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겉보다 중요한 건 작동 방식이다. 정치는 말과 행동으로 움직이지만, 그 이면에는 언제나 고유한 ‘문법’이 존재한다. 법과 제도의 언어, 권력의 계산, 대중의 심리, 미디어 전략과 정치 언어 등이 어떤 타이밍에 움직이며, 무엇을 감추고 드러내는지는 단순한 논쟁 너머의 작동 규칙을 따른다.
〈정치문법〉은 한국 정치의 핵심 이슈와 정국 전개를 단순한 사건 나열이 아닌 정치 구조, 전략, 심리, 제도 작동 방식의 측면에서 분석해본다. 정치를 이해하고 싶다면, 정치의 문법부터 파악하라.
【투데이신문 박애경 발행인】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공소 취소를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난 23일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모임’(이하 공취모)이 출범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계파 갈등 우려가, 야당 등 외부에서는 비난의 화살이 날아들었다.
공취모는 참여 의원 105명, 출범식 참석 60여 명 규모로 공식 출범했고 즉각 △공소취소 촉구 △조작기소 국정조사 △검찰권 남용 근절을 위한 제도개혁을 결의문에 담았다. 하지만 공취모의 결의문에 담긴 문장은 정치에서는 액면가 그대로 읽히지 않는다. 정파적 세몰이, 명비어천가 수준의 범죄 집단 결성 등 여러 갈래로 번역된다. 공취모는 스스로 “사법정의, 헌정질서 회복”을 말하지만 이 사안을 둘러싼 민주당의 내홍과 야당의 비난은 결국 정치문법의 다툼으로 번졌다.
법의 문장 ‘공소취소’가 정치의 언어로
공소취소는 본래 정치적 수사(修辭)가 아니라 형사절차이다. 형사소송법 제255조는 공소를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취소할 수 있고 취소는 이유를 적은 서면(또는 공판정 구술)으로 하도록 규정한다. 또한 공소취소로 공소기각 결정이 확정되면 같은 범죄사실로 다시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길은 다른 중요한 증거를 새로 발견한 경우로 좁혀진다(형사소송법 제329조). ‘취소’가 단순히 ‘정지’가 아니라 사건의 궤적 자체를 바꾸는 수단인 이유다.
공취모가 꺼낸 단어가 바로 이 지점에서 파장을 만든다. 이미 대통령의 불소추특권(헌법 84조)을 근거로 ‘진행 중 재판’까지 멈춰 세운 사법부의 해석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재판 연기’를 넘어 ‘공소 자체를 취소하라’는 요구는 훨씬 강한 정치적 메시지로 읽힐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공취모는 출범식에서 공소취소를 ‘특정인(이재명) 구제’가 아니라 ‘정치검찰의 조작기소 청산’으로 서사화했다. 박성준 상임대표는 공소취소를 “특정인을 구제하자는 게 아니라” 국정조사로 정치적 배경·외부 개입 여부를 밝히겠다고 강조했고 이건태 간사는 ‘정치보복 조작기소’라는 표현으로 응수했다.
문법이 여기서 갈린다. 법의 세계에서 공소취소는 ‘검사’의 권한이지만 정치의 세계에서 공소취소는 ‘국회가 검찰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읽힌다. 공취모가 아무리 “우리는 실무형 모임”이라고 말해도 정치적 번역은 “다수의 힘으로 세몰이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심 쪽으로 먼저 움직인다.
의심은 당내 균열로도 감지된다. 당내에서조차 “당연한 일을 왜 떼 지어서 하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이미 당내에 ‘정치검찰 조작기소 대응’ 기구와 특위가 있는데 별도의 ‘의원모임’이 생긴 자체가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부른다는 취지다.
정치적 역공도 불러왔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공취모를 ‘이재명 한 사람을 위한 변호인단’이라고 규정하며 여당이 사법 절차를 흔든다고 공격했다. 공취모가 말하는 ‘공소취소’가 본래의 법률적 절차를 무시한 채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의회폭거’라는 프레임을 덧씌운다. 그러면서 ‘헌법 84조’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둘러싼 여러 해석을 언급하면서 “재판 재개가 원칙”이라고 압박했다. 이 역시 법을 둘러싼 정치적 번역이 충돌하는 지점이다. 이러한 충돌로 인한 파편은 이 대통령의 사건을 정쟁에 묶어두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민주당은 간과해서는 안 된다.
105명이라는 숫자, 계파 세몰이로 번역
공취모 출범은 당내 ‘계파 가르기’로 비춰졌다. 계파 갈등은 2월 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의에서 시작됐다. 7일 ‘합당 추진 문건’ 보도 이후 당내에서 “공개하라” “밀약 아니냐”는 공방이 터졌고 친청·반청 프레임이 전면화됐다.
그 균열은 10일 정청래 대표가 “지방선거 전 합당 논의 중단”을 선언하면서도 완전히 봉합되지 않았다. 중단은 갈등의 종결이 아니라 ‘잠시 유예’였다.
그리고 13일 또 다른 불씨가 붙었다. 민주당이 ‘정치검찰 조작기소 대응특위’ 위원장에 이성윤 최고위원을 선임하자 비당권파에서 “부적절” “철회해야 한다”는 반발이 나왔다. 당내 갈등이 ‘검찰 대응’이라는 명분 위에서도 계속된다는 신호였다.
이 흐름 위에 23일 공취모 출범이 올라탄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친청계(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일부 의원들은 명단에 있었지만 출범식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현장 지지자 일부가 “정청래를 제명하라”는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여기서 이름을 올린 ‘105명’이라는 숫자가 역설을 만든다. 간사 이건태 의원은 공취모가 ‘친명계(이재명계) 모임’이라는 시각이 나오는 데 대해 “어떻게 전체 의원의 65% 정도가 참여하는 모임을 계파라고 할 수 있나. 그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정치권력의 문법에선 숫자가 곧바로 ‘세 과시’로 번역되기도 한다. 민주당 162명 중 약 3분의 2가 참여하는 105명 규모는 ‘계파 세몰이’ 프레임을 만들기 딱 좋은 규모다. 그런 이유로 김교흥 의원이 “계파를 이루는 모습으로 가선 안 된다”고 경고했고 김병주 의원은 “국민이 오해한다면 굳이 할 필요가 없다”며 참여 의사를 철회했다.
국민의힘은 당 공식 논평에서 공취모를 “이재명 한 사람만을 위한…정치적 방어선”에 가깝다고 규정하며 삼권분립·법치 훼손을 전면에 세우며 공격했다. 그래서 공취모가 “검찰권 남용 근절”을 외칠수록 반대 진영 국민의힘은 “권력형 방탄”으로 되받아치는 구조로 역이용한다.
이재명 이름 앞세운 공취모, 득일까 독일까
공취모에 대한 당내 우려도 표출됐다. 24일 송영길 전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통령 이름을 빼는 게 바람직하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대통령 실명’이 들어간 순간, 모임의 목적이 제도개혁이 아니라 ‘대통령 방어’로 보일 수 있다는 경고다.
이에 대해 공취모 측은 반박했다. 간사 이건태 의원은 “이름을 쓰지 않으면 관심도 힘도 모이지 않는다”며 결집의 기술로서 실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치 검찰의 피해를 상징화하려면 가장 큰 상징을 전면에 세워야 한다는 논리다.
이건태 의원의 논리대로 이름을 넣으면 동력이 생기지만 동시에 야당에게 역공 프레임을 만들 기회도 함께 주어진다. ‘이재명’이 들어가는 순간, 야당의 문장은 단숨에 “국회 세비로 꾸린 변호인단”으로 구성된다.
이건태 의원은 같은 인터뷰에서 “청와대와 무관하다”, “정청래 대표와 상의도 없었다”는 취지로 선을 그으며 이름이 만들어낸 ‘연결 의심’을 끊으려는 시도를 했지만 의심을 쉬이 가라앉히지는 못했다.
계파갈등 지지층에까지 번져
계파 갈등은 지지층 내에서도 일어났다. 24일, 이재명 대통령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은 정청래 대표와 이성윤 최고위원을 강제 탈퇴(재가입 불가) 조치했다고 보도됐다. 일부 보도는 찬성률이 81%였다고 전하며 갈등이 “봉합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번졌다는 평가를 함께 실었다. 강퇴의 맥락에는 2월 초 합당 논란과 2차 종합특검 후보 추천·특위 인선 등 지도부 판단에 대한 불만이 누적돼 있었다는 해석이 붙는다.
반면 진영의 스피커인 유시민 전 이사장이 MBC 프로그램에서 공취모를 두고 “이상한 모임” “미친 것 같은 짓”이라고 비판하자 공취모 측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고 반발하며 공개 설전이 됐다.
게다가 ‘뉴이재명’ ‘뉴수박’ 같은 낙인이 오가고 “저 마을은 TK에 있나” 같은 조롱이 등장하면서 지지층 내부의 언어가 이제는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라 서로를 심판하는 파편으로 변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마디로 미친 짓” 국힘의 맹공
공취모 출범에 대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유시민 발언을 인용해 “한마디로 미친 짓”이라고 공격하며 ‘진영 내부 비판까지 받은 일’로 프레임을 만들었다. 상대 진영의 언어를 무기로 되치기 하는 방식이다.
또한 신동욱 최고위원은 “대통령이라고 해서 진행 중인 재판을 중단해야 할 논거가 없다”는 취지로 압박했고 “무죄라면 빨리 재판으로 결론 내라”고 몰아붙였다.
우재준 청년최고위원은 세비 문제를 부각했다. “국민 세비로 운영되는 국회 공간에서 사실상 변호인단이 공식 행사를 여는 모습”이라고 비판하면서 도덕성·공공성의 저해를 프레임 삼았다.
그리고 민주당 지지층의 분화까지 활용해 공격을 이어간다. 그러면서 결국 이재명 대통령의 사건을 지속적인 정치 의제로 끌고 가면서 ‘부정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여론에 심으려는 계산이 읽힌다. 6.3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유효한 전략일 수 있다.
공취모, 지선에서는 양날의 검
공취모 출범에 대해 여당 내부가 예민한 이유도 결국 지방 선거 때문이다. 6.3 지방선거까지 98일 남았다. 이슈에 휘둘려서는 안 되고 오히려 이슈를 관리해야 하는 시간에 접어든 셈이다.
공취모가 지역 순회 기자회견 등 여론전을 예고한 것도 사실상 지선 국면에서 ‘사법 프레임’을 주도하려는 시도다. 하지만 이 방식은 양날의 검이다. 결집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중도층에게는 “정권의 문장이 민생이 아니라 사법”으로 읽힐 위험이 있다.
결국 공취모의 성패는 국정조사 요구가 실제로 어떤 의제·증거·절차로 설계되는지, 제도개혁이 어떤 법안 패키지로 구체화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대통령의 이름을 걸고 부르는 명비어천가가 아니다”라는 문장이 조직 운영 방식에서 증명되는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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