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에서 곰팡이와 머리카락 등 위해성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수년간 접수됐음에도 당국이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아 해당 제조번호 백신 1420만 회분이 국민에게 접종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감사원의 대규모 코로나19 감사 결과가 공개되면서 방역 당국의 안전 관리 부실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감사원은 2026년 2월 23일 '코로나19 대응실태 진단 및 분석' 주요 감사 결과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번 감사는 국내 첫 코로나19 환자가 확인된 2020년 1월부터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가 해산한 2024년 5월까지, 코로나19 대응 체계 전반을 5개 분야에 걸쳐 면밀히 점검한 결과물입니다. 이 과정에서 백신 안전 관리의 심각한 허점이 낱낱이 드러났습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은 2021년 3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3년 7개월에 걸쳐 총 1285건의 백신 이물질 신고를 접수했습니다. 이 가운데 65%에 해당하는 835건은 접종 과정에서 주사기 고무마개 파편이 떨어져 나온 사례로, 제조보다는 사용법상의 문제로 분류됩니다. 그러나 나머지 127건, 전체의 9.9%는 곰팡이, 머리카락, 이산화규소 등 제조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는 위해 우려 이물질이었습니다. 이처럼 위험 가능성이 있는 이물질 신고가 상당수 접수됐음에도 불구하고, 질병청은 접종 보류 등의 선제적 조치를 단 한 건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주목받는 사례는 2022년 3월에 발생했습니다. 특정 지역 의료기관이 코로나19 백신 바이알(유리 주사약통) 내에서 검은 이물질을 발견해 신고했지만, 질병청은 이를 즉각 처리하는 대신 한 달 뒤인 4월에야 해당 제조사에 내용을 전달했습니다. 이후 제조사는 또 2개월이 지나서야 "해당 이물질이 곰팡이로 확인된다"는 회신을 보내왔습니다. 그 공백 기간 동안 동일 제조번호 백신 약 190만 회분이 아무런 조치 없이 계속 접종됐습니다. 게다가 질병청은 이 사실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도 알리지 않아 관계 기관 간의 공조 체계마저 허물어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통상적인 의약품 안전 관리 절차라면 곰팡이, 머리카락 등 이물질이 검출된 코로나 백신은 즉시 리콜 조치하고 해당 제조사에 대한 행정처분이 뒤따라야 합니다. 질병청과 식약처 또한 2021년 3월 '코로나19 백신 공동 매뉴얼'을 작성해, 품질 문제 발생 시 질병청이 식약처에 통보하고 식약처가 해당 제품을 분석한 뒤 조치 수준을 결정하는 체계를 명문화했습니다. 그러나 감사원 조사 결과 이 매뉴얼은 실제 상황에서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매뉴얼이 있었지만 현장에서는 유명무실한 지침에 그쳤다는 지적입니다. 감사원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이례적 상황에서 질병청이 파견 인력 위주로 운영되며 절차를 제대로 준수하지 못했다는 입장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함께 백신 이상반응 통계에서도 의미 있는 수치가 나타났습니다. 위해 우려 이물질이 발견된 제조번호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 중 0.272~0.804%가 이상 반응을 경험했으며, 이는 이물질 문제가 없는 일반 백신의 평균 이상반응 보고율보다 0.006~0.265%포인트 높은 수준입니다. 감사원은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이물질 노출 가능성이 있는 백신 접종군에서 이상반응 비율이 다소 높게 나타난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여기에 유효기간이 지난 백신을 접종한 사례도 2703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는데, 질병청이 이 사실을 해당 접종자들에게 알리지 않아 그중 절반이 넘는 1504명(55.6%)이 재접종 기회조차 얻지 못했습니다.
이번 감사에서는 백신 도입 과정의 문제점도 함께 지적됐습니다. 2020년 당시 미국, 영국 등 주요국들이 7월부터 글로벌 제약사와 경쟁적으로 선구매 계약을 체결하던 시기에, 한국은 11월 말이 돼서야 계약에 나섰습니다. 늦장 계약의 원인으로는 보건복지부와 질병청 간의 업무 소관 다툼이 지목됩니다. 2020년 9월 질병관리본부가 질병청으로 독립·승격되는 과정에서 제약사 협상 업무 주체가 불분명해졌고, 두 기관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사이 한 달 넘게 협상이 공전됐다는 것입니다. 또한 범정부위원회가 당초 '인구 70% 이상 신속 확보'로 방침을 정했음에도, 이후 비공식 관계 장관회의를 통해 전문가 의견 수렴 없이 '인구 60% 신중 도입'으로 방향이 바뀐 점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청은 즉각 해명에 나섰습니다. 질병청은 "(곰팡이, 머리카락 등) 이물질이 신고된 백신은 접종 용도로 사용하지 않고 별도 격리·보관했으며, 실제로 접종된 사례는 없다"고 반박하면서, 감사원이 발표한 '1420만 회분 접종'은 이물질이 신고된 바이알과 동일한 제조번호가 부여된 다른 바이알들이 접종된 것임을 강조했습니다. 질병청은 "제조사 조사 결과 제조·공정상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으며, 이물 발생은 신고된 해당 백신에만 국한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지난해 10월 '백신 보관 및 관리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이물질 발견 시 식약처와 질병청에 신고하는 절차를 구체화했으며, 앞으로는 식약처에 직접 품질조사를 의뢰하는 절차를 추가로 마련해 안전관리 체계를 한층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감사원의 이번 발표는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전반에 걸친 체계적 평가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집니다. 코로나 백신 이물질 문제는 단순한 행정 실수를 넘어 수백만 명의 건강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이번 감사 결과를 계기로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의 백신 안전관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향후 국회 차원의 추가 조사와 관련 기관의 책임 규명이 어떻게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Copyright ⓒ 원픽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