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천국' 일본의 민낯…저임금 직장 떠돌며 월세·생활비 걱정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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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천국' 일본의 민낯…저임금 직장 떠돌며 월세·생활비 걱정 일상

르데스크 2026-02-25 17:10: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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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심각한 '구인난'을 기회 삼아 현지로 건너간 한국 청년들의 열악한 현실이 새삼 조명을 받고 있다. 이른바 '재팬 드림'을 꿈꿨던 청년들은 높은 생활 물가와 주거비 등 한국 보다 더욱 열악한 현실 속에서 생존 경쟁을 치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취업 전쟁을 피한 선택에서 마주한 현실은 새로운 기회라기 보단 오히려 경제적·심리적 생존을 위협하는 더욱 가혹한 굴레가 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보다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 힘들어 일본行 택한 K-청년이 마주한 현실은…단순 노동, 높은 임대료, 살인적 물가

 

일본 종합 일간지 아사히 신문(朝日新聞)은 24일 '한국 청년들은 왜 일본에서 일하고 싶어 하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일본에 취업한 한국인 청년들을 집중 조명했다. 기사 내용에 따르면 일본 내 한국인 취업자 수는 2025년 10월 기준 사상 처음으로 8만명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 청년들이 일본으로 향하는 근본적인 배경에는 한국의 '극심한 경쟁 분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한 번 경쟁에서 뒤처지면 다시 일어서기 어려운 한국의 경직된 사회 구조가 청년들을 해외국가, 특히 인력난을 겪고 있는 일본으로 떠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 지난해 10월 기준 일본에서 취업을 한 한국인 수가 8만명을 돌파했다. 사진은 출근 시간대 일본 도쿄의 한 오피스 밀집지역 전경.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현재 일본은 저출생·고령화 영향으로 심각한 구인난을 겪고 있는 상태다. 후생노동성 통계에 따르면 2024년 12월 기준 일본 평균 유효구인배율은 1.25배다. '유효구인배율'은 일할 사람 대비 일자리 숫자를 나타내는 지표로 이 수치가 1배보다 높으면 일할 사람보다 일자리가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효구인배율 1.25배는 일자리는 125개에 달하지만 일할 사람은 100명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기업 현장에서 느끼는 인력난은 통계보다 심각하다. 지난해 일본 신용조사기관 테이코쿠 데이터뱅크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 직원도 부족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소매업계 60.9%, 요식업계 75.5% 등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본으로 넘어간 한국인 청년들은 비교적 구직이 수월한 도·소매업계나 요식업계 등으로 몰리고 있다. 후생노동성의 산하 연구조사기관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의 '일본 노동시장 변화와 한국인 취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일본에서 취업한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근무하는 업종은 도·소매업(20%)이다. 도·소매업은 편의점, 대형 마트, 의류 매장 등 전문 기술보다는 단순 반복 업무와 서비스 응대가 중심인 단순 노무직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정보통신업(13.4%) ▲숙박·음식업(13.1%) ▲서비스업(12.3%) ▲제조업(9.2%) ▲교육·학습 지원업(7.2%) 등의 순이었다.

 

일본 취업을 선택한 한국인들이 맞이한 현실은 열악한 일자리뿐만이 아니다. 일본의 고질적인 임금 정체 문제를 직접 체감하고 있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인력 부족과 고물가에 대응해 임금 인상을 독려해 왔으나 근로자들의 실제 구매력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일본 리크루트 워크스 연구소가 조사한 145개 직종의 2024년 평균 연봉은 527만엔(약 4910만원)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됐던 2020년 대비 8.1%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CPI)가 8.5% 상승하면서 물가 변동을 반영한 실질 연소득은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 일본 내 한국인 취업자의 주요 종사 업종.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이러한 흐름은 지난해 들어 더욱 심화됐다. 지난해 일본 근로자의 월 평균 급여는 전년 대비 2.3% 증가했지만 소비자물가는 3.7% 상승했다. 그 결과 지난해 실질 임금은 단 한 달도 플러스 반등을 이루지 못한 채 매월 전년 동기 대비 하락한 모습을 보였다. 1990년 이후 G7 국가 중 실질 임금이 제자리걸음인 국가는 일본과 이탈리아뿐이다. 같은 기간 실질 임금이 약 1.5배 상승한 미국과 딴판이다.

 

실질임금 하락은 생활비와 주거비 부담과 직결됐다. 도이체방크 리서치 인스티튜트가 발표한 2025년 주요 도시별 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도쿄 직장인의 월 평균 급여는 약 38만1200엔(한화 약 350만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도쿄 1인 가구의 월평균 생활비는 약 15만엔(한화 약 137만원), 주거비는 10만엔(한화 약 90만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특히 신주쿠, 시부야, 미나토 등 도심 지역으로 이동할수록 주거비는 급격하게 늘어났다. 기본적인 생계비와 주거비만 합쳐도 월 25만엔(한화 약 230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여기에 세금과 사회보험료, 교통비, 통신비 등을 고려하면 저축은 거의 불가능하다시피 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최근 한국의 일자리 가뭄을 피해 일본행을 택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는데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만 봐서는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청년들의 일본행은 무한 경쟁과 고용 불안을 피해 선택한 비상구 같은 성격이 짙지만 준비 없는 탈출은 더 깊은 늪으로 빠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일본의 일자리 대부분이 저임금 서비스직이나 단순 노무직에 편중돼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엔저와 물가 상승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실질 임금이 하락하는 일본의 노동 현실은 청년들이 꿈꿨던 이상향과 괴리감이 상당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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