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의 구두
이재순
일터에서 돌아온
아빠 구두
뒤축이 닳고 닳아
펑퍼짐해진 구두
미술관에서 본
고흐의 구두 닮았다.
진흙 묻고
끈 풀린 낡은 구두는
땀의 흔적
아빠보다 먼저 일어나
반짝반짝
구두를 닦는다.
봄처럼 따스한 가족애
아이는 아빠의 얼굴 대신 아빠의 구두를 더 많이 본다. 아빠는 새벽같이 일터로 나갔다 늦은 밤에야 들어오는 관계로 얼굴을 보기 쉽지 않다. 그래도 고마운 것은 신발장에 놓인 아빠의 구두. 이 동시는 아빠가 벗어 놓은 낡은 구두를 본 아이의 마음을 얘기하고 있다. ‘뒤축이 닳고 닳아/펑퍼짐해진 구두’. 아이는 아빠의 그 낡은 구두를 보다가 미술관에서 본 고흐의 구두를 떠올린다. 아빠의 구두랑 고흐의 구두가 꼭 닮았다. 그러면서 아이는 아빠가 밖에서 몹시 힘든 일을 하시나 보다 생각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아빠의 그 고생은 가족을 위해 하는 고생이라는 것까지도 생각한다. 그런 생각에까지 이르자 아이는 뭐라도 아빠를 위해 해 드리고 싶다. “그래, 그거야!” 아이는 졸린 눈을 비비며 새벽같이 일어나 신발장에서 아빠 구두를 꺼내 닦기 시작한다. 밖에서 묻어 온 흙먼지를 털고 구두약을 바르고 윤이 나도록 문지른다. “아빠, 힘내세요!” 아이는 구두를 닦으며 마음속으로 응원을 보낸다. 이 동시는 땀의 자국으로 범벅이 된 낡은 구두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얘기하고 있다. 건강한 노동, 단단한 일상, 따뜻한 가족애를 간결한 언어로 보여주는 삶의 노래이자 희망의 팡파르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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