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고예인 기자 | 삼성전자의 모바일 사업 전략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단말 성능 중심 경쟁만으로는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출하량 자체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산업 전반에서는 혁신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격은 이미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소비자 교체 주기는 길어졌고 성능 개선 폭 역시 점차 체감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카메라와 디스플레이, 프로세서 성능 경쟁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서 제조사들은 새로운 차별화 요소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업계 역시 모바일 사업의 역할 변화에 대한 인식을 체감하는 분위기다. 삼성의 스마트폰은 여전히 핵심 사업이지만 이제는 고성장 산업이라기보다 안정적 기반 사업으로 성격이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단말 자체 성능 경쟁을 넘어 사용자 경험을 확장할 수 있는 기술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연결성 확대’ 전략이 있다. 스마트폰이 단순한 기기를 넘어 항상 네트워크에 연결된 개인 인프라로 진화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기존 이동통신망 중심 구조를 넘어 지상과 위성을 동시에 활용하는 통신 환경이 차세대 경쟁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 측은 이러한 모바일 사업 전략의 변화에 대해 “차세대 모바일 경쟁력은 연결성과 전력 효율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스마트폰은 소형·경량화가 이어짐에 따라 더 작은 반도체 칩에 더 높은 전력효율과 성능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어 자사의 모바일 AP(Application Processor)인 '엑시노스' 역시 전력 효율과 성능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전략의 변화는 실제 제품에도 반영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날 공개한 갤럭시 S26 시리즈에는 새롭게 개발한 ‘엑시노스 2600’이 일부 모델에 탑재된다.
업계에서는 자체 칩의 적용 확대가 부품 원가 절감과 함께 통신 기능 최적화를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전략적 선택으로 보고 있다. 외부 칩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차세대 연결 기술을 단말 수준에서 통합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다.
◆ 성능 경쟁 이후는 ‘폰 프리 라이프스타일’
삼성이 주목하는 변화는 스마트폰 사용 방식 자체다. 앞으로의 경쟁은 화면 크기나 단말 성능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사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연결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판단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이 바로 '통신칩' 기술이다. 삼성은 엑시노스 기반 위성통신 모뎀 개발을 통해 지상 네트워크가 닿지 않는 환경에서도 연결을 유지하는 기술 확보에 나섰다.
이는 저궤도 위성과 직접 통신하는 구조다. 저전력 설계와 콜드칩 구조, AI 기반 위성 추적 기술이 결합되면서 항상 연결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는 방식이 구현되고 있다. 단말이 지속적으로 위성을 탐색하고 최적 신호를 선택하는 과정이 칩 내부에서 자동으로 이뤄진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스마트폰을 항상 휴대하되 화면 중심 사용에서는 점차 벗어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연결은 몸 가까이에 유지되고 필요할 때만 화면을 꺼내 사용하는 이른바 ‘폰 프리 라이프스타일’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마트폰이 손에 들린 기기에서 개인 네트워크 허브로 진화하는 개념이다. 향후 웨어러블 기기와 XR 디바이스, 차량까지 연결성이 확대될 경우 스마트폰의 역할 역시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스타링크와 만나는 ‘엑시노스’
삼성의 모바일 전략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표준 대응 방식이다. 삼성은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가 추진 중인 '다이렉트 투 셀(Direct-to-Cell)' 기술과 자연스럽게 연동될 수 있는 표준 규격을 칩 단계에서 구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렉트 투 셀은 별도의 중계 장비 없이 일반 스마트폰이 위성과 직접 통신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기존 이동통신 인프라 의존도를 크게 낮출 수 있다. 위성망이 지상 네트워크의 빈 영역을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통신 구조를 형성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산업적 의미도 작지 않다. 하늘의 네트워크를 구축한 스페이스X와 단말 핵심 기술을 보유한 스마트폰 제조사가 연결될 경우 기존 통신 질서 자체가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통신 산업의 주도권은 이동통신 사업자 중심으로 형성돼 왔지만 위성 네트워크와 단말 칩 기술이 직접 연결될 경우 권력 구조가 재편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삼성 측은 엑시노스 위성통신 기술의 전략적 의미에 대해 “엑시노스에 탑재되는 모뎀은 LTE DTC, NB-IoT NTN, NR-NTN 등 위성통신 기술을 하나의 칩에서 지원한다”며 “음성 통화를 비롯해 지구 상공의 위성을 통해 사막이나 대양 한가운데와 같은 환경에서도 위치 공유나 영상 통화 등 고품질 통신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모바일 사용자 경험 변화와 관련해 “통신이 원활하지 않은 지역에서도 안정적인 통신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모바일 사용 경험을 한 단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지금 제조사들의 경쟁 무대는 다시 확장되고 있다. 삼성은 성능 이후의 다음 경쟁을 연결성에서 찾고 있다. 연결성 경쟁이 본격화될 경우 스마트폰 제조사의 경쟁력 역시 단말 성능이 아니라 칩과 네트워크 대응 능력에서 갈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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