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아저씨, 여성 전용 구역인데 차 빼세요!" vs "법적으로 문제없는데 무슨 상관입니까?"
주말 대형마트나 공공청사 주차장에서 흔히 목격되는 풍경이다. 남성 운전자가 주차장이 빽빽해 여성 전용 구역에 차를 대자 고성이 오간다. 누군가는 스마트폰을 들어 신고를 외치고, 누군가는 '강요죄'를 운운하며 맞선다. 젠더 갈등의 최전선이 되어버린 주차장, 과연 법의 저울은 어느 쪽으로 기울어져 있을까.
24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여성주차장은 여성 운전자에게 양보하라고 권장하는 자리이지 '남성 금지구역'이 아니다. 당초 교통약자 편의제공, 치안 확보라는 취지로 여성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여성주차장은 '배려'의 영역
일부 시민은 여성주차구역을 장애인전용주차구역과 동일선상에 놓고 본다. 분홍색 실선이 그어진 구역에 남성이 차를 대면 즉시 처벌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법적 성격을 혼동한 데서 오는 착시다.
현행법상 여성주차장은 대부분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근거한 '설치 권고형 공간'이다. 건물주에게 일정 비율 이상 설치할 의무를 지울 수는 있어도 이용자를 제재할 법적 근거는 없다. 도로교통법이나 주차장법 어디에도 남성의 주차를 금지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처벌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여성주차장은 현재 여성 우선, 여성 전용 등 다양한 명칭으로 운영되고 있다. 1992년 롯데백화점이 먼저 시작해 뉴코아, NC, 신세계 등으로 퍼졌으며 지자체는 2009년 서울시에서 시작해 경기, 강원, 대구, 대전, 경북, 경남, 광주, 전북, 전남 등으로 퍼졌다.
여성주차장이 도입된 이유는 인적이 드문 공간에서 남성보다 여성이 범죄에 노출될 확률이 높고 범죄의 피해가 더 크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등 국가에서 운영한다.
주차장에도 '계급'
주차구역의 위력은 '처벌 조항'에서 나온다. 법적 강제력을 기준으로 주차구역의 계급을 나누면 다음과 같다.
가장 강력한 '성역(聖域)'은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다. 법률에 의해 강력하게 보호받는다. 물건을 쌓아 주차를 방해하기만 해도 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사진 채증을 통한 신고, 견인 조치까지 가능한, 사실상 공권력이 직접 개입하는 공간이다.
그다음은 2020년대 급부상한 전기차 충전구역이다. 친환경자동차법 개정으로 강제력이 강화됐다. 일반 차량 주차 시 과태료 10만원 부과는 물론, 충전 후 차를 빼지 않고 방치해도 처벌받는다.
반면 여성·임산부·가족배려 주차장은 법적 구속력 측면에서 최하위다. 단속 권한도, 견인 근거도 없다. 행정지도가 가능한 수준이지만 이를 강제할 수단은 전무하다. 법적으로는 도덕적 양보를 구하는 '캠페인성 공간'에 불과하다.
법원은 주차 과정 '행태'를 본다
주차 시비가 붙어 법정 공방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 대법원 판례의 흐름을 분석해 보면 사법부는 '누가 어디에 주차했는가'를 쟁점으로 삼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행동의 수위'를 본다.
남성이 여성주차장에 주차한 행위 자체는 무죄다. 일부 남성은 이를 근거로 여성이 주차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을 '강요죄'라고 역공하지만 단순 요구는 강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주차를 막는 과정에서 한 쪽이 차량 출차를 물리적으로 봉쇄하거나, 반복적인 욕설을 퍼붓거나, 위협을 가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는 주차 문제가 아니라 형법상 협박, 업무방해, 재물손괴 미수 등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성별'에서 '약자'로, 정책의 대전환
여성주차장은 정책 설계 당시부터 딜레마가 있었다. 여성 전용 주차에 형벌 규정을 둘 경우 '역차별' 위헌 논란을 피하기 어렵고, 단속 비용 대비 실효성도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양보 유도'라는 현실적 타협책을 택한 셈이다.
임산부나 영유아동반자가 주차 후 문을 크게 열어야 한다는 점은 국민들의 공감을 받는다. 하지만 비임산부 여성이 남성보다 문을 크게 열어야 한다거나, 영유아동반 즉 육아는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것 등은 근거 없는 성 역할, 성적 고정관념을 강화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서울시가 2023년 여성주차장을 '가족배려주차장'으로 전환한 것 역시 이러한 법적 한계와 정책 방향 수정이 맞물린 결과다.
주차장은 사회적 자본이다. 법의 칼날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는 시민의식이 그 자리를 채운다. 소모적인 젠더 갈등을 뒤로 하고 배려 공간이 왜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일 뿐, 모든 갈등의 해결사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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