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최진승 기자] 국립중앙박물관이 26일 서화실을 새롭게 단장해 공개한다. 전시 구성과 운영 방식, 공간 디자인을 전면 개편해 고전 서화의 가치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상설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번 재개관의 핵심은 상설성과 기획성을 결합한 시즌제 운영이다. 박물관은 연 3~4회 교체 전시를 진행하며, 교과서에 수록된 명품과 한국 미술사를 대표하는 작품 2~3점을 ‘시즌 하이라이트’로 선정해 집중 조명한다. 동시에 특정 작가와 시대를 심층적으로 다루는 주제전시를 병행해 관람의 밀도를 높인다.
재개관 첫 주제전시는 ‘겸재 정선! 아, 우리 강산이여!’다. 조선 진경산수의 새 지평을 연 정선 탄신 35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로, 보물 ‘신묘년풍악도첩’을 비롯해 보물 10건을 포함한 70건의 작품을 선보인다. 노년기의 역작 ‘박연폭포’도 함께 공개돼 정선 예술의 정수를 조망한다. 정선과 교유하며 인물화와 풍속화 영역을 확장한 조영석의 ‘설중방우도’ 역시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전시는 ‘서화동원’의 전통적 인식에서 출발한다. 도입부에는 김정희의 ‘세한도’ 필획을 확대한 타이틀 벽을 배치해 글씨와 그림의 경계를 사유하도록 유도한다. 서화 1~4실로 구성된 전시 공간 가운데 1실은 서예, 2~4실은 회화를 중심으로 재편했다.
서예실은 ‘글씨는 곧 그 사람’이라는 관점 아래 안평대군, 한호, 김정희, 정약용 등의 필적을 통해 인물의 정신성과 예술세계를 함께 조명한다. 회화실은 기존의 시대·장르 구분을 넘어 ‘감상’과 ‘실용’이라는 기능적 성격에 주목했다. 전 신잠의 ‘탐매도’, 김명국의 ‘달마도’, 이명기의 보물 ‘서직수상’, 궁중장식화 ‘일월오봉도’와 ‘모란도’ 등을 통해 조선 회화의 다층적 면모를 보여준다.
올해 주제전시는 정선전에 이어 ‘단원 김홍도, 시대를 그리다’, ‘추사 김정희와 그의 시대’, ‘조선 모더니즘: 조선 말기의 회화’로 이어진다. 주요 작가와 시대를 단계적으로 조망하며 한국 서화사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제시할 계획이다.
공간 디자인은 먹빛과 한지의 색감을 기본으로 절제된 미감을 구현했다. 섬유공예가 임서윤이 참여한 ‘서화가의 창’은 문인의 이상적 공간을 직물 설치로 형상화하고 장 줄리앙푸스의 영상은 붓과 먹의 물성을 현대적으로 해석한다. 3D 적층 인쇄 기법으로 제작한 ‘옛 비석의 벽’은 전통 서체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감상의 방식도 확장했다. 촉각 교구재와 음성 해설, 음악 체험을 결합한 다감각 프로그램을 도입해 시각 중심의 관람을 넘어서는 경험을 제안한다. 재개관을 기념해 박물관 내 ‘극장 용’에서는 유홍준 관장이 ‘겸재 정선의 삶과 예술’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연다.
뉴스컬처 최진승 newsculture@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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