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한미반도체 등 다수 업체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작 장비 'TC본더(Thermo-Compression Bonder)' 도입 방안을 검토하면서 속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세대인 HBM4부터 크게 높아진 본딩 난이도 극복을 위해 외부의 우수 장비를 들이는 동시에 폭발적으로 늘어날 HBM 수요 대응 차원에서 추가 장비를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HBM4 양산을 시작한 삼성전자가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외부 반도체 장비 업체 문을 노크하고 있다. 현재는 자회사 세메스(SEMES)에서 TC본더를 공급받지만 지난해 7~8월부터 한미반도체와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싱가포르 ASMPT, 네덜란드 베시 등 해외 장비사들과도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가 한미반도체의 HBM용 TC본더를 사용하게 될지는 다음 달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외부 장비 업체와 TC본더 관련 공급 방안을 논의하는 건 HBM 품질 경쟁력과 공급 확대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과제가 놓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선 품질 경쟁력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외부의 우수한 TC본더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자회사 세메스가 있지만 외부 수혈을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업계 최고 성능을 갖춘 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했다. 성능이 높아지면서 칩 적층 수가 증가하고 미세 정렬 정밀도가 높아져 본딩 난이도 역시 크게 올라갔다. 본딩 공정에서 수율과 생산 속도가 판가름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특히 삼성이 HBM4에 적용한 1c D램은 본딩 난이도를 더 끌어올린다. 회로 선폭이 극도로 미세화돼 데이터가 오가는 통로인 입출력 단자(I/O) 밀도가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칩과 칩을 연결하는 범프 사이의 간격(Pitch)이 좁아져 합선(쇼트) 리스크가 올라갔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빨라지고 집적도가 높아지자 발열량도 는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기존 '비전도성 필름(TC-NCF)' 공정을 1c D램의 특성에 맞춰 고도화한 '어드밴스드(Advanced) TC-NCF' 기술로 상향해 난제를 돌파했다.
삼성전자로선 이전 5세대인 HBM3E에서 수율 관리에 실패하며 번번이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를 넘지 못한 기억을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을 수 있다. 당시 마이크론이 한미반도체의 TC-NCF 방식 TC본더를 사용해 엔비디아 공급을 먼저 확정 지은 것도 외부 장비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의견이 나온다.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HBM4 수요를 소화하기 위해 전반적인 공정 확대 차원에서 TC본더 추가 도입을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와 골드만삭스는 올해 글로벌 HBM 시장 규모를 전년 대비 58% 성장한 546억 달러(약 73조원)로 추산했다. 차세대인 HBM4E, HBM5로 가면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HBM4에 이어 차세대 HBM에서 업계 1위를 수성한다는 목표를 세운 삼성전자로서는 생산 속도를 좌우할 최고 성능의 TC본더를 향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다만 삼성전자가 'TC-NCF' 방식 본딩을 구사한다는 점에서 SK하이닉스의 'MR-MUF' 방식으로 구동하는 한화세미텍 TC본더 등은 도입이 어렵다.
한편 차세대 HBM으로 갈수록 와이드 TC본더, 하이브리드 TC본더 등 본딩 장비도 계속 발전하며 파트너십 역시 다변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HBM이 발전하면서 후공정 정밀도가 높아져 외부의 우수 장비를 선점하는 메모리 업체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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