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생산적 금융'과 '포용적 금융'을 축으로 '금융 대전환'을 추진하면서 금융의 역할을 둘러싼 구조적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상생과통일포럼·폴리뉴스는 오는 3월 26일 국회에서 열리는 금융포럼 '한국금융 대전환을 연다, 생산금융과 포용금융'을 앞두고 정책 방향과 시장 변화의 접점을 짚는 기획특집을 시리즈 연재한다. 금융소비자 보호, 금융지주 전략, 감독 체계와 내부통제, 비대면 금융 환경까지 주요 쟁점을 전문가 인터뷰로 점검하며 금융 대전환의 실행 조건과 현장 과제를 입체적으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이재명 정부가 '생산적 금융'과 '포용적 금융'을 양축으로 금융 대전환 드라이브를 본격화하면서 정책 구호를 넘어 실제 금융산업의 체질 변화가 가능한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금리 국면과 부동산 조정, 비은행 리스크 확대를 거친 금융권이 이제는 단순 건전성 관리 단계를 넘어 새로운 성장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 전환점에 섰다는 진단이 나온다.
특히 금융의 역할이 실물 지원과 취약계층 포용이라는 두 축으로 재정의되는 흐름 속에서 기존 담보 중심 영업 관행과 획일적 감독 체계로는 구조 변화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플랫폼 금융과 디지털자산 확산 등 환경 변화까지 겹치며 금융회사들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 여부가 향후 경쟁력을 가를 핵심 변수로 부상한 모습이다.
이규복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폴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금융권이 누적된 부실을 정리하고 영업 모델을 재정비해야 하는 시기"라며 "몇 개라도 새로운 신용평가와 사후관리 모델이 현장에서 작동해야 금융 대전환이 실질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금융 리스크 정점 통과...지금은 영업 모델 재정비 전환기
이규복 연구위원은 24일 폴리뉴스 전규열 정치경제 본부장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금융시장 상황에 대해 구조적 위기 국면보다는 전환기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코로나 이후 유동성 확대와 고금리 국면을 거치며 PF 부실과 연체율 상승 등 위험 요인이 커졌지만 현재는 점진적 안정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전 세계가 유사한 흐름을 겪었고 국내 역시 부동산 침체와 비은행 리스크가 맞물렸지만 지금은 과거 부실을 정리하는 단계"라며 "올해 실물 경기가 반등한다면 금융 부실이 추가로 크게 확대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향후 금융의 경쟁력은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평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금융회사들이 누적된 부실 정리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영업 모델을 정비해야 할 시기"라며 "2026년 금융산업 평가는 결국 이 전환을 얼마나 실질적으로 수행했는지에 달려 있다"고 했다.
◆ 생산·포용금융의 본질은 평가체계...담보 중심 관행 벗어나야
이 연구위원은 생산적 금융과 포용적 금융이 자금 흐름을 단기간에 급변시키기는 어렵다고 봤다. 금융의 본질은 자금 중개이며 핵심은 신용평가와 사업성평가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생산적 금융의 성패는 평가 체계를 얼마나 실질적으로 개선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지금까지는 부동산 담보 중심 평가 관행이 강했지만 앞으로는 담보 의존에서 벗어나 신용과 사업성을 정교하게 평가하는 구조로 이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도 개편 방향과 관련해서는 특정 규제를 먼저 손보는 접근보다 감독 유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회사가 다양한 평가와 사후관리를 수행했을 때 감독당국이 그 다양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체계를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비은행 감독 논쟁에 대해서도 원칙 중심 접근을 주문했다. 그는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원칙은 유지하되 업권별 영업 모델 특성이 반영되도록 규율을 정교화하는 것이 맞다"며 획일적 규제 논쟁에 선을 그었다.
◆ 플랫폼·디지털자산 핵심은 소비자 보호...포용금융은 빚 탕감 넘어 재기 지원으로 가야
디지털 전환과 플랫폼 금융 확산에 대해서는 불확실성 자체가 가장 큰 리스크라고 진단했다. 비대면 확대는 소비자 편익을 높이지만 접근성 격차와 금융사기 증가 등 부작용도 동시에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플랫폼 금융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상품을 비교·추천하는지에 대한 소비자 보호 장치가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빅테크 내부 서비스 간 연결성과 금융회사들의 IT 의존도 확대가 새로운 전이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디지털자산에 대해서는 글로벌 시장 성격이 강한 만큼 국내 규제는 시장 통제보다 투자자 보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포용금융의 실행 방식에 대해서도 기존 관행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대출은 결국 상환해야 하는 자금인 만큼 감당 가능한 조건 설계가 핵심"이라며 "단순 지원을 넘어 상환 여력을 회복시키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출 거절 시에도 대안 프로그램 연계 등 한 단계 더 나아가는 고객 대응이 진정한 포용금융이라고 설명했다.
지역금융의 역할도 중요하게 짚었다. 대형은행은 구조상 평가와 리스크 관리가 정형화될 수밖에 없지만 지역 금융회사와 상호금융은 비정형 정보와 정성 평가를 활용한 밀착형 금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규제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접근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영업 모델이 먼저 정립되고 그 모델이 작동하도록 규제와 감독이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 금융산업은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이 은행으로 성장하는 경로가 약해 성장 사다리가 단절돼 있다는 구조적 한계도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금융 대전환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으로 실행 모델의 등장 여부를 제시했다. 그는 "몇 개 사례라도 새로운 방식의 신용평가와 사후관리 모델이 현장에서 작동하기 시작하면 그때가 진짜 변화의 출발점"이라며 "구호가 아니라 현장 비즈니스 모델로 입증돼야 금융 대전환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규복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인터뷰 전문]
Q. 2025년 금융시장을 돌아보면 비은행 금융과 거시 리스크가 함께 커졌습니다. 지금 금융시장의 가장 큰 구조적 위험은 무엇이며 2026년에는 어떤 변수를 주목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전 세계가 유사한 흐름을 겪었지만 우리 역시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유동성이 크게 확대된 뒤 고물가 고금리 국면을 통과했다. 그 과정에서 경기 하락과 부동산 침체를 함께 겪었고 비은행을 포함한 금융 리스크도 이와 맞물려 확대됐다. PF 부실이 커지고 서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연체율도 상승한 흐름이다. 다만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현재는 전반적으로 안정 국면으로 이동하는 단계로 보고 있다.
올해 실물 경기가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융 부문의 부실 리스크는 연초를 정점으로 추가 확대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지금 시점의 핵심은 구조적 위험 확대라기보다 금융회사들이 과거 부실을 정리하고 새로운 영업 모델을 정비하는 전환기라는 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생산적 금융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의 성장은 실물 성장과 분리될 수 없다. 잠재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시기에 생산적 금융을 통해 실물의 활력을 높이고 그 성과가 다시 금융 산업의 활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출발점을 올해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Q. 생산적 금융·포용적 금융이 강조되는 금융대전환이 자금 흐름과 금융산업 구조를 어떻게 바꿀 수 있다고 보시나요? 제도에서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부분은 무엇입니까?
민간 자금 흐름만 놓고 보면 생산적 금융과 포용적 금융을 강조한다고 해서 자금 이동이 단기간에 급변하지는 않는다. 금융의 본질은 자금 중개이고 그 핵심은 신용평가와 사업성평가다. 우리 금융의 생산적 금융과 포용적 금융도 결국 이 평가 체계를 얼마나 실질적으로 개선하느냐에 달려 있다.
평가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공급자인 금융회사 노력과 함께 수요자인 개인과 기업의 변화가 동시에 필요하다. 평가는 정보 기반이기 때문에 수요자가 얼마나 정보를 제공하고 금융회사가 이를 얼마나 정교하게 활용하느냐가 핵심이다. 지금까지는 부동산 담보 중심 평가 관행이 강했는데 앞으로는 담보 의존에서 벗어나 신용과 사업성을 실질적으로 평가하는 구조로 이동해야 한다.
이 변화가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쉽지 않지만 한국 금융이 한 단계 도약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정부가 금융 대전환을 표어로 제시한 만큼 의미 있는 출발점을 만들 필요가 있다. 제도 측면에서는 특정 제도를 먼저 바꾸기보다 다양한 신용평가와 사업성평가가 가능하도록 감독과 규제의 유연성이 중요하다. 금융회사가 다양한 평가와 사후관리를 수행했을 때 감독당국이 그 다양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체계를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Q. 비은행 금융 영향력이 커지면서 감독 체계 논쟁도 커지고 있습니다. 은행과 다른 규율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며 앞으로 감독 방향은 어디로 가야 할까요?
은행과 다른 규율이라는 표현의 의미는 해석의 여지가 있지만 규제는 기본적으로 원칙에 따라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규제를 적용할 때는 각 업권의 영업 모델 특성을 충분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
특히 비은행 금융회사는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영업 모델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규제 체계가 설계돼야 한다. 이는 은행과 다른 규율을 적용한다기보다 영업 모델에 맞는 규율 체계를 정교화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예를 들어 건전성 분류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 자체는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다만 어떤 자산을 고정 이하로 분류할지는 각 회사의 사업성평가와 신용평가 사후관리 체계에 기반할 수 있다. 결국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원칙을 유지하되 그 안에서 영업 모델의 다양성이 구현되도록 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Q. 가계부채와 부동산 금융 리스크를 현재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금리·환율·경기 흐름과 연결해 어떤 시나리오를 대비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현재 우리 거시경제의 기초 체력과 금융 산업의 건전성을 고려할 때 가계부채가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다만 가계부채는 서민 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만큼 사회적 이슈로 확산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부동산 역시 금융 중개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금융 안정의 중요한 축인 것은 사실이다. 올해 실물 경기 반등을 전제로 하면 금융 측면에서 급격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최근 흐름을 보면 금리와 환율이 국내외 변수에 따라 단기간 크게 변동할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대응 체력 확보가 중요하다.
우리 경제는 구조적으로 잠재 성장률 하락이 예상되는 국면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금융 산업의 생존 전략뿐 아니라 실물 성장 지원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실물 성장 없이 금융의 지속 성장은 어렵기 때문에 금융이 실물 경제를 어떻게 뒷받침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Q. 비대면 금융과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면서 새로운 위험도 늘고 있습니다. 플랫폼 금융이나 디지털자산이 기존 금융 규제에 어떤 변화를 요구한다고 보십니까?
디지털 금융은 범위가 넓고 향후 전개 방향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 자체가 가장 큰 리스크다. 비대면 확대는 접근성과 편의성 측면에서 소비자 편익을 높이지만 동시에 부작용도 확대될 수 있다.
플랫폼 금융을 중심으로 보면 두 가지 측면의 대응이 필요하다. 첫째는 소비자 보호다. 다양한 금융상품이 하나의 플랫폼에서 비교 추천 판매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어떤 기준으로 상품을 선정하고 비교하는지에 대한 투명성과 책임성이 강화돼야 한다.
둘째는 상호 연관성 리스크다. 빅테크 플랫폼은 다양한 데이터와 인프라와 결합해 금융 영업을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비금융 영역의 문제가 금융 서비스로 전이될 수 있다. 또한 금융회사들이 빅테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IT 인프라를 활용하는 구조가 확대되면서 빅테크 리스크가 금융회사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감독 당국의 점검이 필요하다.
디지털자산의 경우 변화 속도가 빠르고 입법도 진행 중이어서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시장 특성상 글로벌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국내가 시장 방향을 좌우하기는 어려운 만큼 규제의 초점은 시장 통제보다 투자자와 소비자 보호에 맞춰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Q. 금융대전환이 실제 변화로 이어지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요? 2026년 금융이 달라졌다고 평가받기 위한 핵심 조건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지금은 금융회사들이 고금리 고물가 과정에서 누적된 부실 정리를 마무리하고 영업 모델을 재정비해야 할 시기라고 본다. 그 과정에서 생산적 금융과 포용적 금융 방향에 부합하는 전략 전환이 이뤄지는지가 중요하다. 결국 2026년 금융 산업 평가는 이러한 영업 모델 재정비를 얼마나 실질적으로 수행했는지를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지역금융과 소형 금융회사의 역할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포용금융 측면에서 지역금융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며 제도적으로 무엇이 보완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포용금융의 상당 부분은 대형은행보다 지역 금융회사나 상호금융 등 소형 기관이 더 적합하게 수행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 대형은행은 규모가 크기 때문에 신용평가와 리스크 관리가 정형화될 수밖에 없고 예외를 두기 어려운 구조다. 반면 지역 금융회사들은 정형 정보뿐 아니라 비정형 정보와 정성 정보를 함께 반영해 평가하고 사후관리까지 밀착형으로 가져갈 여지가 있다. 이런 특성이 취약차주나 지역 기반 고객을 포용하는 데 강점이 될 수 있다.
다만 규제를 먼저 완화한다고 해서 역할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영업 모델로 포용금융을 수행할지 먼저 정립되고 그 모델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규제와 감독이 맞춰지는 접근이 필요하다. 감독당국도 대형 기관에는 정형화된 감독을 적용하되 소형 기관에는 다양한 평가와 영업 방식을 일정 부분 인정하는 다양성 기반 감독이 필요하다.
구조적 과제로는 한국 금융산업에 성장 사다리가 약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해외와 달리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이 성장해 은행으로 발전하는 경로가 거의 없어 소형 금융회사에 대한 장기적 육성 유인이 크지 않다. 이 단절 구조가 완화되고 지역 금융회사가 영업 모델을 축적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질 때 포용금융도 보다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결국 지역금융과 감독당국 간의 긴밀한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실행 가능한 모델을 축적해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대담 : 전규열 폴리뉴스 부사장(경영학 박사) / 사진 및 정리 : 권은주 기자
이규복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금융산업·비은행 금융·서민금융 분야 연구
- 금융소비자 보호 및 금융제도 연구 수행
[폴리뉴스 권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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