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우리 뇌의 감각 처리 회로는 어린 시절 완성된 뒤 고정된다는 통념이 깨졌다. 성인기에도 뇌가 스스로 회로를 재구성하며 감각 인지 정밀도를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세대학교는 정은지 교수팀과 고재원 DGIST 교수팀이 공동 연구를 통해 성인기에도 뇌의 ‘감각 검문소’ 역할을 하는 시상망상핵(TRN) 회로가 정교하게 재편, 이 과정이 고해상도 감각 인지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지난 17일 국제 학술지 Neuron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TRN은 외부 자극이 대뇌 피질로 전달되기 전 정보를 선별·조절하는 핵심 중계 지점이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이 회로가 아동기 ‘결정적 시기’를 지나면 고정된다고 봤지만, 연구팀은 생쥐 모델을 통해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TRN 회로가 다시 조직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성인기에 접어들수록 TRN으로 유입되는 특정 흥분성 신호가 줄어들고, 그 결과 미세한 촉감 차이를 구별하는 능력이 오히려 강화됐다. 연구진은 이를 단순한 경험 축적이 아닌, 성인 뇌가 불필요한 감각 신호를 걸러내고 중요한 정보만 선명하게 남기기 위해 회로 수준에서 최적화를 수행하는 ‘능동적 성숙 과정’으로 해석했다.
이 변화의 핵심 분자로는 시냅스 접착 단백질 LRRTM3가 지목됐다. TRN에 많이 분포하는 이 단백질은 신경세포 간 연결 강도를 미세하게 조절해 성인형 감각 처리 모드 전환을 돕는다. 실제로 LRRTM3 유전자를 제거한 생쥐에서는 성인기에 나타나야 할 회로 정교화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고, 촉각 변별 능력도 크게 떨어졌다.
이번 발견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 ADHD, 조현병 등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감각 정보 처리 이상을 ‘행동 문제’가 아닌 성인기 뇌 회로 성숙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과학적 토대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진은 성인 뇌 가소성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만큼, 향후 감각·인지 기능 회복을 겨냥한 회로 기반 치료 전략과 디지털 재활 기술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열렸다고 설명했다.
정은지 교수는 “성인기 이후에도 뇌가 감각 회로를 재설계한다는 점을 분자 수준에서 입증했다”며 “고령화 사회에서 감각·인지 기능 저하를 되돌릴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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