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바빌로니아로 끌려간 유대인들이 사슬에 묶인 채 잃어버린 조국과 요르단 강, 예루살렘을 그리워하며 노래한다.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으로 알려진 '가라, 상념이여, 황금빛 날개를 타고'(Va, pensiero, sull’ali dorate)가 일으키는 '전율'을 국내 무대에서 경험할 수 있게 됐다.
베르디 예술 세계의 출발점이 된 기념비적 대작, 권력과 광기의 서사를 담은 강렬한 드라마와 장대한 합창이 어우러진 작품 '나부코'(Nabucco)가 오는 4월 9일부터 1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특히 서울시오페라단(단장 박혜진)이 1986년 국내 초연 이후 40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무대로 의미를 더한다.
작품은 기원전 6세기 바빌로니아 제국의 예루살렘 정복과 유대 민족의 포로 생활을 배경으로 한다. 1842년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 주세페 베르디를 단숨에 최고 작곡가 반열에 올려놓은 출세작이다.
바빌로니아 왕 나부코, 그의 딸 아비가일레, 유대 민족의 지도자 자카리아를 중심으로 권력을 향한 욕망, 자유와 구원의 문제를 다룬다. 신의 자리를 넘보는 나부코의 오만은 광기로 무너지고, 왕좌를 향한 아비가일레의 욕망은 파멸로 치닫는다.
특히 '가라, 상념이여, 황금빛 날개를 타고'(Va, pensiero, sull’ali dorate)는 조국을 잃은 민족의 비애와 귀환에 대한 염원을 담아낸 명장면으로, 오늘날까지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합창곡 중 하나로 꼽힌다. 1901년 베르디의 장례식에서 토스카니니의 지휘 아래 수천 명이 이 곡을 합창하며 거장을 배웅했던 역사적 순간처럼, 이번 공연에서는 60명에 달하는 시민합창단이 더해져 대규모 합창의 압도적인 울림을 선사할 예정이다.
공연은 오페라판 '왕좌의 게임'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드라마 연출과 '운명의 체스판' 콘셉트로 기원전 6세기의 원초적 에너지를 반영한 의상, 역동적인 무대 장치를 통해 대작 오페라의 스펙터클을 극대화한다.
또한 전세계에서 활약하는 정상급 성악가들의 웅장한 무대와 대규모 합창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나부코 역은 뮌헨 ARD 국제콩쿠르 1위와 청중상을 수상한 바리톤 양준모와, 빈체로 국제콩쿠르 1위 및 청중상을 받은 바리톤 최인식이 맡아 강렬한 카리스마를 선보인다. 아비가일레 역에는 차이콥스키 콩쿠르 1위의 소프라노 서선영, 베르디·비냐스 국제콩쿠르 1위 소프라노 최지은이 참여해 강렬한 드라마와 폭발적인 성량을 선보인다.
페네나 역에는 풍부한 표현력과 감각적인 음악성으로 품격 있는 무대를 선사하는 메조소프라노 김선정과, 깊은 울림의 매력적인 음색을 보유한 메조소프라노 임은경이 출연한다. 이스마엘레 역은 제네바 국제콩쿠르와 마르멍드 국제콩쿠르 등에서 수상한 테너 이승묵과 몽세라 카바예 국제콩쿠르 1위를 수상한 테너 윤정수가 열연한다. 자카리아 역에는 독일 정부가 수여하는 예술가 최고 영예인 궁정가수(Kammersänger) 작위를 수여 받은 베이스 전승현과 빌바오 국제콩쿠르 및 플라시도 도밍고 국제콩쿠르 입상 후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종횡무진 활약하는 임채준이 무게감을 더한다.
연출은 서울시오페라단 '리골레토'(2022)와 창작오페라 '양철지붕'(2023)으로 호평받은 장서문이 맡았으며, 브장송 국제지휘콩쿠르 한국인 최초 수상자인 지휘자 이든이 한경아르떼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이끈다.
서울시오페라단 박혜진 단장은 "한국 초연 이후 40년 만에 다시 만나는 의미 있는 무대"라며 "웅장한 합창의 공동체 목소리를 담은 이 작품의 울림을 기대해달라"고 전했다. 이어 장서문 연출가는 "동시대 국내 관객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강렬한 드라마와 역동적인 무대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웅장한 합창과 폭발적인 아리아, 치밀한 앙상블이 만들어내는 음악적 에너지는 작품을 베르디 오페라 세계의 출발점이자 불멸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기원전 6세기 배경의 이야기는 오늘의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 권력과 자유에 대한 질문을 관객 앞에 다시 세운다.
뉴스컬처 노규민 pressgm@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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