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 그늘] 폭력 비리 신고 3년 새 2.4배… 축구·태권도 1, 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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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의 그늘] 폭력 비리 신고 3년 새 2.4배… 축구·태권도 1, 2위

한스경제 2026-02-26 08:00:00 신고

3줄요약
·최근 3개년간 스포츠윤리센터에 접수된 상담신고 건수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AI로 생성한 이미지
최근 3개년간 스포츠윤리센터에 접수된 상담·신고 건수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AI로 생성한 이미지

스포츠는 공정과 노력, 존중의 가치를 상징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오랫동안 묵인돼 온 폭력과 비리, 침묵의 구조가 자리했다. 성적 지상주의와 수직적 위계질서 속에서 문제 제기는 곧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현장을 지배했다. 지도자의 말 한마디가 선수의 진로를 좌우하고, 조직을 떠나는 순간 경력이 끝날 수 있다는 공포는 침묵을 강요하는 장치로 작동해왔다.

한국스포츠경제는 연중기획으로 특정 개인이나 종목의 일탈을 넘어 한국 스포츠 전반에 뿌리내린 구조적 문제를 짚는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반복돼 온 문화는 무엇이었는지, 왜 침묵이 이어졌는지, 그리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질문하고자 한다. 더 건강한 대한민국 스포츠를 위한 성찰과 변화를 모색한다. <편집자 주>

| 서울=한스경제 김성진 기자 | 지도자의 한마디에 선수의 진로가 좌우되고, 팀을 떠나면 선수 생활이 끝날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침묵을 강요받는 구조. 선후배 지도자 간에서도 상명하복의 위계질서로 불합리를 당연히 여겨야 하는 분위기. 국내 스포츠 현장의 폭력과 비리는 오랫동안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됐다.

합숙 중심 훈련, 성적 지상주의, 지도자에게 집중된 절대적 권한은 선수를 보호 대상이 아닌 통제 대상으로 만들었다. 선수나 지도자가 불합리한 행위에 손을 들면, 항명이라는 이름 아래 출전 기회 박탈, 퇴출 등 불이익이라는 공포가 뒤따랐다. 이는 고스란히 신고보다 침묵을 택하게 했다.

2020년 8월 설립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는 '체육의 공정성 확보 체육인의 인권보호'를 위해 운영되고 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체육인의 권익을 대변하고 보호하기 위해 체육계 인권침해 및 스포츠 비리 예방, 스포츠 윤리 확립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중이다.

한스경제는 스포츠윤리센터의 최근 3개년(2023~2025년) 종목별 상담, 신고, 처리 건수의 데이터를 입수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인권침해와 비리 등 두 가지의 대분류로 접수한다. 인권침해는 성폭력, 폭행 등이 포함되어 있다. 횡령, 배임, 승부조작 등은 비리로 분류해서 상담, 신고가 들어오면 사건을 처리한다.

최근 3년의 자료를 보면 피해를 본 체육인들의 침묵에 균열이 보이고 있음을 드러낸다. 스포츠윤리센터 관계자는 “수치가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체육인들이 스포츠윤리센터를 믿고 신고한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종목별로 본다면 복싱과 태권도는 3년 사이에 신고가 수배로 늘었다. 농구와 수영도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축구와 야구 같은 인기 종목은 여전히 높은 상담, 신고 건수를 유지해 상시적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는 특정 종목의 일탈이라기보다 체육계 전반에 뿌리내린 수직적 권력 구조와 폐쇄적 문화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방증한다. 숫자는 단순한 증가 통계가 아니라 스포츠의 이름 아래 정당화돼 온 폭력의 그림자가 더 이상 숨겨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경고다.

◆ 3년간 상담 1만3210건… ‘기타’ 3583건의 의미

3개년 상담 누적 건수는 1만3210건에 달한다. 신고 1건이 1명을 의미하지 않는다. 여러 명이 공동으로 신고할 수 있어 신고인은 그 이상의 숫자가 될 수도 있다. 이는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피해자가 용기 내어 말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은 ‘기타(익명·미선택)’ 항목이다. 2023년 428건이던 해당 건수는 2024년 987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고, 2025년에는 3583건으로 폭증했다. 3년 사이 8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2025년 한 해에만 종목을 특정하지 않거나 밝히지 않은 상담이 3000건을 넘겼다는 점은 단순한 통계적 변동으로 보기 어렵다.

스포츠윤리센터의 2023~2025년 상위 10개 종목별 상담건수
스포츠윤리센터의 2023~2025년 상위 10개 종목별 상담건수

스포츠윤리센터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익명, 가명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즉 신고자가 아직은 보호에 대한 불안을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종목을 밝히는 순간 팀과 지도자, 협회가 특정될 수 있는 구조에서 피해자는 보복과 2차 피해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 폐쇄적인 훈련 환경과 좁은 인적 네트워크 속에서 ‘익명’은 사실상 마지막 방어선이다. 익명 상담의 급증은 보복의 두려움이 여전히 깊게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신고 630건 → 1536건… 3년 새 2.4배 급증

스포츠윤리센터가 접수한 전체 신고 건수는 2023년 630건, 2024년 851건, 2025년 1536건으로 집계됐다. 3년 만에 2.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특히 2024년에서 2025년 사이 1년 증가 폭만 685건에 달한다.

종목별로 보면 증가세는 더욱 뚜렷하다. ▲태권도(43→59→143건) ▲축구(46→91→106건) ▲야구(37→45→70건) ▲복싱(15→17→63건) 등이다. 2025년 기준 신고 상위 종목은 태권도(143건), 축구(106건), 야구(70건), 복싱(63건), 수영(61건) 순이다.

스포츠윤리센터의 2023~2025년 상위 10개 종목별 신고건수
스포츠윤리센터의 2023~2025년 상위 10개 종목별 신고건수

태권도는 2년 사이 3배 이상 급증하며 전체 신고 증가를 견인했다. 복싱 역시 15건에서 63건으로 4배 넘게 늘었다. 신고 증가를 인식 개선의 결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만큼 해당 종목 내부의 구조적 긴장과 갈등이 쌓여왔다는 의미다. 몇몇 종목은 최근 3개년간 신고 건수가 하나도 없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 2배 이상 증가한 조치 요구 건수

3개년간 스포츠윤리센터의 처리 건수는 ▲2023년 609건 ▲2024년 757건 ▲2025년 1250건으로 증가했다. 3년 새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만큼 스포츠윤리센터가 조치요구 처리를 한 횟수도 늘었다. 2023년 176건에서 2025년에는 313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모든 상담, 신고가 징계 등 조치 요구로 귀결될 수는 없다. 증거 부족이나 사실관계 불명확 사례도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조치 요구가 늘어났다는 것은 종목별로 피해 사실이 그만큼 많이 드러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스포츠윤리센터의 2023~2025년 상위 10개 종목별 조치요구 처리건수
스포츠윤리센터의 2023~2025년 상위 10개 종목별 조치요구 처리건수

2025년 신고건수가 상위 5개 종목인 태권도, 축구, 야구, 복싱, 수영의 조치 요구는 각각 태권도 28건, 축구 29건, 야구 9건, 복싱 12건, 수영 9건이었다. 궁도는 2025년 신고건수가 50건이었는데 조치 요구가 11건으로 20%를 넘었다.

박지영 스포츠윤리센터 이사장은 지난 1월 본지와 인터뷰에서 “많은 피해자가 ‘선수나 지도자를 그만둘 각오가 아니면 신고하기 어렵다’고 한다. 윤리와 인권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다. 조사와 징계요구는 시작이고 보호는 끝까지 가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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