니라, 본래의 기능인 요트경기장과 마리나, 시민의 해양 공원이라는 역할을 유지하면서 시설과 구조를 '새 옷으로 갈아입히는' 방향이다.

재개발이 시작된 요트 경기장 재개발이 시작된 요트 경기장

[김울프 작가 제공]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되기 전, 나는 오랫동안 발자국을 남겼던 이 공간을 천천히 걸었다. 어린 시절, 수업이 끝난 뒤 학교 가방을 집에 던져 놓고 뛰어가던 길을 따라 다시 걸었다. 계류장 난간에 기대 서서 하릴없이 수면을 바라보던 자리, 겨울바람을 맞으며 손을 비벼 가며 돛을 접던 자리, 여름 장대비 속에서도 연습을 멈추지 않던 기억이 한 겹씩 포개졌다.

이제 곧 이곳의 모습은 바뀔 것이다. 오래된 계단과 벤치, 마모된 바닥과 녹슨 난간은 사라지고, 새로운 구조물과 장비가 들어설 것이다. 하지만 눈을 감으면, 여전히 예전의 수영만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때의 바람과 파도, 햇빛과 소금 냄새가 기억 속에서 다시 불어온다.

수영만 요트경기장은 다시 한번 '출항'을 준비하는 중이다. 바다와 도시, 삶과 휴식이 교차하는 이 공간이 새로운 옷을 입고 어떤 풍경을 보여 줄지, 오래 이곳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조용히 기대하게 된다.

쫓기는 마음이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자리, 바다 위에서 마음을 쫓아가 보던 그 경험이 앞으로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 오래 머물기를 바라면서.

김정욱 (크루 및 작가 활동명 : KIMWOLF)

▲ 보스턴 마라톤 등 다수 마라톤 대회 완주한 '서브-3' 마라토너, 100㎞ 트레일 러너 ▲ 서핑 및 요트. 프리다이빙 등 액티비티 전문 사진·영상 제작자 ▲ 내셔널 지오그래픽·드라이브 기아·한겨레21·주간조선·행복의 가득한 집 등 잡지의 '아웃도어·러닝' 분야 자유기고가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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