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살을 반성함'·'나를 보고 단것에 미쳤다고 하든 말든'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 구름 사람들 = 이유리 지음.
"저 아름다운 분홍빛 구름을 보세요. 마치…불행으로 만들어진 솜사탕 같지 않습니까."
202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유리의 첫 장편 소설이다.
소설의 무대는 지상으로부터 1.5㎞ 떨어진 상공의 오염물질로 이뤄진 분홍빛 구름이 생겨난 세계.
가장 높은 이곳에는 최하위계층 사람들이 터를 잡고 살아가며, 이들은 '땅 사람들'과 구분해 '구름 사람들'이라 불린다. 구름 사람들은 지면과 떨어진 탓에 물과 전기 부족에 시달리고, 추위와 더위에 속수무책으로 방치된 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정부가 인공강우제를 살포해 구름을 철거할 것이라는 소문이 들려오고, 구름 사람들은 삶의 터전을 잃게 될 위기에 처한다.
"구름이 녹아내려 비가 되겠지. 우리는 분홍색 빗방울과 함께 1.5㎞ 아래로 떨어질 것이다. 모든 게 착착 뭉개지고 깨져 곤죽이 된다."
빈곤의 문제와 자본주의의 차가운 얼굴을 예리한 상징과 알레고리를 통해 생생하게 그려냈다.
문학동네. 352쪽.
▲ 스물다섯살을 반성함 = 윤제림 지음.
"한때 같은 별에 살았다는 이유 하나로 우리는 지금/ 바싹 붙어 앉아 있다/ 두손을 꼭 붙들고,// 오늘 처음 본/ 사이에!"('지구인' 전문)
일상의 언어로 따뜻한 서정의 세계를 일궈온 윤제림 시인의 신작 시집이다.
시인은 시집에서 불교의 연기론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우주에서 만물이 간절히 연결돼있다며 사물과 동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나는 그렇게 들었다'라는 시에서는 "말조심해라/ 우리는 아무거나 먹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 당신을 고기로 보지 않는다"는 버들치, 갈겨니, 동자개, 모래무지의 외침을 듣는다.
표제작인 '스물다섯살을 반성함'에서는 과거 카피라이터로 활동하던 시절, "죽는 약"인 줄도 모르고 화려한 수사를 동원해 농약 광고를 만들었던 젊은 날의 무지를 반성하기도 한다.
"여전히 농약병 구르고 검은 비닐 날리는/ 농수로 다리 위에서 차를 세우고/ 나, 참회의 문장을/ 땅에다 묻네"
사소한 장면에서 삶의 숨은 의미를 짚어내는 탁월한 직관이 빛나는 시집이다. 무거운 주제도 유쾌하게 비틀어 내는 특유의 해학 속에 두고두고 곱씹을 만한 것들이 숨어 있다.
창비. 140쪽.
▲ 나를 보고 단것에 미쳤다고 하든 말든 = 강혜선 지음.
김려, 박제가, 서거정, 정약용, 유득공 등 조선 시대 지식인들이 남긴 음식에 관한 시와 산문을 추려 작품에 담긴 일화와 배경을 함께 풀어 쓴 미식 인문서다.
강혜선 성신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방대한 고문헌 속에서 '맛있는 문장'을 추려 정갈한 '한시 한 상'을 차려냈다.
상에 오른 음식들이 모두 산해진미는 아니다. 옛 문인들은 눈 내리는 겨울밤 아내가 장독에서 꺼낸 찬 김치 한 보시기와 술 한 잔에 감동해 밤늦도록 정담을 나누고, 유배지에서 맞은 생일에 누님의 '메밀만두'를 떠올리며 감상에 젖는다.
가난한 살림에 텃밭을 일구며 오이와 가지, 호박을 예찬하는 선비들의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뭉클하다.
서유재. 4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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