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소형 빌딩 임차인 중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자영업자·중소기업들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시장 정상화 과정에서 생겨난 풍선효과 중 하나로 중·소형 빌딩 수요가 늘고 시세 상승 조짐도 나타나고 있어서다. 통상적으로 부동산 시세와 임대료가 정비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자영업자·중소기업의 임대료 부담 확대도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정상화를 위해선 가격 안정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각종 부작용을 원천 차단하는 '정책적 섬세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100억짜리 매입할 때 아파트 대출 2억, 빌딩 70억…보증금 더하면 실투자금 '쥐꼬리' 수준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서울 중·소형 빌딩 시장이 점차 달아오르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기업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서울 연면적 3300㎡(약 998평) 이하의 중·소형 빌딩, 이른바 '꼬마빌딩' 거래는 1분기 312건에서 3분기 459건으로 약 32% 늘었다. 거래금액 역시 1분기 1조8818억원에서 3분기 약 3조213억원으로 60.5% 상승했다. 전국으로 범위를 넓혀도 상황은 유사했다. 1분기 834건에서 3분기 1030건으로 약 24% 증가했다.
꼬마빌딩의 매수세 확대는 부동산 정상화를 위한 정부 규제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규제 내용 대부분이 주택에 적용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규제를 덜 받는 꼬마빌딩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는 두 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통해 주택 매수자들의 돈줄로 활용되는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한도를 대폭 줄였다.
지난해 6월 27일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주택을 구입할 때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을 6억원 이상 받을 수 없도록 했고 이어 10월 15일엔 최대 6억원의 주담대 한도를 주택 가격에 따라 차등 적용했다. 수도권·규제지역에서 거래가 15억원 이하인 주택의 주담대 한도는 6억원,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는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 2억원 등으로 조정했다. 다주택자의 경우 대출 자체를 받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중·소형 빌딩에 대한 대출 규제는 덜한 편이다. 담보대출비율(LTV, 현행 규제지역 기준 50%)과 상관없이 주택 가격에 따라 대출 한도가 정해지는 주택과 달리 중·소형 빌딩은 'LTV 70%' 한도가 적용된다. 아파트와 빌딩 모두 100억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아파트 대출한도는 최대 2억원에 불과한 반면 중·소형 빌딩 대출 한도는 최대 7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중·소형 빌딩은 실거주 등의 의무도 없어 임차인의 보증금까지 더하면 실제 투자금 규모는 더욱 줄어든다다. 가뜩이나 대출 문턱도 낮은데 '갭투자(보증금 끼고 매수)'까지 가능한 것이다.
꼬마빌딩 인기와 비례하는 자영업자·중소기업 한숨, 전문가들 "정부의 선제적 조치 필요"
문제는 주택에만 적용되는 정부 규제로 생겨난 중·소형 빌딩 수요 확대가 초래할 부작용 수위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수요 증가에 따른 주택가격 폭등 때와 마찬가지로 세입자의 임대료 부담 확대가 대표적이다. 중·소형 빌딩 역시 임대료 시세는 매매 시세에 정비례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형 빌딩 임차인 대부분이 자영업자나 사옥 마련이 힘든 영세 중소기업이라는 점에서 체감 부작용 수위는 더욱 클 것으로 평가된다.
빌딩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J부동산 중개법인 관계자는 "보통 중·소형 빌딩이라 하면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1층 상가 2층 이상은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빌딩이라고 보면 된다"며 "이곳 임차인은 대부분 자영업자 혹은 중소기업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소형 빌딩 임대 시세 역시 주택과 마찬가지로 매매가에 따라 움직이는데 수요가 늘어나 매매가격이 오르면 자연스레 임대시세도 오르게 돼 있다"며 "대출을 일으켜 건물을 산 건물주 입장에선 이자 비용 이상의 임대수익을 기대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서울 주요 상권에 위치한 중·소형 빌딩 임차인들도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서울 논현동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이상준 씨(38·남)는 "요즘 꼬마빌딩이 인기를 끈다는 뉴스를 종종 보는데 그럴 때 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며 "꼬마빌딩이 인기를 끈다는 건 결국 가격이 오른다는 것인데 임차인 입장에선 임대료 오른다는 소리와 똑같이 들린다"고 토로했다. 서울 역삼동에서 6인 규모의 디자인 대행업체를 운영하는 박소정 씨(45·여·가명) 역시 "꼬마빌딩이 인기를 끌면 결국 사무실 임대료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요즘 같은 불경기에 우리 같은 중소기업 입장에선 정말 한숨 나오는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하소연 했다.
자영업자·중소기업의 부담 확대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중·소형 빌딩 수요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임대 안정성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어서다. 대기업 퇴직 연령이 낮아지고 청년 취업 문턱도 높아지면서 소규모 창업이 늘어난 결과다. 한국부동산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 서울 집합상가(쇼핑몰 등) 공실률은 9.3%로 다소 올랐지만 근린상가(주거지역 인근 상가)와 오피스 공실률은 각각 5.1%, 5.0% 등에 불과했다. 중·소형 빌딩 매입의 최대 걸림돌 중 하나인 '공실'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부동산 규제의 사각지대로 분류되는 중·소형 빌딩의 과열 현상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 만큼 부작용 피해가 본격화되기 전에 정부 차원에서 적절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꼬마빌딩 시장의 과열은 정부의 주택 규제가 낳은 풍선효과로 볼 수 있다"며 "대출 규제가 느슨한 상업용 부동산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매매가가 급등하게 되면 이는 결국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생존권을 위협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선 단순히 가격을 잡는 것을 넘어 임차인 보호와 대출 관리 사이의 균형을 맞춘 정부의 새로운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시장 원리상 수요가 몰려 매매가격이 상승하면 건물주 입장에서는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임대료를 올리는 것이 필연적인 수순이다"며 "결국 주택 규제의 풍선효과로 인한 비용 부담이 고스란히 자영업자와 영세 중소기업에게 전가돼 이들의 경영난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는 부동산 정상화라는 명목 하에 추진하는 규제가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도 어떤 연쇄 반응을 일으키는지 면밀히 살펴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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