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필수 정책 통합돌봄…‘국민인식·인력·돈’ 모두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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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필수 정책 통합돌봄…‘국민인식·인력·돈’ 모두 부족

헬스경향 2026-02-26 10:03:12 신고

3줄요약
정부, 지원법 시행 선언했지만
지자체마다 예산·인력 확충 등 문제 지적
재택의료에 실려있는 무게추, 실행기반 충분치 않아
국내 전문 돌봄인력 1인당 200~500명 턱없이 부족
중복사업 정리·의료기관 참여구조 개선 등 선행돼야

우리나라는 지난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병원·시설 중심 돌봄에서 벗어나 집에서 일상·의료·요양·돌봄을 연계 제공하는 ‘통합돌봄지원법’을 3월 27일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시행을 앞두고 현장준비는 물론 국민 중 2명 중 1명은 통합돌봄을 모를 정도로 인식도 낮습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통합돌봄의 구조적 문제와 현장의 준비상황을 짚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①초고령사회 필수 정책 통합돌봄…‘국민인식·인력·돈’ 모두 부족
②통합돌봄 해외 사례
③[지금 현장에서는] 서울 성동구
④통합돌봄 전문가 좌담
⑤[인터뷰] 유애정 국민건강보험공단 통합돌봄정책개발센터장
⑥[인터뷰] 이용규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장
전문가들은 통합돌봄이 꼭 필요한 정책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인력 확충 ▲유사·중복사업 정비 ▲안정적 재원(기금) 마련 등 기반을 먼저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일러스트=경향DB)
전문가들은 통합돌봄이 꼭 필요한 정책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인력 확충 ▲유사·중복사업 정비 ▲안정적 재원(기금) 마련 등 기반을 먼저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일러스트=경향DB)

통합돌봄의 핵심은 ‘시설이 아닌 평소 살던 지역’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일상 ▲의료 ▲요양 등 돌봄의 이 세 축이 끊기지 않고 연계되는 것이다.

‘일상’은 질병이 생기기 전 생활을 보조하며 기능저하를 막는 예방의 영역, ‘의료’는 질환이 발생했을 때 개입해 치료와 관리를 담당하는 영역이며 ‘요양’은 회복이 쉽지 않은 단계에서 기능을 유지하고 삶의 질을 관리하며 집에서 생의 마지막을 책임지는 영역이다.

실제로 올해 1월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병원에 오래 입원하지 않아도 집에서 진료와 돌봄이 함께 이뤄질 수 있도록 의료와 돌봄 서비스를 하나로 연결하는 것이 통합돌봄의 목표”라고 선언했다.

문제는 선언과 실행 사이의 간극이다. 통합돌봄은 전국 단위로 시행된다. 하지만 예산·인력확충 등 준비 수준은 지역마다 크게 다르다. 전문가들은 통합돌봄이 꼭 필요한 정책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인력 확충 ▲유사·중복사업 정비 ▲안정적 재원(기금) 마련 등 기반을 먼저 갖춘 뒤 단계적으로 시행해야만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통합돌봄, 지자체 준비가 핵심

통합돌봄 시행으로 돌봄의 권한과 책임이 지방자치단체로 대폭 이양됐다. 대상자 발굴부터 욕구조사, 종합판정, 개인별 지원계획 수립, 의료·요양·돌봄서비스 연계까지 사실상 모든 과정이 지자체의 몫이다. 제도의 성공 여부가 지역행정역량에 달려 있는 것이다.

정부는 준비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복지부가 이달 1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229개 시·군·구 중 194개 지역이 기반 조성을 완료했다. 하지만 현장의 체감은 다르다. 도서·산간지역을 중심으로 서비스연계체계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 곳이 적지 않다. 또 취재 결과 부산시의 경우 기존에 뽑아둔 담당자를 이번 기준인건비 확대분에 섞어 뽑지도 않았으면서 마치 뽑은 것처럼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가 2022년 진행한 연구용역에서는 전국 시·군·구 및 읍·면·동에 1만3000명 이상의 사회복지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현재 확보된 전담인력은 시·도 본청 90명, 시·군·구 본청 1126명, 읍·면·동 및 보건소 4178명 등 총 5394명에 그친다. 이 인원은 육아휴직대체자, 기존 담당자들이 포함된 수치다. 그래도 필요인력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익명을 요청한 통합돌봄 담당 사회복지사는 “직제상 통합돌봄 전담부서를 마련했지만 기존 업무와 겸임 중”이라며 “신규인력 채용은 올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직 사회복지직 공무원 모임인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 이용규 회장은 “통합돌봄의 방향성은 의미 있지만 담당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국내 전문돌봄인력은 1인당 200~500명을 담당하는 데 비해 일본은 50명, 영국은 30~50명 수준으로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구조적 분절 아닌 연계 이뤄져야

문제는 정책설계의 무게추가 ‘의료’, 그중에서도 재택의료에 상대적으로 더 실려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설계와 달리 실행기반은 충분치 않다. 방문진료 시범사업의 경우 참여 가능한 기관은 이미 대부분 참여했고 일부 기존 재택의료센터는 폐업이나 내부사정으로 이탈했다. 지난해 9월 기준 시범사업에 참여한 의원은 1007개로 전체 의원의 약 2.8%에 불과하다 지역 간 편차도 뚜렷하다. 수도권은 지역별로 많게는 7곳까지 재택의료센터가 지정된 반면 경북은 시·군별 평균 1곳 수준에 머문다.

요양영역의 연계가 기대만큼 작동하지 않는다. 방문요양·방문목욕·방문간호가 동일한 장기요양체계 안에 편입돼 있지만 의료적 개입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방문간호 활용은 제한적이다. 1등급 장기요양수급자의 방문간호이용률은 3%대에 그친다. 이용률 저조에는 수가체계, 인력 부족, 서비스 인식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지만 결과적으로 의료와 요양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법은 연계를 명시했지만 현장은 여전히 분절적이다.

강원형 의료돌봄 통합지원모형 구축을 위한 연구를 담당한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석재은 교수는 “노인의 일상과 가장 가까운 재가 장기요양기관이 중심이 돼야 효과적이지만 현재의 단일기관 중심 구조로는 통합돌봄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방문요양·주야간보호·단기보호·방문간호 등을 한 기관 안에서 제공하는 복합재가기관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보시스템 역시 통합속도를 늦춘다. 정부가 구축 중인 통합지원정보시스템(행복e음)은 민간 의료기관이 직접 접근하기 어렵다. 의료기관의 서비스가 행정시스템에 반영되려면 별도의 전달과 입력과정을 거쳐야 한다. 실시간 정보공유가 제한되는 구조에서는 행정과 의료현장 간의 정보단절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인천형 지역통합돌봄모델 설계에 참여한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전용호 교수는 여러 차례 토론회를 통해 “유사한 재택의료·돌봄사업이 명칭만 달리한 채 쪼개져 있고 전달체계 간 연계와 조정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족한 예산, 안정적 공급방안 필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통합돌봄지원법 시행을 앞두고 관련 예산을 기존 777억원에서 1771억원으로 증액했다. 이에 의료접근성이 낮은 재정자립도 하위 80%인 지자체에 한정됐던 ‘취약지역 의료서비스 확충’ 예산을 전 시·군·구로 확대했다.

하지만 예산 증액이 곧 제도 안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현재 의료·요양·돌봄사업은 서로 다른 회계와 기금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고 유사목적사업들이 중복·분절돼 있다. 구조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만 늘어날 경우 행정비용은 증가하는데 현장체감도는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한시적 지원이다 보니 추후 지자체가 인력 충원을 전부 감당해야 한다.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김이배 전문위원은 “향후 안정적이고 충실한 사업추진이 가능한 조직체계, 적정인력 및 사업비와 인프라 확충에 이어 지자체가 사업을 주도할 수 있는 분권형 운영체계에 대한 고민이 요구된다”며 “지자체가 얼마나 통합돌봄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과 재정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핵심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통합돌봄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예산 증액 이전에 ▲중복사업 정리 ▲의료기관 참여구조 개선 ▲정보시스템 개방 등 구조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역사회 통합돌봄법률 마련 연구영역을 담당했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신권철 교수는 “안정적 재원 확충을 위해서는 통합돌봄법에 재원 마련에 대한 사항이 들어가야 한다”며 “돌봄을 받는 데 쓸 수 있는 모든 사람의 생애계좌, 거기에 자신의 돌봄노동이나 국가 지원으로 확보할 수 있는 돌봄포인트를 적립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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