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임준혁 기자 | 프랑스의 창고 로봇 자동화 솔루션 기업인 엑소텍(Exotec)이 산하물산의 육가공 물류센터에 3차원 로봇 시스템 '스카이팟(Skypod)'을 공급한다. 포장된 육가공 물품을 뜯지 않고 입고부터 출고까지 로봇이 처리한다. 케이스 단위 대량 자동화로는 국내 첫 사례다.
엑소텍은 CJ올리브네트웍스와 함께 이번 산하물산 육가공 물류센터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24일 밝혔다. 경기 광주시 산하물산 육가공 물류센터는 올해 3분기 본격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량 박스 단위로 유통되는 식품 물류를 '푸드&벌크(Food&Bulk)'라 부른다. 그동안 이 영역은 물량의 무게와 크기가 제각각일 뿐 아니라 냉장 환경, 위생 규제, 포장 불균형 등 다양한 변수로 인해 자동화가 무척 까다로웠다. 이번 프로젝트는 그 벽을 넘은 선구적 사례로 평가받는다.
엑소텍은 스카이팟 로봇 시스템을 중심으로 대량 박스 물류를 안정적으로 처리하는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한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컨베이어, 자동 라벨링, 창고관리시스템(WMS) 등 물류 설비 전반을 하나로 통합하는 시스템 구축을 담당한다.
◆ 로봇 이용...자동화 창고 통해 새로운 도약
산하물산은 스카이팟 자동화 시스템 도입을 통해 4년 만에 물류창고 운영을 재개하게 됐다. 수도권 외곽에 위치해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점을 스카이팟 자동화 시스템으로 해결했다.
냉장 설비를 갖춘 육가공 물류센터는 일반 상온 창고보다 건설·운영 비용이 2~3배 높다. 제한된 공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가 수익을 좌우한다. 산하물산은 자동화로 공간을 쥐어짜기로 했다.
육가공 식품 유통은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다. 대량 박스가 쏟아지고 온도는 엄격하게 지켜야 하며 출고 물량은 시간대별로 들쭉날쭉하다. 이 물류센터는 수입 육류 검역·통관 일정 때문에 오전 시간대에 트럭이 몰린다. 냉장 온도 유지를 위해 대량으로 하차·입고하는 동시에 출고를 위한 상차도 함께 이뤄진다.
짧은 시간에 입출고가 겹치는 환경에선 빠르면서도 정확한 시스템이 필수다. 사람 중심 운영으론 한계가 분명했다. 산하물산은 스카이팟 시스템으로 이런 복잡한 물류 흐름 속에서도 속도와 정확도를 끌어올리고 고객이 원하는 납기를 안정적으로 맞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14m 높이 선반을 초당 4m 속력으로 주행
스카이팟은 최대 14m 높이의 선반에서도 수직 이동과 피킹이 가능한 3차원 로봇이다. 초당 최대 4m로 달리며 고밀도 저장이 가능하다. 최대 30kg 중량의 박스까지 들 수 있어 무게와 크기가 다양한 박스가 섞여도 별도의 설비를 바꿀 필요 없이 유연하게 작동한다.
냉장창고는 냉방 유지를 위한 전기료 부담이 상온 창고에 비해 수 배에 이른다. 면적을 늘리는 것보다 같은 공간에 얼마나 많이 쌓느냐가 비용을 좌우한다. 이번 자동화 설계는 제한된 공간에 더 빽빽하게 쌓으면서도 로봇 동선은 꼬이지 않게 만들었다는 게 강점이다.
식품 유통 현장은 주문량이 시간대별로 크게 요동친다. 특히 출고 시간에 작업이 몰리면서 병목 현상이 반복된다. 엑소텍은 이 문제를 '동적 버퍼 구조'로 풀었다. 이 구조는 물량을 임시로 흡수했다가 필요한 시점에 내보내는 완충 장치다.
스카이팟의 수직 저장 공간이 마치 댐처럼 작동한다. 주문이 몰릴 때는 미리 쌓아둔 물량을 꺼내 쓰고 한가할 때에는 다음 출고를 대비해 채워둔다. 시스템이 스스로 물량 흐름을 조절하기 때문에 '동적(動的)'이라는 표현을 쓴다.
◆ 로봇이 무거운 케이스 옮기는 '풀 케이스 핸들링'
기존에는 10~20kg 육가공 케이스를 사람이 직접 날랐다. 하루에 수백개씩 반복 작업을 하다 보면 근로자의 근골격계 부담이 컸다. 이번 시스템은 '풀 케이스 핸들링' 방식을 적용했다. 케이스를 뜯지 않고 통째로 다룬다는 의미다. 입고된 케이스가 그대로 보관되고 주문에 따라 분류되며 출고 구역까지 이동한다. 이러한 전 과정이 자동이다. 속도도 빠르고 실수도 적다.
오지석 엑소텍 한국지사장은 “벌크 육류 자동화는 식품 유통업계에서도 실제 적용 사례가 매우 드문 영역”이라며 “이번 프로젝트는 자동화 사각지대로 여겨져 온 분야에서 새로운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선제적인 시도로 향후 자동화 도입을 검토하는 고객들에게 의미 있는 참고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운영 안정화 이후에는 물류 수요 증가와 사업 성장에 맞춰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며 “올해는 시간당 최대 1200박스 수준의 입출고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운영 역량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향후 처리 용량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명룡 산하물산 대표는 “4년 동안 철저하게 준비해 왔던 신공장 오픈이 코앞으로 다가오게 돼 설레인다”며 “이번 자동화 시스템 도입은 단순한 창고 재가동을 넘어 더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물류 환경으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송원철 CJ올리브네트웍스 스마트물류·팩토리담당은 “산하물산 물류센터의 성공적인 구축과 안정적 운영을 위해 물류 자동화 구축·운영 역량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할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산업 현장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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