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한 샤넬 가방을 두고 법원의 판단이 극명하게 갈렸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으로부터 청탁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건진법사 전성배(왼쪽)씨와 김건희 여사 / 뉴스1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통일교 측이 전 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전달한 명품 가방과 보석류를 통일교 사업을 위한 청탁 대가로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앞서 김 여사에게 일부 무죄를 선고했던 다른 재판부의 판단과 정면으로 충돌해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달 28일 김 여사 사건의 1심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2022년 4월 7일 수수된 첫 번째 샤넬 가방에 대해 청탁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김 여사가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받으면서도 이 부분은 무죄라고 봤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2022년 3월 30일경 윤 전 본부장에게 '대선을 도와줘서 고맙다'는 취지로, 윤 전 본부장은 '대통령 당선을 축하한다'는 취지로 전화 통화를 했으나 이는 의례적인 표현"이라며 "그 대화 내용 중 청탁이라고 볼만한 것이 없고, 그때부터 4월 7일 가방을 수수할 당시까지도 청탁이라고 볼만한 것이 없어 이를 전제로 해 알선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전 씨의 재판부인 형사합의33부는 같은 가방을 두고 '묵시적 청탁'이 성립한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통일교가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을 지원했고 김 여사도 이를 알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윤 전 본부장이 2022년 3월 22일 윤 대통령과 독대하며 사업을 설명한 점을 근거로, 김 여사가 금품 수수 전부터 이미 통일교의 보상 요구를 인지했다고 판단했다.
전 씨 재판부는 802만 원 상당의 가방이 '취임 기념 선물'이라는 명목이었어도 사회통념상 의례적 수준을 넘어섰다고 봤다. 또한 대통령 취임 전이라도 청탁이 존재했다면 알선수재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현재 김 여사 사건은 서울고법 형사15-2부(부장판사 원익선 신종오 성언주)에서 계류 중이다.
김 여사 측은 가방 수수는 인정하면서도 목걸이 수수는 부인하고 있다. 또한 통일교의 제안이 "실질적 이익과 무관한 추상적 비전 제시에 불과하고, 이를 청탁으로 인식하지 못했으며 알선의 의사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특검팀은 "3차례 금품 수수 중 1차 수수에 청탁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은 상식에 크게 어긋난다"며 "통일교가 4월 7일 명품 가방을 제공한 것은, 당시 청탁이 없더라도 향후 정책 청탁을 염두에 둔 행위였으며, 피고인도 이를 인식할 수 있었다"는 입장이다.
특검팀은 전 씨 관련 선고 직후 "금일 재판부는 알선수재죄에 대해 전부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6년을 선고했다. 특히 대통령 취임 전 수수한 '샤넬백'에 대해서도 통일교와 김건희 씨 사이에 묵시적 청탁을 인정했다"며 "특검은 김건희 씨에 대한 1심 판결에서 청탁이 없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던 이 부분이 유죄로 인정된 것에 주목하며, 김 씨의 항소심 준비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묵시적 청탁'에 대한 법리 해석이 1심에서 엇갈리면서 향후 항소심은 이를 둘러싼 치열한 법정 다툼의 장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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