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신약의 ‘우회로’···펫 헬스케어, 제약 두 번째 성장축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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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신약의 ‘우회로’···펫 헬스케어, 제약 두 번째 성장축 부상

이뉴스투데이 2026-02-24 15: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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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사들의 시선이 반려동물 시장으로 모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펫 신사업’이 아닌 개발 구조 변화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제약사들의 시선이 반려동물 시장으로 모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펫 신사업’이 아닌 개발 구조 변화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국내 제약사들의 시선이 반려동물 시장으로 모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펫 신사업’이 아닌 개발 구조 변화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인체 신약 플랫폼을 거의 그대로 이전할 수 있고, 동물용 의약품은 임상을 병행할 수 있어 개발 속도가 빠르다. 여기에 기존 GMP 생산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까지 더해지면서, 펫 헬스케어가 제약업계의 ‘저위험·고속 상용화 루트’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동물용 의약품 산업 발전 방안’에 따르면 세계 동물약품 시장은 2022년 470억달러(약 64조원)에서 2032년 995억달러(약 136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반려동물 개체 수도 2018년 635만마리에서 2022년 799만마리로 늘었다. 특히 고령 반려동물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치매·당뇨·비만·관절 질환 등 인간과 유사한 만성질환 수요가 동시에 형성되고 있다.

이 같은 시장 변화는 제약사들의 사업 구조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인체 의약품이 1상부터 3상까지 차례대로 진행되는 것과 달리, 동물용 의약품은 상황에 따라 임상을 병행할 수 있어 전체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비교적 빠른 상용화가 가능하고 기존 GMP 공장과 품질관리 체계를 활용할 수 있어 진입 비용 부담도 낮다는 평가다. 실제로 대웅제약은 자체 발굴한 JAK 억제제를 반려견 아토피 치료제로 개발하면서 동시에 인체용 파이프라인도 병행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동물 시장은 신약 기술을 검증하면서 동시에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는 드문 영역”이라며 “인체 신약처럼 수년간 매출 없이 버티는 구조가 아닌, 빠른 상용화로 연구개발비 일부를 회수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이런 구조 변화 속에서 제약사들의 전략도 달라지는 양상이다. 과거에는 인체 신약 개발 이후 동물용으로 확장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초기 단계부터 사람과 반려동물을 동시에 겨냥하는 ‘듀얼 트랙’ 전략이 늘고 있다. 인체 임상과 반려동물 임상을 병행하거나, 동물용으로 먼저 상용화한 뒤 인체 파이프라인으로 확장하는 개발 방식도 확산되고 있다. HK이노엔은 JAK-1 선택적 억제제를 인체 임상과 함께 반려동물 치료제로도 개발 중이고, 큐라클은 인체 파이프라인을 반려동물 적응증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택했다.

SGLT-2 계열 당뇨 치료제, 단일클론항체(mAb), miRNA 플랫폼 등 인체용 기술이 반려동물 파이프라인으로 함께 이전되는 사례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미 안전성 기초 데이터가 축적돼 있고, 반려동물 주요 질환과 기전이 겹친다는 점에서 개발 효율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동물용 치료제가 인체 신약 개발 과정의 초기 검증 단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개발 흐름의 방향도 달라지고 있다. 인체 신약이 동물로 이전되는 데 그치지 않고, 동물 신약에서 확보한 데이터와 플랫폼을 바탕으로 사람 대상 임상으로 확장하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반려견 치료제를 통해 검증한 기술을 인체 파이프라인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제약업계에서는 이를 ‘동물 시장을 활용한 기술 검증 모델’로 부르며, 초기 실패 비용을 낮추고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전략으로 평가하고 있다.

산업 외연도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치료제뿐 아니라 진단키트, 영상 장비, 필러, 수술도구 등 의료기기 영역에서도 인체 기술의 동물 이전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특히 진단 분야는 소모품 기반 구조로 반복 매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유유제약은 해외 프리미엄 펫푸드 기업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며 영양·웰니스 영역으로 확장했고, 동아제약은 반려동물 구강 관리 제품을 출시하며 기능성 소비재 시장에 진입했다. 유한양행은 동물용 신약 유통을 맡으며 기존 제약 유통망을 반려동물 시장으로 넓히는 중이다.

제도 환경도 변하고 있다. 정부는 동물용 의약품 후보물질에 연구개발(R&D) 세액공제를 적용하고, 제조·유통 책임자에 대한 법정 의무교육과 전담 심사 조직을 마련했다. 한국동물약품협회는 제조관리자·안전관리책임자·도매업무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연 8시간 이상 법정 교육을 정례화하며 품질관리 체계 정비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이런 정책 변화가 개발 리스크를 낮추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유통 구조 역시 재편 국면이다. 그동안 반려동물 의약품은 사실상 동물병원이 판매를 주도해 왔지만, 현재 전국 약국 2만5000곳 중 약 1만3000곳이 동물약 판매 허가를 받은 상태다. 이 가운데 실제로 동물약을 취급하는 약국은 약 6300곳으로, 약국 기반 유통망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여기에 약국 유통으로 출발한 플랫폼 기업들이 제조업 허가와 품목허가까지 확보하며 밸류체인을 수직 통합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펫팜은 올해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동물용의약품 제조업 허가를 취득, 필수 의약품에 대한 품목허가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품목허가를 보유하면 자체 생산이든 위탁생산(CMO)이든 관계없이 제품 권리를 갖는 구조로, 인체 의약품과 동일한 사업 모델이 동물 의약품 시장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반려동물 시장을 단기 매출원이 아닌 제약 산업 구조 재편의 시험대로 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펫 헬스케어는 단순한 신사업이 아니라 인체 신약 개발의 속도와 리스크를 동시에 낮출 수 있는 전략적 영역”이라며 “치료·진단·유통까지 밸류체인이 빠르게 연결되면서 제약사들의 두 번째 성장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체 신약만으로는 개발 기간과 자본 부담이 너무 커졌다”며 “반려동물 분야는 기술 검증과 사업화를 동시에 돌릴 수 있는 드문 영역이라, 앞으로는 별도 조직이나 전담 파이프라인을 두는 제약사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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