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최만순의 약이 되는 K-푸드…콩 한 알에 담긴 양생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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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IBE] 최만순의 약이 되는 K-푸드…콩 한 알에 담긴 양생 철학

연합뉴스 2026-02-24 14:00: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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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합니다.]

맷돌 위의 콩 맷돌 위의 콩

[연합뉴스 자료사진]

우리 밥상에서 가장 흔하지만, 가장 깊은 지혜를 품은 음식이 있다. 바로 콩이다. 그중에서도 대두(大豆)를 눈여겨봐야 한다. 밥에 조용히 섞여 있고, 두부와 된장, 간장과 콩나물로 모습을 바꾸며 매일 우리 곁에 있지만, 콩이 지닌 양생의 힘과 문화적 의미를 찬찬히 되돌아보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대두는 그저 오랫동안 먹어온 식재료가 아니다. 수천 년 동안 한민족의 생존을 지탱하고, 삶의 태도와 철학을 길러온 '작은 곡식 속의 큰 울림'이다.

◇ 대두의 영양학

약선학에서 황대두는 성질이 달고(甘) 평하며(平), 비·위·대장으로 들어간다고 본다. '달다'는 것은 기운을 보태고 긴장을 풀어준다는 뜻이고, '평하다'는 것은 차지도 덥지도 않아 누구에게나 무리가 적다는 의미다. 그래서 대두는 속을 편안하게 하고 음식이 정체된 것을 풀어주며, 비장을 튼튼히 해 수분 대사를 돕고, 몸에 쌓인 독을 풀어 부기를 가라앉히는 작용을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쉽게 말해 콩은 배를 편안하게 하고, 몸속에 쌓인 불필요한 것을 정리해 주는 음식이다. 설사와 복부 팽만, 부스럼과 종기, 부종과 외상 출혈에까지 두루 쓰였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약이 귀하던 시절, 콩은 곧 집 안의 약방이었고, 밭에서 나는 가장 든든한 의약품이었다.

대두를 생으로 먹을 것인가, 익혀 먹을 것인가? '본초구진'에는 콩을 다루는 매우 중요한 지혜가 담겨 있다. 바로 콩은 생으로 먹느냐, 익혀 먹느냐에 따라 작용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생콩은 기운을 퍼지게 하고 내려가게 하며, 익힌 콩은 기운을 모으고 보하는 성질이 강해진다. 허약한 사람에게는 볶거나 삶아 소량을 먹는 것이 좋고, 기가 막혀 더부룩할 때는 생콩의 성질을 빌려 막힌 것을 풀어준다.

이 원리는 도교 양생의 핵심과 맞닿아 있다. 자연의 성질을 거스르지 않고, 그때그때 몸의 상태에 맞게 조절하는 것. 이것이 바로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실천이다. 콩은 그 자체로 음양의 균형을 가르치는 '교과서'라 할 수 있다. 날것과 익힘, 퍼짐과 모임, 공격과 회복이 모두 하나의 씨앗 안에 들어 있다.

현대 영양학에서도 대두의 가치는 이미 충분히 증명됐다. 대두는 단백질이 약 40%, 지방이 약 20%에 이르며, 이는 곡류나 감자보다 2.5~8배나 높은 수치다. 특히 대두 단백질은 필수 아미노산 구성이 균형 잡혀 있어 '식물성 고기'라 불린다.

또한 대두에는 이소플라본, 레시틴, 사포닌, 대두 올리고당, 식이섬유 등 다양한 생리활성 물질이 들어 있다. 이소플라본은 혈관 건강을 돕고 뼈의 손실을 늦추는 데 기여하며, 대두 올리고당은 장 속 유익균을 늘려 변비와 설사를 함께 조절한다. 콩을 먹으면 배가 편안해지고 속이 가벼워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렇듯 콩은 몸속 청소부이자 건축가다. 장을 깨끗하게 정리해 주면서 동시에 근육과 뼈를 만드는 재료를 공급해 주는, 드문 균형의 음식이다.

우리 민족이 콩을 특별히 여긴 이유는 단지 영양이 풍부해서만은 아니다. 콩은 발효를 통해 완전히 다른 음식으로 다시 태어난다. 메주에서 된장과 간장이 나오고, 콩은 두부가 되고, 물을 만나 콩나물이 된다. 이는 '기다림의 미학'이며 '변화의 철학'이다.

마트의 국산콩 메주 마트의 국산콩 메주

[연합뉴스 자료사진]

노자는 부드러운 것이 단단한 것을 이긴다고 했다. 콩은 단단한 씨앗이지만, 물과 시간, 미생물을 만나 가장 부드럽고 깊은 맛으로 변한다. 이는 자연을 억지로 다스리지 않고,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리는 우리 민족의 삶의 태도와 닮았다.

대두는 예로부터 오곡 가운데 하나였다. '시경'에는 "중원에 콩이 있으니 백성들이 이를 캐는구나"라는 구절이 나온다. 전쟁과 흉년의 시대, 콩은 쌀이 없을 때 사람을 살린 곡식이었다. 밭에서 자라 저장이 쉽고, 단백질과 지방을 동시에 제공하는 콩은 가난한 시대의 생명줄이었다.

◇ 손자병법으로 바라본 대두 음식

손자병법 화공(火攻)의 장은 불로 적을 태우는 기술만을 말하지 않는다. 불은 가장 강력한 힘이지만, 동시에 가장 위험한 도구다. 손자는 불은 쓰되, 불에 끌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화공은 공격의 극치이자 절제의 극치다.

이 장을 음식으로 풀어낸다면, 주저 없이 대두를 떠올리게 된다. 콩은 불을 만나야 비로소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지만, 불이 지나치면 독이 되고, 불이 부족하면 소화되지 않는다. 화공의 철학은 그대로 콩의 조리법 속에 살아 있다.

손자는 화공을 다섯 가지로 나눈다. 불로 사람을 태우고, 군량을 태우고, 수레를 태우고, 창고를 태우고, 진지를 태운다. 이는 파괴와 괴멸만이 아니라 기운의 흐름을 바꾸는 전략이다. 콩 또한 불을 통해 다섯 번 변화한다.

콩밥은 곡식의 불이고, 콩죽은 기혈의 불이다. 콩떡은 형상을 다듬는 불이며, 콩자반은 저장의 불이다. 두부와 콩나물은 재생의 불이고, 메주와 된장은 시간의 불이다. 콩기름은 농축된 불이며, 대두단백은 불로 정제된 현대의 화공이다. 불은 콩을 부수지 않고, 콩의 본성을 드러낸다.

콩나물 콩나물

[연합뉴스 자료사진]

손자병법에서 화공은 반드시 안에서 일어나야 성공한다고 말한다. 바깥에서 지르는 불은 대비할 수 있지만, 안에서 일어난 불은 스스로 무너진다. 양생도 마찬가지다. 진짜 병은 외부의 화기보다 내부의 울화와 담적에서 시작된다.

날콩은 아무리 몸에 좋다 해도 그대로 먹으면 병을 만든다. 반드시 불을 통해 내부 구조를 바꿔야 한다. 볶고, 삶고, 찌고, 발효시키는 과정은 모두 내화(內火)를 다스리는 일이다. 노자 역시 "지나치면 곧 모자람과 같다"고 했다. 콩은 늘 중용의 불을 요구한다.

손자는 또 "적이 굳건할수록 불을 쓰지 말고, 느슨해질 때를 기다려라"고 했다. 콩죽은 허를 치는 음식이다. 병중이나 노쇠했을 때 단단한 콩밥은 오히려 부담된다. 이때 콩을 죽으로 풀어 기운을 흘려보내면, 소화와 흡수가 동시에 이루어진다.

이는 화공의 핵심 전략이다. 강한 불이 아니라 약한 불로 오래 익히는 것. 콩죽은 공격이 아니라 회복이며, 파괴가 아니라 재편이다. 양생에서 최고의 화공은 몸을 태우지 않고 병의 근거지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화공은 반드시 천시(天時)를 살핀다. 바람의 방향과 습기, 계절을 보지 않으면 불은 오히려 자신을 태운다. 메주와 장은 이 천시의 결정판이다. 불로 삶은 콩을 다시 불로 말리지 않고, 바람과 미생물에게 맡긴다. 이는 노자가 말한 무위의 화공이다. 억지로 태우지 않고 자연의 불에 맡기는 것. 그래서 장은 급히 만들 수 없고, 서두르면 반드시 탈이 난다. 메주는 시간이 쌓인 화공이며, 기다림이 곧 전략이다.

콩기름은 콩의 불을 극도로 농축한 형태다. 소량이면 혈관을 부드럽게 하고 기혈을 윤택하게 하지만, 과하면 불이 치솟아 담과 열을 만든다. 손자가 경고한 바로 그 불이다. "불은 이기고 나서도 반드시 멈출 줄 알아야 한다."

대두단백 또한 마찬가지다. 현대 기술로 정제된 콩은 양생의 약이 될 수도, 지나치면 몸을 소모시키는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음식도 전략도 결국은 절도(節度)의 문제다.

손자병법 화공의 마지막은 이렇게 말한다. "불로 이기고도 다스리지 못하면, 그것은 참된 승리가 아니다." 콩도 마찬가지다. 잘 먹으면 약이 되지만, 욕심내면 병이 된다. 불을 쓸 줄 아는 지혜는 불을 다스리는 데서 완성된다.

콩은 작은 곡식이지만, 불과 생명, 공격과 양생의 철학을 모두 품고 있다. 대두로 만든 한 그릇의 밥과 한 모의 두부 속에는 전쟁을 끝내고 생명을 살리는 화공의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오늘 밥상에 오르는 콩 한 숟가락은, 수천 년을 이어온 한민족의 생명 사상이며, 저속노화를 향한 가장 오래 검증된 길이다.

최만순 음식 칼럼니스트

▲ 한국약선요리 창시자 ▲ 한국전통약선연구소장 ▲ 중국약선요리 창시자 팽명천 교수 사사 후 한중일 약선협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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