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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리하 스테파니시나 주미 우크라이나 대사는 이날 우크라이나 전쟁 4년을 되돌아보는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11월 러시아 노보로시스크 항구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 이후 미 국무부로부터 ‘미국의 이익을 공격하는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는 ‘데마르슈’(demarche·공식 항의 또는 의견을 전달하는 외교 전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당시 흑해 연안의 전략적 요충지인 노보로시스크 항구를 공격해 러시아의 ‘그림자 선단’ 소속 유조선 2척을 손상시켰다. 이 공격으로 카자흐스탄 카스피해 파이프라인 컨소시엄이 소유한 터미널도 피해를 입었다.
미 에너지기업 셰브론과 엑손이 컨소시엄 일부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기에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해친 것이라고 국무부는 판단한 것이다. 노보로시스크항은 러시아 최대 석유 수출항 중 하나로, 카자흐스탄 유전에서 생산되는 원유의 주요 수출 통로라고 FT는 부연했다.
우크라이나는 컨소시엄 공격에 대해 공식적으로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으며, 우크라이나 외무부 역시 논평을 거부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전쟁자금을 조달하는 에너지 시설과 항구를 공격하는 것이 우크라이나가 취하는 제재 방식이라며, 이런 공격이야말로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주장해 왔다.
다만 스테파니시나 대사는 미국의 경고가 러시아의 군사 및 에너지 인프라 공격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미 국무부는 스테파니시나 대사의 발언에 대한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한지 만으로 꼭 4년이 되는 날이었지만, 미 정부 대응은 미온적이었다고 FT는 전했다. 백악관이 우크라이나에서 열리는 행사에 고위급 인사 또는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테파니시나 대사는 이날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초청받았다며 “미국으로부터 우크라이나가 버림받았다고 느끼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에서 러시아의 전쟁을 끝내는 문제를 언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날 유엔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제안한 평화지속 결의안 표결이 진행됐는데, 미국은 다른 50개국과 함께 기권했다. 결의안은 찬성 107표로 통과됐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압박을 가한 것과 달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미국 시설을 공격하는 것에 대해선 침묵을 지키고 있다.
지난해 6월 러시아의 공습으로 미 기업인 보잉사의 키이우 시설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고, 지난 22일에도 러시아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동부에 있는 미 식품기업 몬델리즈의 생산시설을 타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미 전자기업 플렉스(Flex)의 우크라이나 서부 공장이 러시아 공격을 받은 데 대해 “불만스럽다”고 언급한 적이 있으나, 이후 러시아의 공격이 지속 확대했음에도 미국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은 지속적인 불만을 표명해 왔다. 우크라이나 주재 미상공회의소(AmCham)의 올해 1월 보고서에 따르면 전쟁 중 러시아의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내 미 기업의 47%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FT는 “미국이 확고한 정치·외교적 지원과 직접적인 군사 지원에서 벗어나 보다 중립적이고 러시아에 우호적인 입장으로 선회했다며, 이는 우크라이나를 불쾌하게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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