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유통 중인 다이어트 표방 식품 16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전 제품이 체중 감소 효능이 있는 원료를 함유하지 않았음에도 비만치료제와 유사한 효과가 있는 것처럼 부당 광고를 게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일부 업체는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가상의 의사와 인플루언서를 내세워 소비자를 기만했으며 조사 대상의 88%가 정제 형태로 유통되어 전문의약품으로 오인될 우려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소비자원은 해당 사업자들에게 판매 중단과 광고 개선을 권고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AI 생성 콘텐츠에 대한 관리 방안 마련을 요청했다.
최근 체중 감소와 인슐린 분비 증가 효과가 있는 GLP-1(음식 섭취 시 장에서 분비되어 혈당을 조절하고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 계열 비만치료제인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국내에 출시되며 관련 시장이 급성장했다. 일반 식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이러한 유행에 편승해 '마시는 위고비'나 'GLP-1 촉진' 같은 문구를 사용하며 일반 식품을 마치 의약품인 것처럼 광고하고 있다. 조사 대상 16개 제품은 모두 음료나 과채 가공품 등 일반 식품으로 분류되지만 온라인 판매 사이트에는 비만치료제로 오인할 수 있는 표현이 여과 없이 노출됐다.
제품 형태 또한 소비자 혼란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전체의 88%에 해당하는 14개 제품이 정제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현행 규정상 일부 식품 유형에 한해 정제 제조가 가능하지만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되지 않도록 제조해야 한다는 원칙이 무시된 실정이다. 다이톡스 네프틴 정이나 듀오렉신 나비정 등 제품명에 '정'을 붙여 의약품 느낌을 강조한 사례가 많았으며 일부는 '나비약'이라 불리는 식욕억제제 디에타민을 연상시키는 명칭을 사용해 소비자 주의가 요구된다.
광고 수법은 기술 발전에 따라 더욱 지능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조사 대상의 31%인 5개 제품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존재하지 않는 서구권 의사나 피트니스 인플루언서 이미지를 생성해 광고에 활용했다. '미국 유명 매체 소개 영상'이라는 자막을 넣은 가상의 유튜브 채널을 연출하거나 뉴욕 타임스퀘어 광고판에 제품이 노출된 것처럼 조작된 사진을 게시하며 글로벌 인지도가 있는 제품인 것처럼 포장했다. 인공지능 기본법 제정에도 불구하고 식품 광고에 사용되는 AI 생성 콘텐츠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가 미비한 점을 악용한 사례다.
포만감 증진 효과를 앞세운 제품들도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이섬유인 셀룰로스나 글루코만난(곤약에 들어있는 수용성 식이섬유)을 함유했다고 표시한 4개 제품의 1일 섭취량은 0.9g에서 3.2g 수준이었다. 유럽식품안전청(EFSA) 기준에 따르면 글루코만난이 체중 감소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하루 최소 3g 이상을 물과 함께 섭취해야 하지만 조사 제품들은 이 기준에 크게 미치지 못해 실제 포만감을 유발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다행히 안전성 검사 결과 시부트라민이나 오르리스타트 등 식품에 사용이 금지된 비만치료제 성분과 변비치료제, 항우울제 등 의약품 성분 11종은 전 제품에서 검출되지 않았다. 위해 성분 혼입에 따른 직접적인 신체적 위해는 없었으나 허위 광고로 인한 소비자 경제적 피해와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우려가 제기된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16개 사업자 중 2개 업체에 판매 중단을, 1개 업체에 건강기능식품으로의 제품 개선을 권고했다. 나머지 업체 중 6곳은 광고 개선을 약속했으나 낭만 코퍼레이션과 도진가 등 7개 업체는 아무런 회신을 주지 않은 상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약품으로 오인될 수 있는 온라인 부당 광고에 대한 점검을 강화할 방침이다. 정제 형태 일반 식품의 의약품 오인 방지 대책과 AI 생성 콘텐츠에 대한 관리 방안 마련도 병행할 계획이다. 소비자들은 체중 감소용 식품 구입 시 제품에 표시된 원료명과 건강기능식품 인증 마크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바람직한 다이어트를 위해 식단 조절과 운동 등 올바른 생활 습관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의약품 성분 함유를 주장하는 일반 식품에 현혹되지 말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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