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천만 영화 역설과 지역 영화 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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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춘추] 천만 영화 역설과 지역 영화 필연

경기일보 2026-02-24 19:13:5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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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독립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한국 영화계를 바라본다. 한국 영화계의 역동성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영화의 역사는 늘 주변부의 혁신이 중심을 뒤흔든 역사였다. 이탈리아의 네오리얼리즘은 스튜디오를 벗어나 거리의 진실을 포착했고 프랑스의 누벨바그는 전통적 서사를 해체하며 영화의 지평을 넓혔다. 미국의 뉴아메리칸 시네마와 덴마크의 도그마 95 운동 역시 거대 자본이 아닌 주변부에서 태동해 다음 시대의 새로운 동력을 제공했다. 혁신은 언제나 자본의 풍요가 아니라 시대적 결핍과 창작자의 저항정신에서 싹텄다.

 

오늘날 한국 영화계에서 이런 혁신이 멈춘 가장 큰 이유는 영화가 거대 자본과 알고리즘의 안전장치 안에서 반복되기 때문이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대형 배급망은 검증된 공식과 자극적인 소재의 복제에만 몰두한다. 그 결과 한국 영화계는 ‘천만 영화’를 성공의 기준으로 삼는 기이한 구조에 매몰됐다. 멀티플렉스는 대작 영화 상영관으로 채워지고 중소 규모의 영화는 개봉조차 어렵다. 수십년째 같은 지적이 반복되지만 영화 환경은 개선은커녕 위기를 더해 가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수많은 영화제마저 이 구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영화제는 새로운 영화를 발견하고 관객과 연결하며 작품의 공신력과 산업 네트워크를 만드는 생태계 플랫폼이어야 한다. 하지만 화려한 플래시 세례에 취한 일회성 축제로 끝나거나 유명 영화의 홍보 무대로 전락한다면 생태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10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대작 한 편이 동원한 천만 관객과 1억원의 제작비로 만든 100편의 영화가 각각 10만 명씩 모아 만든 천만 관객의 풍경을 상상해 보자. 후자에는 몇 명의 스타가 아닌 우리와 닮은 수백명의 주인공이 있고 다양한 이야기와 영화 형식이 실현된다. 그 수익과 가치는 생태계 곳곳에 스며들어 다음 창작의 씨앗이 된다.

 

지역은 단순히 영화를 찍는 ‘장소’를 넘어 중앙 집중적 서사에서 벗어나 고유한 삶의 결을 담아내는 창작의 거점이어야 한다. 지역에서 나고 자란 이야기가 세계적 공감을 얻는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 개발과 제작, 상영의 ‘작은 순환’이 지속되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한 편의 대작이 아니라 수많은 작은 영화가 시민과 만나는 일상이 반복될 때 그것이 혁신을 낳고 생태계를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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