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ELTER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의 감독 요아킴 트리에와 그의 뮤즈 레나테 레인스베가 다시 만나 가족에 대해 말한다. 이토록 양가적인 안식처에 관하여.
오래전 가족을 버리고 집을 떠났던 구스타브(스텔란 스카스가드)는 전성기가 지난 작가주의 감독이다. 아내의 장례식 때문에 집으로 돌아온 그는 연극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큰딸 노라(레나테 레인스베)에게 두툼한 시나리오집을 한 권 건넨다. “너를 위해 쓴 각본”이라며. 그러나 노라는 그의 영화 출연 제안도 단칼에 거절한다. 그녀는 “아버지가 떠나고 우리 집은 가벼워졌다”고 말한다. 땅 위에 삶의 무게를 지우지 못하고 마치 풍선처럼 허공에 붕 떠 있는 ‘가벼운 집’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딸은 아버지를 불신하고 원망한다.
아버지와 딸의 대립이라는, 지극히 보편적인 드라마로 시작한 영화는 종반으로 치닫으며 겹겹의 입체성을 획득한다. 노라는, 가족이라는 틀에서 자라난 모두는, 그러니까 우리 자신은 지독히 싫어하는 아버지이자 비극적인 삶을 살았다고 전해 듣기만 한 아버지의 어머니이자 내가 사랑하는 조카의 일부다. 알쏭달쏭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 말을 직관적으로 표현한 영화 속 한 장면이 타인의 삶을 공감하게 만든다. 이것이 연극이나 소설 등 다른 예술 장르와는 달리 오직 영화만이 해낼 수 있는 성취란 것도.
노라는 마침내 아버지가 쓴 대사를 소리내어 읽는다. “누가 그러는데 기도는 신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절망을 인정하는 거래요. 다른 방법이 없어서 그냥 바닥에 주저앉는 거죠. 실연당한 채 누워 이렇게 생각하는 거랑 똑같아요. ‘제발 전화해줘 나를 용서해줘.’ 저는 모든 걸 망쳤어요. 그런데 마침 혼자서 울고 있었죠. 그래서 난생처음 바닥에 앉아서 기도를 했어요. 누구에게인진 모르겠지만 소리를 내서 말했어요. 도와주세요. 더 이상 못 하겠어요. 혼자서는 못해요. 나에겐 집이 필요해요. 집이 있어야 해요.” 물론 이 작품이 정상 가정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건 아니다. 〈센티멘탈 밸류〉 에서 집이란 절망에 빠져 바닥에 주저앉은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정서적 토대 그자체다. 침묵보단 소음이, 가벼워서 떠오르기보단 차라리 무거워서 가라앉는 게 나은, 속 시끄럽고 지긋지긋한 그 안식처 말이다.
※ 〈센티멘탈 밸류〉는 2월 1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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