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개전=정혜련 작가] 노원아트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인상파, 찬란한 순간들: 모네, 르누아르, 반 고흐 그리고 세잔’을 도슨트 해설과 함께 관람했다. 전시장에 들어가기 전, 5층 영상관에서 먼저 작품과 시대적 배경에 대한 설명을 듣는 구조는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들었다. 단순히 ‘유명한 화가의 그림을 본다’는 감상에서 벗어나, 그들이 왜 그런 방식으로 그렸는지를 먼저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설명을 듣고 난 뒤 마주한 그림들은 이전보다 훨씬 또렷하게 다가왔다.
작품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고, 오히려 그 소박한 크기 덕분에 화가의 붓질이 더 가까이 느껴졌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빛을 대하는 태도였다. 클로드 모네의 작품에서 물 위에 반사된 빛은 고정된 형태가 아닌 그 순간 공기의 떨림처럼 표현되어 있었다. 도슨트는 “모네는 사물을 그린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의 빛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화면 속 연못은 단순한 풍경이라기보다 시간의 한 조각처럼 보였다. 나 역시 작업을 하며 ‘행복’이라는 보이지 않는 감정을 형상화하려 애쓰고 있는데, 모네가 빛이라는 비물질적인 존재를 포착하려 했던 태도와 어딘가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앞에서는 전혀 다른 에너지가 느껴졌다. 붓질은 거칠고, 색은 강렬했다. 도슨트는 고흐의 색채가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감정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화면을 가까이에서 보면 색과 색이 부딪히는 지점마다 감정의 밀도가 느껴진다.
나는 종종 한지 위에 아크릴 채색을 하며 색을 여러 번 겹쳐 올리는데, 그 과정에서 감정이 쌓여가는 느낌을 받곤 한다. 고흐의 화면을 보며 색은 설명이 아니라 고백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폴 세잔의 작품에서는 또 다른 차원의 집중이 느껴졌다. 도슨트는 세잔이 ‘보이는 것을 구조로 이해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화면은 겉으로는 조용해 보이지만, 형태를 쌓아 올리는 방식에서 굉장한 사유가 읽힌다. 세잔이 사과 하나를 두고도 수없이 관찰하며 그렸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나 역시 하나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반복적으로 스케치를 하던 시간이 떠올랐다. 반복은 지루함이 아니라 깊이를 만드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크게 남은 질문은 이것이었다. ‘나는 무엇을 포착하고 있는가?’ 인상파 화가들은 찰나의 빛, 변화하는 공기, 순간의 감정을 붙잡으려 했다. 그들은 완벽한 형태보다 지금 이 순간의 인상을 선택했다. 내 작업에서도 완성도에 대한 집착이 앞설 때가 있다. 하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완성이라는 기준보다 내가 진짜로 붙잡고 싶은 감정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도슨트를 먼저 듣고 관람한 경험은 단순히 지식을 더한 것이 아니라, 감상의 방향을 열어주었다. 설명을 통해 작품의 문을 두드리고, 그다음 나만의 시선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전시를 나오며 문득, 인상주의가 단지 한 시대의 미술 사조가 아니라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려는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빛은 늘 변하고, 감정도 늘 움직인다. 그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화면 위에 남긴 화가들의 용기가 오래 마음에 남는다. 그리고 나는 다시, 나의 빛과 나의 색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 조용히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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