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가상자산' 전략으로 달러 패권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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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가상자산' 전략으로 달러 패권 강화

한스경제 2026-02-24 14:25: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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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트럼프 행정부가 달러 패권 지키기에 '관세'와 '코인'이라는 두 장의 카드를 동시에 꺼내 들었다. 높은 관세 장벽으로 제조업을 본토로 되돌리면서 동시에 가상자산을 제도권에 편입시켜 달러 수요를 끌어 올리겠다는 전략이다.

◆ 대법원 "IEEPA 관세 위법"...백악관, 무역법 122조로 우회

백악관은 최근 법원의 제동에도 불구하고 고관세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부과해 온 일부 관세가 법이 정한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결했다. IEEPA는 대통령에게 광범위한 경제 제재 권한을 주지만, 일반적인 수입 관세를 올리는 근거로는 쓸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이 판결이 나오자 백악관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1974년 무역법 122조를 활용해 심각한 무역 적자 등을 이유로 한시적인 수입 할증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무역법 122조는 대통령이 최대 15%의 추가 관세를 150일간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법원의 제동에도 관세 정책의 큰 방향은 바꾸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 '클래리티법' 4월 통과 유력...가상자산 규제 불확실성 해소 기대

관세로 실물 경제의 문을 닫는 동시에 백악관은 디지털 자산 시장의 문은 활짝 열고 있다. 미국 의회는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핵심은 '클래리티법(디지털자산시장명확화법)' 제정이다. 이 법안은 비트코인 등 상당수 가상자산을 '디지털 상품'으로 규정하고, 이들 자산에 대한 감독 권한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에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가상자산 업계는 증권거래위원회(SEC)와 CFTC 중 어느 기관의 관할인지 불명확해 혼란을 겪어왔다. 클래리티법은 이런 규제 공백과 중복을 정리해 디지털 자산 시장의 틀을 확실히 하겠다는 취지다. 이 법안은 지난해 하원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했고 현재 상원에서 논의 중이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오는 4월까지 최종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최고경영자는 최근 인터뷰에서 "클래리티법이 4월 말까지 법으로 제정될 확률을 80~90%로 본다"고 말했다. 코인베이스 측도 "백악관 및 의회와의 대화가 구체적인 조율 단계에 들어섰다"며 법안 통과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 스테이블코인 규제 놓고 월가·코인업계 충돌

가상자산 법제화 작업 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규제다. 지난해 7월 제정된 지니어스법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인가받은 업체로 제한하고 발행사가 코인 1개당 최소 1달러 이상의 현금이나 단기 국채 등 안전자산을 보유하도록 의무화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보유자에게 이자나 수익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했다. 스테이블코인이 은행 예금을 대체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문제는 이 법이 발행사가 아닌 거래소나 핀테크 업체가 스테이블코인과 연계해 제공하는 이자 상품에 대해서는 명확한 금지 조항을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틈새를 놓고 전통 은행권과 가상자산 업계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대형 은행들은 "스테이블코인 관련 고금리 상품이 은행과 비슷한 역할을 하면서도 예금보험이나 자본 규제 같은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다"며 추가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재무부 자문기구와 월가 보고서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이 본격적으로 이자를 제공하면 은행 예금과 머니마켓펀드에서 대규모 자금 이탈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일각에서는 스테이블코인 이자 상품이 무제한 허용되면 수조 달러의 자금이 전통 은행에서 디지털 자산 시장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추정한다.

반면 코인베이스, 서클 등 가상자산 기업들은 "과도한 규제는 미국의 디지털 금융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며, 적절한 투자자 보호 장치만 갖춰진다면 합리적 수준의 수익 제공은 허용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 베센트 재무장관 "스테이블코인, 달러 패권 핵심 수단"

은행권과 코인 업계의 충돌에도 불구하고 백악관은 스테이블코인을 달러 패권의 새로운 무기로 키울 계획이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달러 패권 강화의 핵심 수단으로 보고 있다. 그는 의회 청문회와 언론 인터뷰에서 "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국채와 달러 표시 자산에 대한 글로벌 수요를 늘리고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베센트 장관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중장기적으로 2조 달러 이상 성장할 수 있다며 적절한 규제만 뒷받침된다면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정부의 중요한 자금 조달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준비금으로 미국 국채를 대량 매입하면, 이는 곧 정부 재정에도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 韓 등 교역국, 이중 압박 우려

이처럼 미국이 관세와 가상자산 규제를 동시에 조율하면서 한국 등 주요 교역국에는 이중 압박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워싱턴 금융가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법원의 관세 제동에도 다른 법적 근거를 찾아 고관세 기조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가상자산 법제화를 밀어붙이는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인 관세 수단과 디지털 자산 규율을 결합해 실물 무역과 자본시장 양쪽에서 달러 중심 질서를 지키려는 전략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 입장에서는 이런 미국의 전략이 이중 압박으로 다가올 수 있다. 먼저 미국의 고관세 장벽은 수출 제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여기에 클래리티 법안 등으로 미국 가상자산 시장의 규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디지털 자산 관련 자본과 프로젝트가 미국으로 더욱 몰릴 가능성이 크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 자산 시장이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제도화되면 규제 체계가 상대적으로 불명확한 다른 나라에서 자본과 인재 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대해 워싱턴 금융가 관계자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은 관세와 무역 갈등이 만드는 리스크와 규제 명확성이 높이는 성장 기대가 동시에 작용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한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통화 정책과 자본시장 전략을 다시 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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