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경제활동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법률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실제 집행과 정책 인프라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경제 성장 잠재력이 구조적으로 제약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제도와 현실 사이의 격차가 여성 노동력 활용을 가로막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24일 세계은행(World Bank·WB) 인더밋 길(Indermit Gill) 수석이코노미스트 겸 개발경제 담당 수석부총재는 출입기자단에게 “여성 경제적 평등을 위한 법 제도 수준은 평균 100점 만점에 67점이지만 실제 집행 수준은 53점에 머물고, 권리 실행을 뒷받침하는 제도·서비스 체계는 47점에 그친다”며 “이 같은 격차는 개발도상국 성장 잠재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전 세계 여성 가운데 거의 완전한 법적 평등 환경에서 생활하는 비율은 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률이 존재하더라도 실제 행정 집행과 정책 운영이 뒤따르지 않으면서 여성 노동력이 경제에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가운데 여성 안전 문제는 가장 큰 취약 영역으로 지목됐다. 노먼 로아이자(Norman Loayza) 세계은행 정책지표그룹 국장은 “필요한 안전 관련 법률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고, 마련된 법조차 상당 부분 집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안전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여성의 지속적인 경제활동 참여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육아 인프라도 주요 병목 요인으로 지목된다. 조사 대상 경제 가운데 절반 미만만이 가정의 보육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를 갖추고 있으며, 실제 필요한 정책과 서비스 중 약 30%만 구축된 상태로 나타났다. 특히 저소득 국가에서는 보육 지원 체계가 사실상 부재한 수준으로 분석된다.
창업 환경에서도 격차가 확인된다. 대부분 국가에서 여성은 법적으로 남성과 동일한 조건에서 창업할 수 있지만, 금융 접근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은 절반 수준에 머물러 여성 기업가의 성장 기회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향후 노동시장 구조를 고려하면 이러한 격차는 경제 성장과 직결된다는 분석이다. 티아 트룸빅(Tea Trumbic) ‘여성, 기업 그리고 법(Women, Business and the Law)’ 프로젝트 매니저 겸 주저자는 “앞으로 10년간 약 12억 명의 청년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며 이 가운데 절반이 여성”이라며 “여성 참여 장벽이 높은 지역일수록 참여 확대가 성장률 상승으로 이어질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최근 2년 동안 여러 국가가 여성 경제활동 관련 제도 개정을 추진하며 변화는 이어지고 있지만, 법 제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집행 역량과 정책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성장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세계은행은 여성 경제 참여 확대가 단순한 사회 정책을 넘어 생산성 제고와 고용 창출을 위한 핵심 경제 전략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법의 존재 여부보다 실제 작동 여부가 경제 성과를 좌우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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