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우주항공청이 올해 주요 신규 사업 가운데 하나로 4500파운드급 민수용 항공엔진 개발을 추진하는 가운데,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민수 항공엔진이 기술 확보를 넘어 실제 시장에서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를 두고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25일 관련 업계에서는 민수용 항공엔진 산업을 ‘기술 산업’이기보다 ‘시장 산업’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국제 감항당국의 인증 과정도 까다롭지만, 개발 후 장기간 운용 데이터가 축적돼야 상용 항공엔진 시장에서 신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항공엔진 전문가도 “민수 엔진은 시험 성능보다 운용 이력과 신뢰가 더 중요한 산업”이라며 “기술개발 이후 실제 상용 단계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민수 항공엔진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냐보다 실제 항공기에 탑재돼 운용된 이력이 있느냐가 더 중요한 시장”이라면서 “엔진 단독 개발보다는 어떤 플랫폼과 결합해 실적을 쌓을 것인지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우주항공청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인식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광병 우주항공청 항공혁신임무설계프로그램장은 “이번 사업은 민수 항공엔진을 곧바로 양산·판매하겠다는 개념이 아니라, 군용 엔진 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핵심 기술을 민수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우주청이 설정한 초기 목표도 일반 여객기용 민수 엔진이 아니라 군용 무인기 시장을 겨냥한 단계적 접근이다. 민수용 항공엔진은 국내에서 인증을 받아도 해외에서 그대로 인정받는 구조가 아니다. 통상적인 개발·인증 절차만으로 세계 주요 항공당국의 형식인증을 획득하는 것은 상당히 까다롭다는 설명이다.
우주청이 군용 무인기 분야를 첫 적용 대상으로 삼은 배경도 이처럼 인증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그는 “군용 무인기는 엔진 자체에 별도의 형식인증을 요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해외 무인기 체계업체와 위험분담파트너(RSP) 방식으로 국제공동개발에 참여할 경우, 무인기 체계 인증 과정에서 엔진 검증을 함께 진행하며 개발 이력을 먼저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단계적 접근이 곧바로 민수 항공엔진 상용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항공엔진 업계에서는 완제 민수 엔진 개발보다는 터빈, 연소기, 내열 소재 등 민군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는 요소 기술 축적이 보다 현실적인 전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주항공청은 이번 민수 항공엔진 개발 구상을 단기간 성과를 목표로 한 사업이라기보다 항공엔진 산업 전반의 기술 저변을 넓히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이 프로그램장도 “자립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모든 부품을 100% 국산화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원형 엔진 개발을 통해 국내에 항공엔진 기술 기반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밝혔다.
해외 사례 역시 이러한 접근법을 뒷받침한다. 일본은 과거 민수 항공엔진 자립을 목표로 다수의 국가 주도 연구개발을 추진했지만, 완성형 엔진을 독자적으로 상용화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대신 일본 기업들은 글로벌 엔진 제작사와 국제공동개발(RSP) 방식으로 참여하며 팬, 터빈, 케이싱 등 특정 모듈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는 막대한 인증 비용과 장기간의 신뢰성 검증이 요구되는 민수 항공엔진 시장의 높은 진입 장벽을 고려한 현실적 선택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국내 민수 항공엔진 개발 역시 ‘개발 자체’보다 ‘개발 이후 어디에 쓰일 것인가’가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기술 확보가 곧바로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지 않는 항공엔진 산업의 특성상, 적용 플랫폼과 사업 구조가 명확하지 않으면 장기 과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번 민수 항공엔진 개발 사업은 성공 여부를 단기간에 판단하기 어렵다. 우주항공청이 제시한 로드맵대로라면 항공엔진 완성품을 곧바로 시장에 내놓기 위한 사업이라기보다, 향후 수십 년을 내다보고 민수·군수 공통의 엔진 기술 기반을 축적하는 장기 투자에 가깝다.
다만 기술 축적의 방향과 활용 경로가 명확히 설정되지 않는다면, 민수 항공엔진 개발이라는 이름과 달리 실질적인 산업 성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점도 분명해 보인다. 우주항공청이 제시한 기술 기반 구축이 향후 어떤 실효성 있는 시장 진입 경로로 이어질지에 따라 이번 사업의 의미 역시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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