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집 지으면 곳간 빈다”…과천 경마장 이전, 세수 딜레마에 발목 잡힌 주택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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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집 지으면 곳간 빈다”…과천 경마장 이전, 세수 딜레마에 발목 잡힌 주택공급

직썰 2026-02-25 16: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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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노동조합 조합원들이 5일 경기도 과천 한국마사회 본관 앞에서 경마공원 이전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마사회노동조합 조합원들이 5일 경기도 과천 한국마사회 본관 앞에서 경마공원 이전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직썰 / 임나래 기자] 정부의 대규모 주택 공급 대책이 ‘과천 경마장 이전’이라는 암초를 만나 출항 초기부터 삐걱대고 있다. 공급 확대라는 명분만 앞세운 채, 지역 사회의 세수 감소와 고용 불안, 유관기관과의 사전 협의 부재 등 정책 설계의 허점이 고스란히 노출됐기 때문이다.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방치한 ‘밀어붙이기식’ 로드맵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요구되고 있다.

◇일반예산 10% 증발 위기…주택 공급이 흔드는 지자체 곳간

국토교통부는 지난 29일 과천 경마장 부지(115만㎡)와 국군방첩사령부 부지(28만㎡)를 통합 개발해 약 9800가구의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그러나 발표 직후 과천 지역사회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최기식 국민의힘 의왕·과천 당협위원장이 삭발에 나서는 등 정치권의 반대 집회가 연일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공급 속도전’에만 매몰돼 지역 수용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뇌관은 지자체의 ‘재정 타격’이다. 과천 경마장은 지난해 경기도에 2138억원의 레저세를 납부했으며, 과천시는 이 중 징수교부금과 조정교부금 명목으로 약 565억원의 재원을 확보했다. 이는 지난해 과천시 일반회계 예산(5586억원)의 약 10%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중앙정부의 주택 공급 결정이 지방정부의 핵심 세원을 하루아침에 증발시키는 역설적 상황이다.

세수 감소는 고용 위축과 지역 경제 둔화로 직결된다. 현재 과천 경마공원에는 약 960명의 경마지원직 노동자가 근무 중이다. 이들의 일자리가 불투명해진 가운데 파주·화성·안산·김포·포천 등 인근 지자체들은 이를 새로운 세원 확보 기회로 보고 경마장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주택 확충이라는 단일 정책 목표가 지자체 간 이권 다툼과 갈등의 불씨로 번지고 있다.

◇“사전 협의 전혀 없었다”…마사회 패싱 논란에 말 산업 ‘흔들’

주무 부처와 해당 기관의 엇박자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9일 “과천 경마공원 이전은 한국마사회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진행될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당사자인 한국마사회는 “사전 협의나 동의가 없었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마사회 관계자는 “공급대책 발표 전날인 1월 28일 간단한 공유가 있었을 뿐, 이전과 관련한 협의는 전혀 없었고 사실상 통보에 가까운 수준이었다”고 폭로했다. 밀실 탁상행정의 단면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기관과 노조의 반발 수위도 최고조에 달했다. 우희종 한국마사회장은 지난 15일 직접 과천 경마공원 내 ‘경마공원 이전 반대 서명운동’ 부스를 찾아 서명에 동참하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마사회 노조 측 역시 “이전과 관련해 회사와 정부 간 협상 테이블조차 마련된 적이 없다”며 “25일 오후 한국노총 공공기관노조연대와 함께 경마 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라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과천 경마공원은 마사회 전체 매출(발매 기준)의 약 20%, 경주 매출 기준으로는 약 60%를 책임지는 핵심 사업장이다. 마사회 측은 “과천이 가장 큰 매출원”이라며 “만에하나 이전하더라도, 운영 공백을 최소화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는 6~7년 내 신규 경마장 완공을 언급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실제로 10년 이상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며 “10년 이상의 공백을 전제로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말 산업 전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한 우려를 표했다. 구체적 로드맵 없는 성급한 이전 추진이 산업 생태계 붕괴에 대한 경고다.

◇“절차적 정당성 결여”…사회적 편익 대비 비용 저울질해야

과거에도 정부 주도의 일방적 공급 구상은 이해관계 충돌과 절차 논란에 부딪혀 장기간 표류하는 경우가 잦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과천 경마장 이전 역시 갈등 관리 장치가 부재하다”며 강한 우려를 나타낸다.

최황수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막대한 보상 비용의 비효율성을 문제 삼았다. 그는 “보상을 전제로 이전을 추진하면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고, 주암지구를 포함해 1만 가구를 공급하는 효과와 비교해도 사회적 편익이 과연 충분한지 의문”이라며 “주거복지 확대라는 공익과 산업·지역경제 훼손이라는 비용을 어떻게 저울질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공익과 또 다른 공공 이익 간의 충돌을 세밀하게 조율하는 과정이 생략됐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특히 절차적 하자에 대해 날을 세웠다. 그는 “그린벨트 해제처럼 공공 소유지나 개발 제한 지역을 활용하는 경우에는 법적 보상 체계가 비교적 명확하지만, 기존 영업 시설을 이전하는 사안은 이해당사자 협의와 공청회 등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가 전제돼야 한다”며 “이번 사안은 그런 과정 없이 선을 긋듯이 공급 후보지를 정한 측면이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국가가 보유하지 않은 토지나 별도의 법인·기관이 운영하는 시설을 활용한 공급은 훨씬 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이 같은 방식의 공급 정책이 과거처럼 지역 반발과 절차 논란으로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주택 공급이라는 수치적 목표 달성에 매몰되기보다, 투명한 공론화 과정을 통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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