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이드 스트럼 뮤트', 사람 말고 욕망이 연주하는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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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이드 스트럼 뮤트', 사람 말고 욕망이 연주하는 기타

엘르 2026-02-26 04:13:55 신고

*** 영화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의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는 누나와 나간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유일한 탈락 팀'이라는 오명을 쓰고 만 뮤지션 지망생 우진(우즈)의 좌절한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사실 뮤지션에 '지망생'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뭐든 음악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라면 싫어도 뮤지션이 되니까요. 우진이 지망하는 건 '성공한' 뮤지션입니다. 음악 기기 수리점을 하는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음악만 하고 싶습니다. 물론 그의 음악은 많은 사랑까지 받아야 하고요.


영화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

영화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


반면 우진의 누나 시은(정회린)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라며 자책하는 동생과 다릅니다. 똑같이 오디션에서 떨어졌지만, 시은은 우진처럼 과거나 미래를 생각하기보다는 당장 하고 싶은 걸 말합니다. 그것은 가게에 널린 고장난 기타를 어항으로 개조하는 일. 모로 가도 쓸모만 있으면 되고, 오디션이 길이 아니라면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된다는 거죠. 하지만 우진은 한참을 우울에서 빠져 나오지 못합니다. 그날 야심한 시각 누군가 우진 홀로 남은 수리점의 문을 두드립니다. 온몸에서 악취를 풍기는 허름한 차림의 남자가 엉망진창이 된 기타 하나를 테이블에 올려 놓습니다. 시은의 솜씨가 좋다는 말을 듣고 수리를 맡기러 왔던 거였어요.


영화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

영화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


우진은 누나의 부재에 발걸음을 돌리려는 남자를 붙잡고 기어이 기타를 떠맡습니다. 수십 개의 부품들을 구해서 수리를 하다보니 기타는 어느새 그럴싸한 모습을 갖춥니다. 우진은 아직 몇 개의 부품이 더 필요한 기타를 튕겨 보는데요. 순간 현기증이 나고 숨이 가빠지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갑자기 낙방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연락이 와요. 관계자는 시은을 찾았지만, 우진은 자신이 가겠다며 수리하던 기타를 들고 방송국으로 향합니다. 기타는 우진이 꿈꿔왔던 음악을 멋대로 연주해요. 여태껏 지망만 해 왔던 '성공한' 뮤지션에 가까워지지만, 기타를 칠 때마다 우진의 몸에는 불에 그을린 것 같은 상처가 하나씩 생깁니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못합니다. 우진이 기타를 연주하는 건지 기타가 우진을 연주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상황까지 치닫습니다. 그때, 기타의 주인 남기(저스틴 민)이 다시 우진 앞에 나타납니다.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는 '불'과 '기타'의 이미지를 활용해 강렬하지만 순간적인 우진의 광기를 보여줍니다. 불은 땔감만 있으면 점점 크고 화려하게 번지지만 결국 모든 것을 재로 만들어버리죠. 우진은 저주받은 기타를 땔감으로 삼아 음악이라는 화염을 만든다고 생각했습니다. 온몸을 잠식해가는 상처가 신경쓰이지만 크게 중요한 건 아니라고 믿었을 거예요. 그러나 사실 우진은 욕망의 땔감이 됐을 뿐이었죠. 이루어지지 않는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인간의 이야기는 흔합니다. 단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는 독특한 미장센과 우즈의 음악으로 차별화를 꾀합니다. 숱한 명작 컬트 영화들에 영감을 받은 듯한 왜곡된 이미지와 보기만 해도 숨가쁜 속도감이 작품의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영화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

영화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는 우즈의 첫 정규 앨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들어졌지만, "영화는 영화대로 재미있었으면 좋겠다"는 박세영 감독의 바람대로 일정 수준의 영화적 성취를 확보했습니다. 일부러 낡은 촬영 기기를 공수하고, 카메라 앞에서 토치를 쏴 가며 일그러진 질감으로 완성한 미장센도 볼거리입니다. 오로지 '욕망'이라는 한 단어에 집중한 서사는 감독이 닦은 길 위를 질주합니다. 주연 우즈와 정반대의 평행 세계를 사는 듯한 우진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요? 기타 주법에서 제목을 따온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는 26일 개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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