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더불어민주당이 수도권 집중 해소를 명분으로 통합특별시법 처리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교육계와 노동계에서는 교육 경쟁 심화와 공교육 혼란, 노동권 약화 우려가 잇따르며 법안 졸속 처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4일 오전 10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열어 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3개의 특별법(이하 통합특별시법)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3개 특별법 중 전남·광주 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만 가결됐다.
통합특별시법은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권역별 행정통합을 추진해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법안에는 통합특별시가 의회 의결을 거쳐 한도를 초과하는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과 개발사업 추진을 위한 지방세 감면, 통합특별시 내 균형발전기금 설치·운영 등의 규정이 담겼다.
다만 충남·대전 통합을 두고 국민의힘 소속 대전시장과 충남지사 등은 “졸속 입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통합특별시법을 둘러싼 우려는 충남·대전 등 일부 지역이나 야권에만 그치지 않는다. 지역 발전을 내세운 만큼 교육 경쟁 심화와 공교육 혼란, 노동권 약화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회 각계의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교육계는 교육의 기본 방향과 최소 기준은 법률로 명확히 보장돼야 하며 지역 간 경쟁 논리에 따라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은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이라는 위기에 대응하자는 정부와 정치권의 문제의식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통합특별시 설치 특별법안에 포함된 교육특례 조항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했다.
전교조는 “학교 운영의 핵심 사항을 ‘초·중등교육법’이 정한 국가적 기준이 아니라 통합특별시장의 권한과 조례로 광범위하게 위임하겠다는 내용은 공교육의 기반을 흔들고 교육을 경쟁 체제로 밀어 넣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은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헌법이 보장해야 할 가치이기 때문에 행정과 산업 정책의 하위 영역으로 다루어져서는 안 되며 통합특별시법이 시행돼 학교 운영 권한이 통합특별시장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교육 현장에 혼선이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해당 특별법안에는 초·중등교육법 등에서 대통령령이나 교육부령으로 규정하던 사항을 지방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또 교육감 지정만으로 법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 자율학교를 확대하고 영재학교·과학고 설립 요건을 완화하는 한편 외국교육기관 설립과 국제과정 운영도 폭넓게 허용하는 조항이 담겼다.
공공재정이 특정 학교 형태에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통합특별시법에는 산업단지 인근에 ‘우수 학교’를 유치하고 지원하는 방식으로 지역 발전을 성취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 이 조항이 교육 여건의 불균형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전교조는 “특별법이 특목고·국제과정을 지역발전 유인책으로 작동하게 할 경우 교육이 경쟁 도구가 된다”고 비판했다.
국회 앞에서 피케팅 시위에 나선 전교조 박영환 위원장은 “이번 특별법이 교육의 공공성과 보편성을 약화시키고 경쟁교육과 특권교육을 강화해 교육 불평등과 학교 서열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교육특례 조항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교조 현경희 대변인은 본보에 “특권학교나 일부 학교에 재원과 정책이 집중되는 구조가 되면서 학부모와 학생들은 가장 먼저 교육 경쟁이 다시 한층 격화되는 상황을 체감하게 될 것”이라면서 “입법이 너무나 급하게 이뤄지고 있음에도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사안으로 보여 염려가 크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수월성 교육(뛰어난 학생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교육 방식)을 공식적으로 열어주면 특정 학교에 가기 위한 경쟁이 심해지고 결국 입시와 직결되면서 사교육 의존은 더 강화될 수밖에 없다”며 “이 과정에서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도 함께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안이 졸속으로 처리될 수 있다는 우려는 교육계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통합특별시법은 노동계에서도 지속적으로 논란이 제기돼 왔다. 대구·경북 지역 내 일부 특구에 대해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기준에 예외를 둘 수 있도록 한 조항이 국민의힘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에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한 수정안에서는 해당 조항들이 삭제됐지만 노동계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나 주휴일 규정 적용 등 노동관계 법령의 적용을 일부 배제할 수 있는 내용 등이 남아 있어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전남·광주 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을 의결했다. 반면 함께 상정된 대구·경북, 충남·대전 통합특별시 설치 특별법 2건은 반대 여론이 적지 않아 향후 처리 시점이 불투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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