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지난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병원·시설 중심 돌봄에서 벗어나 집에서 일상·의료·요양·돌봄을 연계 제공하는 ‘통합돌봄지원법’을 3월 27일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시행을 앞두고 현장준비는 물론 국민 중 2명 중 1명은 통합돌봄을 모를 정도로 인식도 낮습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통합돌봄의 구조적 문제와 현장의 준비상황을 짚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목차
①초고령사회 필수 정책 통합돌봄…‘국민인식·인력·돈’ 모두 부족
②통합돌봄 해외사례
③[지금 현장에서는] 서울 성동구
④통합돌봄 전문가 좌담
⑤[인터뷰] 유애정 국민건강보험공단 통합돌봄정책개발센터장
⑥[인터뷰] 이용규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장
⑦[인터뷰] 이주열 남서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
혼자 거주하시는 할머니를 둔 손녀의 마음으로 동주민센터 문을 열었다.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돌봄을 통합 제공하는 ‘통합돌봄’. 취지는 알지만 정작 무엇을 지원받을 수 있고 어디서, 어떻게 신청해야 하는지 막막했다. 본격적인 통합돌봄 시행을 앞두고 직접 현장을 찾았다.
■“통합돌봄 상담은 어디서 받나요?”
평일 오전 찾은 동주민센터. 안내데스크에 통합돌봄상담을 받고 싶어 왔다고 하자 직원은 ‘복지돌봄과’를 가리켰다. 데스크 내부 행정직원들의 자리로 보이는 곳이었다. 하지만 ‘통합돌봄 전담창구’라는 표식은 물론 ‘통합돌봄’이라는 안내문조차 눈에 띄지 않았다. 시민이 한눈에 찾을 수 있는 구조는 아니었다.
■상담·신청 가능했지만 서비스는 ‘제각각’
상담은 비교적 친절하게 진행됐다. 담당자는 통합돌봄을 신청하려는 이유부터 물었다. 대상자의 나이와 현 소득, 기초연금 수급 여부 등 기본적 상황을 하나씩 확인한 뒤 책상 옆 안내책자를 꺼내 들었다.
“이 경우엔 서비스 대상이 안 될 수도 있고요. 영구적으로 지원되는 게 아니라 돌봄이 필요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신청해야 합니다.”
현장에서 받은 안내책자는 사업별로 나뉘어 있었다. 대상기준과 신청서류 또한 각각 달랐다. 필요한 서류를 미리 준비하면 신청까지 가능했지만 기대했던 것처럼 쉽게 ‘통합’적으로 처리되는 구조는 아니었다. 서비스마다 담당자가 달랐고 개별제도의 요건을 각각 통과해야 했다.
여러 돌봄서비스를 총괄해 설계해 주는 ‘통합창구’라기보다는 기존에 운영되던 사업을 한자리에서 안내하는 방식에 가까웠다. 통합돌봄은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돌봄·보건·요양제도를 대상자의 상황에 맞게 연계하는 구조인데 시민이 ‘하나의 창구’로 인식하기에는 다소 어렵게 느껴졌다.
■가장 큰 장벽은 ‘정보접근성’...홍보도 부족
무엇보다 통합돌봄제도를 설명하는 별도의 홍보물은 찾기 어려웠다. 제도를 알고 찾아온 경우가 아니라면 제도의 유무조차 알기 어려웠을 것이다.
어르신들이 스스로 정보를 찾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면 과연 대상자인 어르신들이 제대로 이용할 수 있을지. 두툼한 안내문을 받아 들고 주민센터를 나서는 길, 통합돌봄을 통해 무엇이 달라지는지 체감하기는 쉽지 않았다.
■인력은 ‘준비 중’
인력 또한 부족해 보였다. 방문 당시 자리에 있던 인력은 단 한 명뿐이었다. 이후 동일한 내용으로 전화상담을 시도했을 때는 담당자가 기존 업무로 자리를 비워 추후 연락을 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서울시의 상황도 이런데 다른 지방자치단체는 어떨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여전히 구축단계…현장 체감 어려워
구청에 들러 통합돌봄 운영상황을 확인했다. 관련 부서를 찾기 위해 한참을 둘러보자 안내 직원이 먼저 말을 건넸다. 다른 층으로 이동하라는 안내를 받고 도착한 곳에는 통합돌봄과가 설치돼 있었다. 단 상담창구를 알리는 표식은 부족했다.
주민센터보다는 ‘통합돌봄과’라는 전담조직이 체계적으로 구성돼 있었고 민관합동 실무자특강도 진행하는 등 나름대로 제도 시행 준비가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정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229개 시·군·구 중 194개 지역이 기반 조성을 완료했다지만 현장에서 체감한 준비상황은 여전히 ‘구축단계’에 가까웠다.
■시민이 체감하는 통합돌봄이 되려면
상담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어르신들이 과연 이 제도를 알고 실제로 이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통합돌봄은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정책이 아니라 기존 돌봄·보건·요양제도를 한 사람의 삶을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전달체계 개편에 가깝다. 따라서 서비스별 신청과 판정이 분리돼 있는 구조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시민의 이용경험이다. 제도를 알고 찾지 않으면 접근하기 어려운 안내체계, 전담창구로 체감하기 힘든 상담구조, 제한된 인력은 ‘연계 중심 정책’의 효과를 현장에서 반감시킬 수 있다.
통합돌봄이라는 정책목표는 제도 자체가 아니라 시민의 이용경험 속에서 완성된다. 동합돌봄 경로에 대한 가시성 확보, 충분한 상담인력 배치, 대상자가 이해할 수 있는 정보제공방식 개선 등이 함께 이뤄져야 비로소 통합돌봄이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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