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 처음의 선언, 세계의 서막 | 영화 #감독 최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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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irst | 처음의 선언, 세계의 서막 | 영화 #감독 최동훈

마리끌레르 2026-02-24 18:16:01 신고

3줄요약

우리는 무엇을 한 창작자의 헤리티지라 부를 수 있을까.
어떤 기준이나 기대에도 얽매이지 않은 채 가장 뜨거운 마음으로 완성한 첫 작품,
그 안에는 여전히 확장을 거듭하는 세계의 단단한 기반을 비추는 단서가 남아 있다.
영화, 음악, 문학의 영역에서 각자의 언어로 시대를 통과해온 창작자 21인이 자신의 처음과 연결된 물건과 기억을 건넸다.
한 시절을 온전히 바친 기록, 처음이기에 가능했던 선택이 그 안에 담겼다.
세상에 건넨 첫 선언, 그 선언과 함께 하나의 세계가 열리기 시작하던 순간.

감독 최동훈

장편영화 <범죄의 재구성>

<범죄의 재구성> 2004년 4월에 개봉한 영화다. 시나리오를 받아본 영화사의 반응은 ‘복잡하다’였다.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복잡해 보일 뿐, 오히려 심플하다’였다. 키워드로 설명하자면 ‘사기꾼들의 작당모의와 범행’, ‘복수를 위한 속임수’. 이렇게 두 개의 이야기가 천천히 풀려나가는 이야기다. 장르는 범죄 스릴러라고 분류되지만, 여섯 명의 인물들이 얽혀가며 서로 속고 속이는 악당들의 속임수 서스펜스라고 생각했다. 가끔 웃음이 나는 장면도 있지만 결국 처절한 복수극이자 파멸되는 악당들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스토리보다는 구조에 더 공을 들인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의 중반까지는 회상이나 기억, 진술을 통해서 흘러가다가 그 이후 본격적으로 현재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시간 구성이 최초의 의도였으니까.

처음의 장면 가장 힘들게 찍은 장면이 먼저 떠오른다. ‘최창혁’(박신양)과 ‘김 선생’(백윤식)이 비 오는 겨울밤에 산기슭에서 대결을 펼치는 장면이다. 왜인지 그런 장면을 찍을 때면 첫 추위가 유난히 매섭게 찾아온다. 비는 뿌리자마자 얼어붙고 추위는 새벽까지 이어졌다. 마치 모든 것이 둘의 처절한 대결을 위해 준비된 세팅 같았다. 그 장면을 촬영하던 나도 기개를 끌어올려야 했다. 4개월간의 촬영으로 나름 단련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신인 감독의 불안은 여전했다. 현장의 긴장감을 제대로 담아내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편집할 때도 잔뜩 긴장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다시 바라보면 촬영은 인천에서 마무리되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시나리오를 쓰던 1년 6개월, 촬영을 준비하던 8개월, 촬영하던 4개월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흥행이나 사람들의 평가 같은 미래의 문제는 떠오르지도 않았다. 다만 내게 후회가 남았는지 궁금했다. 고민을 할 만큼 했을까? 다른 선택을 했어야 하나? 영화를 세상에 내놓고 운을 기대할 만큼 나는 성실했나? 나는 내 작품을 사랑하는가?
지금도 <범죄의 재구성>을 다시 볼 때면 좌불 안석이다. 사랑하는 작품이지만 어수룩한 점도 많고, 다른 방식으로 찍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 장면도 보인다. 그래도 서른세 살의 나는 최선을 다했다. 그러니 반성은 하되 후회는 하지 말자고, 다음 작품에서 더 잘하자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이럴 때 ‘다음 작품’이란 말은 마법 같다. 요즘 나는 다음 작품의 시나리오를 마무리하고 있다. 오늘은 카페 구석에 앉아 시나리오를 다시 천천히 읽어봐야겠다. 어딘가 더 고칠 장면들이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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