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이번 주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힘을 얻으면서, 대출을 안고 있는 가계와 자영업자의 부담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예금금리는 빠르게 낮아진 반면 대출금리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으면서 체감 이자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최고 금리는 연 2.8%대 후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연 4%대를 오르내리던 것과 비교하면 단기간에 큰 폭으로 하락한 셈이다.
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공격적으로 제시하지 않는 배경에는 위축된 대출 수요가 자리하고 있다. 통상 은행은 예금을 통해 자금을 확보한 뒤 대출을 늘려 수익을 창출하지만,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면서 자금 유치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달 20일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약 764조원대로, 지난해 말 대비 2조원 이상 감소했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모두 줄어드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수익성 방어가 중요한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조달 비용을 높일 이유가 크지 않다. 그 결과 예금 금리는 빠르게 내려왔지만, 대출 금리는 상대적으로 더디게 조정되고 있다.
대출 금리는 코픽스(COFIX), 금융채 금리 등 시장지표와 가산금리를 반영해 산정되는데, 시장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데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까지 더해지면서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금리를 낮추기 어려운 구조다.
이 같은 '금리 비대칭' 현상에 대해 실수요자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예금 이자는 낮아졌지만 대출 이자는 크게 줄지 않아 예대금리차가 다시 확대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한편 시장에서는 이번 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 흐름과 원·달러 환율 변동성 등을 고려할 때 성급한 금리 인하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금리 인하 기대를 암시하던 표현을 삭제하며 정책 기조에 변화를 예고했다. 당시 의결문에는 "성장 지원과 함께 물가 및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겠다"는 문구가 담겼다.
이창용 총재도 최근 간담회에서 "금리 인하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으며 시장의 과도한 완화 기대에 선을 그었다.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면서 일각에서는 고금리 장기화가 소비 위축과 자영업자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는 곧 대출 연체율 상승과 금융권 건전성 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은 억제하는 반면 예금 금리만 빠르게 낮아질 경우 체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실수요자 보호와 금융안정 사이 균형을 맞추는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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