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김창수 기자 | 국내 양극재 수출이 5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전기차(EV) 시장 속도 조절과 주요 완성차 업체 전동화 전략 수정 직격탄을 고스란히 맞은 모양새다. 원재료 리튬 가격이 반등 흐름을 보이지만 실제 판가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존재해 2차전지 소재 업계 체감 경기는 당분간 얼어붙을 전망이다.
▲ 양극재 수출, 5년여 만에 최저치…美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 ‘직격탄’
증권업계와 수출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국내 양극재 수출액은 3억달러로 전월 대비 20% 감소했다. 수출 물량은 1만3000톤으로 23% 줄었다.
이는 월간 수출 물량 기준으로 2020년 10월 이후 5년 3개월 만의 최저치다. 다만 평균 수출단가는 ㎏당 24달러로 전월보다 3% 상승했다.
물량이 급감하는 가운데 단가는 소폭 반등하며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출하 둔화가 연초까지 이어지며 통계상 저점 구간을 형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 급감 배경에는 미국 전기차 시장 둔화가 있다. 미국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 전기차 생산 계획을 조정하는 한편 일부 합작 배터리 공장 가동 일정을 재검토하고 있다.
전동화 속도를 완만하게 조정하고 하이브리드(HEV) 모델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 변화가 나타나며 배터리 수요 증가세도 한풀 꺾였다. 북미 시장 비중이 높은 국내 양극재 업체들로서는 직접적 영향권에 놓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1월 수출 부진 역시 미국향(向) 물량 감소가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부 규정 변화와 보조금 적용 범위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완성차 업체들 투자 속도 조절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가격 측면에서는 원재료 판매가 흐름이 변수다. 탄산리튬 가격은 올해 1월 말 ㎏당 23달러 수준까지 올랐다가 2월 들어 19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통상 리튬 가격 변동은 1~2개 분기 시차를 두고 양극재 판가에 반영된다.
▲ 판가 인상 기대 속 포트폴리오 확대 등 ‘자구책’ 돌입…“‘신중 모드’ 이어질 듯”
업계에서는 오는 2분기부터 일부 판가 인상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재고를 상당수 비운 상태에서 전방 수요 회복이 동반되지 않으면 가격 반등이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판매량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고정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수 있고 단가 상승 폭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국내 2차전지 업종 전반 경영 환경도 녹록지 않다. 전기차 중심 성장세가 둔화되며 배터리 셀 업체들은 설비 증설 속도를 조절하고 비용 관리 기조로 전환하고 있다. 소재 업체들 역시 가동률 관리와 재고 축소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그 중 일부 기업들은 중저가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거나 고객사 다변화를 추진하며 변동성 완화에 나서고 있다. 다만 단기간에 수출 물량이 급반등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가운데 주요 글로벌 중장기 변수로는 유럽 정책 변화가 꼽힌다. 유럽연합(EU)이 추진 중인 산업가속화법(IAA)은 역내 생산과 공급망 자립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다.
배터리 시스템 역내 조립 요건이 구체화될 경우 유럽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한 국내 기업들에는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정책 세부안과 시행 시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어 단기 수출 회복을 견인할 요인으로 확신하기는 어렵다.
결국 양극재 수출 회복 선결 과제로는 미국 전기차 수요 정상화가 첫 번째로 거론된다. 여기에 리튬 가격 반등분 판가 반영 시점이 맞물려야 업황 개선 가능성이 높다. 현재는 수출 물량이 바닥권에 머무는 가운데 가격 요인이 일부 완충 역할을 하는 구도다.
업계 한 관계자는 “2차전지 소재 산업은 전기차 중심 급성장 국면에서 한 차례 조정을 맞은 모습”이라며 “전방 시장 체력 회복과 확실한 관련 정책 수립 전까지는 신중한 경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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