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송도의 야경(페이스북 화면 캡쳐)
인천 연안에 불어오는 바람은 유난히 직선적이다. 갯벌 위에 세워진 도시를 스치며, 그 바람은 단순한 해풍이 아니라 방향성을 지닌 메시지처럼 느껴진다. 이곳은 행정구역상 인천이지만, 정체성은 늘 더 넓은 지도를 향해 있었다. 송도의 바람은 왜 늘 국경을 넘어가려 하는가.
송도는 태생부터 ‘국내용 신도시’가 아니었다. 2003년 출범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송도를 국제업무지구로 설계했다. 외국 기업 유치, 국제학교, 글로벌 의료기관, 국제기구 집적. 도시의 DNA에 ‘글로벌’이라는 코드가 처음부터 삽입됐다. 단순한 주거지 확장이 아니라, 동북아 비즈니스 허브를 목표로 한 실험이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세 개의 축으로 구성됐다. 송도, 영종, 청라. 그중 송도는 상징이었다. 유리 외벽을 두른 고층 빌딩과 국제회의장, 그리고 녹지축을 관통하는 도시 설계는 서울의 위성도시와는 다른 표정을 지녔다. 마치 “이곳은 한국 안의 세계”라고 말하는 듯했다.
바다를 메워 만든 도시라는 점도 상징적이다.
땅은 자연이 준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의지의 산물이다. 인공의 도시이기에 오히려 설계가 분명하다. 송도는 ‘대한민국의 미래 산업 구조’를 시험하는 공간이었다. IT, 바이오, 물류, 국제금융. 이 네 축은 단순한 산업 분류가 아니라 국가 전략의 요약본이었다.
특히 바이오 산업은 송도를 글로벌 무대에 올려놓은 결정적 요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의 대규모 생산시설은 세계 위탁생산 시장에서 의미 있는 점유율을 확보하며, 송도를 ‘바이오 클러스터’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바이오 주권과 공급망 안정이 화두가 되자, 송도의 존재감은 한층 더 부각됐다.
송도의 글로벌 지향은 단지 산업에만 머물지 않는다. 도시 구조 자체가 외국인을 전제로 설계됐다. 국제학교, 영어 사용 환경, 글로벌 회의 유치 인프라. 이는 단순한 외국인 편의시설이 아니라, 도시 정체성의 일부다. 이곳은 서울의 확장판이 아니라, 서울과 다른 논리로 작동하는 실험 공간이었다.
그러나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송도는 진정한 글로벌 도시로 성장했는가.
지난 20여 년 동안 외국 기업 유치와 국제기구 입주는 일정 성과를 거뒀지만, 글로벌 금융 중심지라는 초기 청사진은 아직 완성형이라고 보기 어렵다. 국제 금융사는 서울을 선호했고, 아시아의 자본은 홍콩과 싱가포르로 쏠렸다. 송도는 산업과 주거 기능에서는 성장했지만, ‘세계 자본의 집결지’라는 상징적 지위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럼에도 송도가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지리적 조건에 있다. 인천국제공항과의 접근성, 항만 물류 인프라, 수도권과 연결된 산업 생태계. 이 세 요소는 여전히 강력하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흐름 속에서, 동북아 생산·물류 허브로서의 잠재력은 다시 조명받고 있다.
송도의 바람은 이제 또 다른 국면에 들어섰다. 단순한 외국 기업 유치를 넘어, 디지털 경제와 친환경 산업의 플랫폼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탄소중립, 스마트시티, 디지털 자산 산업 등 미래 산업군을 선점하지 못한다면, 송도의 글로벌 전략은 과거형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도시는 결국 스토리로 완성된다. 뉴욕은 금융, 런던은 역사와 자본, 싱가포르는 효율과 전략. 송도는 어떤 이야기로 기억될 것인가. ‘바다를 메운 신도시’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대한민국이 세계로 나가는 관문’이라는 상징으로 자리 잡을 것인가.
송도의 바람은 오늘도 빌딩 사이를 통과하며 묻는다. 한국은 내수 중심의 안전지대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글로벌 무대에서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
송도의 글로벌 꿈은 도시 하나의 욕망이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 경제 구조가 어디로 향할 것인가에 대한 집약된 질문이다. 바람은 보이지 않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송도의 바람이 세계를 향해 불고 있다면, 그 바람을 타는 것은 도시만이 아니라 국가의 전략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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