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송진현 기자 |성기학 영원무역그룹 회장(79)은 국내 섬유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1947년 서울에서 태어난 성기학 회장은 27세 때인 1974년 영원무역을 설립하며 기업인의 길로 들어섰다. 사업 초기 그는 유럽에 장갑과 스키복 등을 수출해 기반을 닦을 수 있었다.
성 회장은 1980년 노동력이 값싼 방글라데시에 진출, OEM 의류 생산을 통해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지금은 계열사가 80여개에 이르고 지난해 지주사인 영원무역홀딩스 기준으로 매출은 4조원대에 달한다.
성기학 회장이 일궈낸 기업 성장 스토리가 우리 사회의 귀감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성기학 회장은 기업을 경영하면서 정직을 강조한 것으로도 정평이 나있다. 그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제조업은 품질로 신뢰를 쌓는 산업으로 납기와 품질, 원가를 속이면 시장에서 도태된다”며 “장기적으로 살아남으려면 정직한 생산이 기본”이라고 수차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이 같은 성 회장의 경영철학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사건이 최근 불거졌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허위자료 제출로 검찰에 고발당한 것이다.
성 회장이 스스로의 양심을 속인 것이 공정위에 적발되었다고 볼 수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성 회장은 지난 2021~2023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등의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2022년 74개사, 2023년 60개사 등 총 82개 소속사를 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기학 회장은 본인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를 비롯해 둘째 딸과 셋째 딸, 남동생과 조카 등이 소유하는 회사가 계열사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제외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자산 규모 5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에 대해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하고 있는 상태다. 성 회장은 3조원에 달하는 계열사를 공정위에 보고하지 않아 해당 기간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영원무역그룹은 2024년에야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된 바 있다.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될 경우 총수일가의 일감 몰아주기로 대변되는 사익 편취 규제가 따르고 공시 의무도 발생한다. 성 회장이 이를 피하기 위해 허위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흔히 그룹으로 통칭되는 기업집단은 투명한 공시와 사회적 책임, 공정한 경쟁의 책무를 수행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성기학 회장이 자료를 허위로 제출했다는 것은 기업의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공정위의 허위자료 제출이 진행되는 동안 성 회장의 지분증여도 이뤄졌다. 성 회장은 지난 2023년 3월 큰 딸인 성래은 부회장에게 영원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YMSA의 지분 50.1를 증여했다.
검찰은 공정위 고발과 함께 승계 과정에서 편법이나 불법이 없었는지도 면밀히 들여다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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