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투데이 이세민 기자]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이 ‘학습’ 중심에서 ‘추론’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사상 최대 호황기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AI 서비스 확산으로 데이터 처리량이 폭증하고, 이에 따른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전례 없는 수준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24일 글로벌 투자은행 맥쿼리는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및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대폭 상향 조정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은 기존 172조 1,000억 원에서 301조 2,270억 원으로 75% 상향됐고, 내년 전망치는 476조 9,190억 원으로 83%나 높여 잡았다.
SK하이닉스 역시 올해 영업이익을 272조 2,690억 원으로 58% 상향했고, 내년에는 447조 1,87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양사 합산 영업이익은 올해 약 573조 원, 내년에는 924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실적 급증 전망의 배경에는 메모리 가격의 급등이 자리하고 있다. 맥쿼리는 삼성전자의 올해 D램 평균판매단가(ASP)가 전년 대비 203% 상승하고, 낸드플래시는 232% 급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의 주력 서버용 64GB DDR5 모듈 가격도 올해 1분기 기준 직전 분기 대비 100% 오르며 900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분석됐다. PC와 모바일용 D램 가격 역시 80% 이상 상승해 GB당 1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단순한 단기 수요 증가가 아니라 구조적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AI 연산에 필요한 메모리 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까지 동반 품귀 현상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이클의 핵심은 AI ‘추론’ 수요 확대다. 거대언어모델(LLM)의 문맥 길이가 길어지고, 글로벌 사용자 기반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서버당 탑재되는 메모리 용량이 크게 늘고 있다.
그동안 AI 반도체 시장의 중심이 고대역폭메모리(HBM)였다면, 이제는 대용량 데이터를 저장하는 낸드플래시의 중요성도 급부상하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상대적으로 속도는 느리지만 대용량 데이터를 저렴하게 저장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의 차세대 루빈 GPU 1대에는 16TB 규모의 기업용 SSD가 탑재된다. 이를 72개 묶은 ‘카이버 랙’ 1대를 구성하려면 1152TB에 달하는 낸드플래시가 필요하다.
AI 데이터센터가 확대될수록 낸드 수요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HBM은 여전히 AI 가속기의 핵심 메모리지만, 공급 경쟁 심화와 원가 부담으로 수익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범용 D램과 낸드 가격은 전방위 수요 확대에 힘입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메모리 시장의 주도권이 다시 ‘범용’으로 이동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최소 2028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AI 서비스의 상용화와 산업 전반으로의 확산이 지속되는 한, 메모리 수요는 구조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번 장기 호황 국면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의 향방도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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